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다> 나카시마 테츠야가 바라본 진정한 ‘공포’

[프리뷰] '온다' / 3월 26일 개봉 예정

김준모 | 기사승인 2020/03/17 [09:37]

<온다> 나카시마 테츠야가 바라본 진정한 ‘공포’

[프리뷰] '온다' / 3월 26일 개봉 예정

김준모 | 입력 : 2020/03/17 [09:37]

▲ '온다' 포스터  © (주)트리플픽쳐스

 

* 주의! 이 기사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씨네리와인드|김준모 기자] 사와무라 이치의 <보기왕이 온다>는 일본 호러소설 대상을 수상했을 만큼 그 장르적인 매력이 상당한 작품이다. 이 작품의 감독으로 나카시마 테츠야가 결정되었을 때 원작의 영화화를 기다렸던 팬들은 환호를 질렀을 것이다. 공포 장르를 감독한 적은 없지만 스릴러 장르에서도 공포의 색체를 보여주며 섬뜩한 느낌을 잘 살려냈기 때문이다.

 

원작이 지닌 오컬트적인 요소와 인물 사이의 관계에서 비롯되는 스릴감을 특유의 스타일리쉬한 연출로 담아낼 것이라 여겼던 나카시마 테츠야 감독은 전혀 다른 선택을 한다. 그는 장르적인 쾌감보다는 드라마적인 측면을 주목한다. 그가 바라본 소설 <보기왕이 온다>는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공포보다 그 이면의 드라마가 더 무서운 요소를 품고 있다. 그래서 작품은 히데키와 가나의 결혼 장면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 '온다' 스틸컷  © (주)트리플픽쳐스

 

어린 시절 할아버지의 집에 놀러갔다 히데키가 처음 보기왕을 만난 이후 소설은 성인이 된 히데키의 결혼생활에서 시작된다. 헌데 영화는 히데키가 여자친구 가나와 함께 할아버지의 장례식에 참석하는 장면부터 결혼식 장면까지 세세하게 보여준다. 여기에 스토리상 생략해도 될 거 같은 히데키의 어린시절 친구가 보기왕에 의해 사라진 이야기까지 모두 담아낸다. 그 이유는 첫 번째 반전에서 비롯된다.

 

이 작품의 첫 번째 반전은 히데키가 보기왕의 속임수에 당해 살해당하는 부분이라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보기왕에게 위협을 받게 된 히데키가 노자키에게 도움을 청하고 영매 마코토를 만나는 장면이라 할 수 있다. 이 장면에서 마코토는 히데키에게 보기왕을 막기 위해서는 가족에게 잘 대해주라 말한다. 마코토의 이 말에 히데키는 분노한다. 히데키는 블로그에서 유명한 육아 대디이기 때문이다.

 

▲ '온다' 스틸컷  © (주)트리플픽쳐스

 

바쁜 직장생활 중에도 딸 가나를 열심히 돌보는 히데키의 모습은 수많은 육아 대디들에게 존경의 대상이다. 그런 자신에게 가족을 돌보라고 말하다니. 히데키는 마코토에게 분노한다. 하지만 히데키의 죽음 이후 서술의 주체가 히데키에서 가나로 바뀌면서 그 실상이 드러난다. 히데키는 실제로 육아 대디가 아니었음이 말이다. 그는 인터넷으로 자신을 자랑하기에만 바쁘고 실제로는 집안일도 육아도 하나도 하지 않는다.

 

딸 치사가 다친 날 히데키는 블로그에 ‘아내는 당황했지만 난 침착하게 상황을 해결했다’고 적었다. 하지만 실상은 히데키는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다친 치사를 바라만 보고 있었다. 그리고 치사가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동안에도 내내 블로그에 글을 올렸다. 이 모습에서 나카시마 테츠야 감독은 후배 다카나시가 보기왕의 공격을 받는 장면이나 영매 오사카가 보기왕을 추격하던 중 팔이 잘리는 장면보다 더 큰 공포를 느꼈다고 볼 수 있다.

 

무책임한 아버지인 히데키와 그런 히데키에게 상처받고 딸을 내팽개쳐 두는 어머니 가나의 모습은 나카시마 테츠야가 원작을 통해 읽어낸 ‘아동문제’를 담아낸다. 이는 원작과 영화의 다른 방향성이라 볼 수 있다. 원작은 여성문제를 그 원인으로 삼는다. 임신을 하지 못하는 여성들은 집안에서 폭행을 당했고 그 원혼이 쌓여 보기왕이라는 강력한 악령을 만들어냈다고 본다. 반면 나카시마 테츠야 감독은 히데키란 인물에 주목한다.

 

▲ '온다' 스틸컷  © (주)트리플픽쳐스

 

히데키는 잘못된 가정을 꾸렸고 그 고통은 고스란히 치사에게 전달된다. 치사는 부모의 방치와 거짓된 사랑을 겪게 되는 것이다. 나카시마 테츠야 감독은 <고백>, <갈증>을 통해 청소년 문제에 대해 이야기한 바 있다. 그는 가족의 붕괴와 방황하는 청소년들, 이들이 저지르는 범죄를 심도 있게 담아냈다. 범죄 스릴러의 장르적인 매력보다는 자신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위해 연출의 방향을 택한다.

 

그래서 노자키가 주된 서술자가 되는 파트에 히데키를 혼령으로 다시 등장시키는가 하면 노자키가 여자친구에게 낙태를 강요한 지점이나 마코토가 아이를 임신할 수 없는 아픔을 여성보다는 아이의 초점으로 담아낸다. 노자키가 꾸는 악몽 역시 아이와 연관되어 있다. 그는 자신이 뱃속의 아이를 죽였다는 생각에 죄책감에 시달린다. 이런 주제의식의 왜 감독이 굳이 어린시절 히데키의 친구가 사라진 걸 보여줬는지에서 절정에 이른다.

 

숲속에서 놀던 히데키와 친구는 벌레를 잡아 죽인다. 이 장면은 어린아이들이 주변 환경에 따라 얼마나 잔인해질 수 있는지와 이렇게 잔인해진 어린아이가 성인이 되어 그 잔혹함을 씻어내지 못한다면 후대에 전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래서 노자키와 마코토가 혼신의 힘을 다해 치사를 구해내고자 하는 당위성은 확보가 되며 여성에서 아이로 보기왕이란 악령이 지닌 정체를 바꾼 선택은 여전한 메시지의 힘을 보여준다.

 

▲ '온다' 스틸컷  © (주)트리플픽쳐스

 

다만 이 과정에서 장르적인 매력이 조금은 반감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원작의 흐름을 성공적으로 따라간 히데키가 죽기 이전까지는 장르적인 매력이 유지된다. 하지만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노자키가 서술자로 바뀌는 시점에서 과한 주술적인 요소와 마코토의 언니 고토코의 다소 난해한 캐릭터 표현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특히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보기왕과의 대결은 극적인 만족감을 이끌어내지 못한다.

 

원작에서는 스릴러의 문법으로 이 부분을 표현하며 클라이맥스의 정점을 찍었다. 하지만 앞서 드라마에 집중한 전개를 갑자기 스릴러로 치환할 수 없는 만큼 대규모 굿 장면을 통해 공포 장르의 색체를 강화했고 이 선택은 다소 호불호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감독이 표현하고자 했던 주제의식은 심도 있는 드라마를 통해 명확히 드러나지만 특유의 스타일리시한 색감이 공포 장르와 만나 시너지 효과를 내길 기대했다면 다소 아쉬움을 남길 것이다.

 

<온다>는 원작에 대한 ‘재현’이 아닌 나카시마 테츠야의 ‘재구성’이라 할 수 있다. 그는 주제의식을 새롭게 설정하고 그 방향성에 맞춰 이야기를 전개한다. 시각적인 공포를 유지하면서 이야기를 통한 섬뜩함에 주력한다. 원작의 공포를 원하는 이들이라면 실망감을 느낄지 모르겠지만 최근 사회적인 문제이자 현실적인 공포라 할 수 있는 가족붕괴현상과 아동문제에 초점을 맞춘다면 가슴 깊은 곳을 찌르는 두려움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김준모 기자| rlqpsfkxm@cinerewi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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