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셔스> 보석처럼 빛나는 자신을 발견하기 위한 노력

김준모 | 기사승인 2020/03/17 [11:15]

<프레셔스> 보석처럼 빛나는 자신을 발견하기 위한 노력

김준모 | 입력 : 2020/03/17 [11:15]

 

▲ '프레셔스' 포스터  © 씨네그루(주)키다리이엔티

 

[씨네리와인드|김준모 기자] 사회는 거대한 시스템을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한다. 그 시스템은 국가의 운영방향과 정책 기조를 결정하고 이를 통해 개개인의 삶은 형성된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했을 때 그 시스템을 구성하는 건 개개인이다. 특히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개개인의 사상과 감정이 투표에 큰 영향을 미치며 이를 통해 시스템을 구성할 대표들을 선택한다.

 

한 국가가 올바른 시스템을 지니기 위해서는 사회의 일원이 될 수 있는 개인들을 만들어낼 필요가 있다. 그래서 복지제도가 존재하며 어려운 이들을 돕는 상담과 지원제도가 존재한다. <프레셔스>는 '귀중하다, 소중하다'라는 뜻을 지닌 별칭을 가진 프레셔스라는 소녀가 인생의 낭떠러지에서 다시 일어서고자 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 작품이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에 올랐음에도 다른 영화들과 달리 국내에 늦게, 그리고 소규모로 개봉한 이유는 이 영화가 지닌 절망적일 만큼 우울한 색체에 있다.     
   

▲ '프레셔스' 스틸컷  © 씨네그루(주)키다리이엔티

 

프레셔스는 교실에서 한 마디 말도 하지 않고 뒷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는 학생이다. 비대한 몸집을 지닌 그녀는 친구 한 명, 친한 사람 하나 존재하지 않는다. 유일하게 좋아하는 과목인 수학만 열심히 하던 그녀는 학교에서 예기치 못한 제안을 받게 된다. 그녀가 원한다면 대안학교에 보내준다는 것이다. 교사인 미즈 레인은 프레셔스의 집을 방문할 만큼 적극적으로 대안학교 행을 추천한다.   프레셔스는 대안학교를 향하면 대학에 갈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또 대안학교는 수업이 아닌 다양한 활동으로 이뤄진 만큼 그녀에게 더 맞는 공간일 수도 있다.

 

하지만 프레셔스의 어머니 메리는 강하게 반대한다. 프레셔스와 그녀의 딸로 챙길 수 있는 보조금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프레셔스가 입을 다물고 있는 이유는 하나다. 그녀는 사랑을 받아본 적이 없기에 남들에게 어떻게 자신을 표현해야 되는지, 어떻게 남을 받아들여야 되는지 알지 못한다.   프레셔스의 가족은 그녀에게 아픔만 주었다.

 

▲ '프레셔스' 스틸컷  © 씨네그루(주)키다리이엔티

 

아버지는 그녀를 강간해 아이를 출산시켰고 둘째 아이까지 임신시켰다. 또 에이즈로 사망하면서 프레셔스 역시 에이즈 환자가 아닐까 하는 걱정마저 끼치게 만든다. 메리는 그런 프레셔스를 남편의 사랑을 독차지했다며 증오한다. 그녀는 프레셔스가 자신처럼 무기력하고 우울한 존재로 살길 원한다. 프레셔스 딸의 다운증후군은 딸마저 사랑받기 힘든 존재로 태어나며 프레셔스를 더욱 힘들게 한다.      
     

그런 프레셔스를 도와주는 건 교육 그리고 상담이다. 대안학교 첫날 교사 레인은 자신의 이야기를 해보라고 말한다. 프레셔스가 이야기를 하던 중 한 학생이 조롱을 하고 프레셔스는 매번 그러했듯 그 학생에게 폭력을 휘두른다. 이때 레인은 조롱을 한 아이만을 교실 밖으로 내보낸다. 그녀는 프레셔스에게 난생 처음으로 '내 편'이 되어준다. 그녀가 어떤 행동을 하던 욕하고 비난했던 가족과 주변 사람들과 다르게 말이다.  

 

프레셔스는 레인의 수업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면서 미래를 그린다. 비대한 몸집과 두 아이의 엄마, 아픈 과거와 무책임하고 폭력적인 부모 아래에서 절대로 없을 것만 같았던 희망을 하나 둘 그려간다. 이는 웨이스와의 상담을 통해서도 잘 나타난다. 프레셔스는 웨이스를 신뢰하지 않는다. 그녀가 자신의 이야기를 건성으로 듣고 동정을 표하기만 할 것이라 여긴다. 그래서 그녀는 웨이스에게 본인이 먼저 부모 이야기를 해보라고 말한다.  

 

▲ '프레셔스' 스틸컷  © 씨네그루(주)키다리이엔티



공격적인 프레셔스의 자세에도 웨이스는 끈질지게 그녀를 기다려 준다. 언젠가 프레셔스가 마음의 문을 열고 다가와 주기를 바란다. 이런 교육 그리고 사회의 시스템은 프레셔스의 변화를 이끌어 낸다. 그녀가 자신을 소중한 존재로 바라보기 시작하면서 말이다. 작품은 프레셔스의 현실과 대비되는 그녀의 환상을 보여준다. 그 환상은 팝스타가 된 자신의 모습이다. 하지만 그 팝스타는 자신이 이상향으로 생각하는 마른 몸매를 지닌 금발의 백인이다.     


프레셔스는 완전히 다른 자신을 그리고 그 모습만을 꿈꾼다. 도달할 수 없는 이상향을 그리며 현실에서 나아갈 희망과 용기를 포기한다. 레인과 웨이스, 대안학교의 친구들은 프레셔스가 자신을 바라볼 때까지 기다려 준다. 자신의 이야기를 쓰면서 '나'를 찾아가는 그 길고도 더딘 싸움에서 승리할 때까지 포기하지 않는다. 이런 프레셔스의 모습은 텅 비어버린 마음을 채우기 위해서는 수많은 이들의 사랑이 필요함을 보여준다.  

 

▲ '프레셔스' 스틸컷  © 씨네그루(주)키다리이엔티

 

그 사랑은 시스템에서 비롯된다. 대안학교와 상담을 통해 프레셔스는 보석처럼 빛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학생 하나하나를 포기하지 않는 교육의 시스템이 무기력하고 비난만 일삼는 메리의 집안에서 프레셔스를 구해낼 수 있었다. 사람은 누구나 소중하다는 가치는 무너져 가는 개인을 구해낼 수 있는 유일한 열쇠다. 사랑이 부족한 이에게 사랑을 채워주고 남을 사랑하는 법을 알려줘야 그 개인은 또 다른 개인에게 사랑을 줄 수 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작품은 세상의 모든 소중한 소녀들, 아니,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지 모르는 모든 이들에게 바치는 영화다.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만 같은 프레셔스와 그녀를 비난하고 괴롭히기만 하는 메리의 모습은 충격적이고 보기 힘든 지점이 있다. 하지만 이런 진흙에 빠진 진주를 찾아 닦아주는 게 우리 모두의 역할, 사회가 나아가야 될 방향이라는 점을 이 작품은 보여준다.

 

 

김준모 기자| rlqpsfkxm@cinerewi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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