로맨스와 스릴러 그 사이, 현실 공포 영화 ‘왓칭’

[프리뷰] 하루 평균 83회, 9초에 한번씩 당신의 모든 일상이 노출된다.

이지은 | 기사입력 2019/04/12 [23:10]

로맨스와 스릴러 그 사이, 현실 공포 영화 ‘왓칭’

[프리뷰] 하루 평균 83회, 9초에 한번씩 당신의 모든 일상이 노출된다.

이지은 | 입력 : 2019/04/12 [23:10]

 

▲ 스틸컷 영화 <왓칭> 스틸 이미지     © 이지은

 

 왓칭은 지하 주차장을 배경으로 건물 경비원 준호(이학주 분)에게 납치당한 영우(강예원 분)의 필사적인 탈출 이야기를 담은 공포 스릴러이다. ‘왓칭의 공간적인 배경인 지하 주차장은 사람들에게 익숙하면서도 뭔가 섬뜩한 느낌을 주는 공간으로 이와 함께 CCTV라는 장치를 이용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예고편에도 나와 있듯이 우리는 하루 평균 83 9초에 한 번씩 CCTV에 의해 모든 일상을 노출 당한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자신들의 일상이 이렇게 계속해서 카메라에 노출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나 하고 있을까. 아마 인지하고 있다고 해도 신경 쓰지 않는 사람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하지만 본래 안전을 목적으로 설치된 이 CCTV가 범죄자의 손 안에 들어간다면 이야기는 많이 달라진다. ‘왓칭의 각본, 연출을 맡은 김성기 감독은 관객들의 공포감을 조성시키기 위해서 이런 점들을 적극적으로 이용했다. 밀폐된 공간에 갇혀 나도 모르는 사이 누군가에게 감시 당한다는 이 설정은 섬뜩한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특히 이 영화의 주요 소재인 몰래 카메라, 불법 촬영 그리고 성희롱과 같은 문제들이 최근 들어 심각한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에 왓칭또한 관객들에게 큰 관심을 받을 것이라고 예상된다.

  

▲ 스틸컷 영화 <왓칭> 스틸 이미지     © 이지은

 

 모든 건 준호의 짝사랑으로부터 시작된다. 영우가 일하는 회사의 경비원으로 근무하는 준호. 그는 이혼 후 아이와 혼자 살고 있는 회사원 영우를 남몰래 짝사랑한다. 영우가 떨어트린 서류들을 주워주며 그는 그녀에게 접근하는데 순박한 얼굴로 초면부터 영우를 대뜸 영우 누나라고 부르면서 시종일관 웃는 표정으로 영우에게 호감을 표한다. 그에 비해 영우의 태도는 형식적이다. 그러던 어느 날 밤 늦게까지 야근을 하던 영우가 술에 취한 최실장에게 성희롱을 당하고 준호 또한 그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로부터 며칠 뒤 크리스마스 이브에 영우는 주차장에서 차 문을 열다 감전 당해 쓰러지고 준호는 그녀를 납치한다. 남녀 주인공이 진짜 서로 사랑하는 영화의 주인공이 되고 싶다고 말하는 준호. 하지만 로맨스와 스릴러는 종이 한 장의 차이이다. 지하 주차장에서 탈출하기 위한 영우의 필사적인 몸부림이 시작된다.

 

▲ 스틸컷 영화 <왓칭> 스틸 이미지     © 이지은

 

영화를 보면서 두 주연 배우의 열연이 인상 깊었다. 공감 능력이 전혀 없어 보이는 냉혹한 사이코패스 준호를 연기한 배우 이학주의 연기가 유독 돋보였는데 김성기 감독의 말을 빌리자면 부드러운 모습과 잔인함이 공존하는 연기를 보여준 배우이다. 다양한 얼굴이 존재하는 그는 독립영화계의 설경구라는 별명에 걸맞게 매력적인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 특히 준호가 깨진 어항 속에 있던 금붕어 두마리를 삼키는 장면에서는 그의 사이코패스적인 면모를 잘 표현한 것 같아 그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또 영우가 힘든게 싫다며 최실장과 민희를 납치하고 고문하는 장면에서는 그의 삐뚤어진 집착과 소유욕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계속 멜로 영화의 주인공이 되고 싶다는 그를 보며 사랑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인물이라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영우와 관객들의 입장에서 이 영화는 공포 스릴러임이 분명하지만 어쩌면 준호는 이 영화를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 이야기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다만 준호에 대해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캐릭터에 대한 설명이 좀 부족했다는 것이었다. 영화 속에서 준호는 말끝마다 “~거든요.”를 붙이는 독특한 말투를 사용하는데 캐릭터의 개성을 살려주기도 했지만 왜 그런 말투를 쓰는지 궁금하기도 했고 그게 부자연스럽게 느껴진 몇몇 장면들도 있었다. 그리고 영화 마지막 부분에서 CCTV 뒤의 해커로 추정되는 누군가가 준호를 지켜보고 있다는 설정의 반전이 있었는데 그들이 왜 일개 경비원에 불과한 준호와 공모를 하게 된 건지 또 준호는 어쩌다가 사이코패스의 성향을 가지게 되었고 최실장을 왜 납치극에 끌어들인 것인지에 대한 의문점들이 있었다.  배우 이학주는 준호가 고아이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연기를 했다고 말한 바가 있는데 그런 준호의 배경을 설명하는 장면들이 조금이라도 있었더라면 영화의 흐름이 좀 더 자연스럽지 않았을까 생각해보았다.

 

 

▲ 스틸컷 영화 <왓칭> 스틸 이미지     © 이지은

 

또 다른 주연 배우 강예원 ()의 연기도 빼놓을 수 없다. 영화에서 스릴 넘치는 액션신이 많았는데 몸을 사리지 않는 열정 넘치는 모습을 보여줬다. 마치 실제로 납치된 것처럼 지하 주차장에서 어떻게든 탈출하려고 악을 쓰고 발버둥 치는 그녀의 연기는 관객들의 몰입을 한껏 높이고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잘 조성했다. 스릴러퀸이라 불리는 그녀는 이번 작품에서는 전 작들과 다르게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여성 캐릭터를 연기했다. 겁에 질려 있기만 하는 피해자가 아닌, 살아 남기 위해서 고군분투하는 여성의 모습에서 그녀의 악바리 근성이 드러나 보였다. 조금 아쉬웠던 점은 영우에게 주체적인 여성 상의 면모가 항상 보이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영우가 최실장에게 성희롱을 당하고 다음날 엘레베이터에서 사과하시죠.”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다. 여기서 영우는 사과를 하지 않으면 문제를 삼겠다고 말하는데 최실장이 사과를 했다면 그냥 넘어갔을 것이라는걸 알 수 있었다. 주체적인 여성이라면 성희롱을 당하자마자 최실장을 신고하지 않았을까. 그녀의 소극적인 대처 방식이 처음부터 그녀를 피해자로 보이게 만든 것 같아서 캐릭터의 구축이 좀 아쉬웠지만 배우들의 열연만큼은 나무랄 데가 없었다



 '왓칭은 사회적 이슈들을 소재로 하는 서스펜스가 가미된 공포 스릴러이다. CCTV라는 현실 소재와 지하 주차장이라는 익숙한 공간이 관객들을 감정이입시켜 극도의 긴장감을 선사할 것이다. 동시에 시원한 액션신과 반전에 반전을 주는 결말 덕분에 97분동안 지루할 틈이 없을 것이다. 러닝타임 1시간 37, 15세 관람가, 4 17일 개봉.

 

[씨네리와인드 이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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