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나와 닮은 낯선 당신과 만나다

<김씨표류기>, <시월애>

곽주현 | 기사승인 2020/03/17 [14:10]

기획|나와 닮은 낯선 당신과 만나다

<김씨표류기>, <시월애>

곽주현 | 입력 : 2020/03/17 [14:10]

[씨네리와인드|곽주현 리뷰어낯선 이에게서 익숙함이 느껴질 때가 종종 있지 않은가. 어차피 사람 사는 거 다 똑같다고 하듯이 분명히 다른 삶을 살고 있지만 어쩐지 내 마음을 진심으로 이해해줄 것 같은 사람들. 혹은 정말 우연한 계기로 서로를 알게 되지만, 같은 것을 공유하고 있는 것처럼 친숙하게 느껴질 때도 있었을 것이다. 그것을 흔히들 운명이라고 하던가. 운명을 믿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느냐마는, 여기서 소개되는 영화들은 모두 이런 운명을 통해 만난 낯선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김씨표류기>(2009) 

(감독 : 이해준 / 출연 : 정재영, 정려원 )

 

▲ 영화 <김씨표류기> 포스터  © 네이버 영화

 

이 외로운 외계 생명체와, 일촌을 맺을 수 있을까요?’

 

불을 대로 불어버린 빚과 여자 친구에 받은 이별 통보. 삶을 누르는 것들이 힘에 부친 남자 김 씨는 한강 다리 위에서 아래로 떨어진다. 하지만 죽지 않고 눈뜬 김 씨는 사람이 살지 않는 강 한가운데 무인도에 갇혀버리고 말았다. 서울 한복판에서의 표류라니, 본인도 어이없는 상황이지만, 다시 나가서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보다는 혼자서 쓰레기를 이용하며 자급자족해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것을 바로 깨닫는다. 죽을까도 생각했지만, 때마침 울리는 민방위 훈련의 사이렌 소리를 듣고, 갑작스럽게 찾아오는 중요한 신호(?)에 그것도 실행에 옮기지 못한다.

 

한강 가운데 섬에 갇혀버린 남자 김 씨처럼 혼자만의 공간에 스스로를 가둔 또 다른 김 씨가 있었다. 얼굴에 커다란 흉터를 가진 여자 김 씨는 방 안에 갇혀 다른 사람들의 미니홈피를 염탐하며 사진을 훔친다. 마치 자신이 가진 것처럼, 그리고 심지어는 자신의 얼굴인 것처럼. 취미가 달 사진 찍기인 그녀는 달처럼 거리에 사람이 아무도 없는 민방위 훈련 날의 사진을 찍는 것을 좋아한다. 봄에 한 번, 가을에 한 번. 그러다 그녀는 한강 위 섬에 ‘HELP’라는 신호가 적혀있는 것을 보게 되고 외계 생명체가 살고 있는 섬을 관찰하게 된다. 다음 날, ‘HELLO’라는 신호로 바뀌어 버린 것을 보고 흥미를 느낀 여자 김 씨는, 섬에 갇혀버린 외계 생명체와 일촌을 맺고 싶어 한다.

 

▲ 영화 <김씨표류기> 스틸컷  © 네이버 영화

 

영화 <김씨표류기>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던 두 김 씨가 아주 우연한 기회로 서로의 존재를 알게 되면서 두 사람이 어떻게 변하게 되는지 참으로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 코믹한 분위기에 다소 가벼운 영화라고 먼저 선입견을 가질 수 있겠으나, 끝까지 보고 나면 이 영화가 말해주는 것이 분명해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 영화에서는 다른 영화에서의 두 주인공의 관계와 그들이 연결되는 과정을 그 어느 영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설정이다.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었지만, 그러나 어딘가 불온전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점에서 닮아있는 두 김씨의 모습은 많은 사람들에게 위로의 형태로 전달된다. 민방위 훈련으로 시작된 두 사람의 관계는 또 다시 민방위 훈련을 통해 연결된다. 끝은 또 다른 시작이다. 맞잡은 두 손으로 외로운 삶을 살았던 두 김 씨에게 새로운 삶이 펼쳐지며 영화는 끝이 난다.

 

 

<시월애>(2000) 

(감독 : 이현승 / 출연 : 이정재, 전지현 )

 

▲ 영화 <시월애> 포스터  © 네이버 영화

 

일 마레에서의 행운을 기원하며

 

바닷가 집 일 마레를 떠나며 편지 한 장을 우편함에 넣는 은주’. 그리고 그 편지를 일 마레에 이사 온 성현이 발견하게 된다. ‘일 마레라는 이름은 바다라는 뜻으로 성현이 이사 와서 새롭게 지은 이름이었고, 그것을 이미 은주는 알고 있었다. 그렇게, 두 사람은 같은 우편함에 편지를 넣었지만, 그 사이에는 2년의 시간 차가 있었던 것이다. 편지는 계속해서 서로를 향해 전달되고 두 사람은 일 마레의 우편함을 통해 시간을 초월한 인연을 만들어간다.

 

2년이라는 멀다면 먼 시간을 사이에 두고 두 사람은 점점 서로에게 가까워지면서, 자신들의 아픔을 털어놓는다. 이러한 아픔에 있어서 두 사람은 많이 닮아있었다. 정말 사랑하는 사람들을 볼 수 없는 것. ‘성현에게 그것은 사이가 좋지 않았던 아버지의 죽음에서 오는 후회였고, ‘은주는 사랑했던 연인이 자신을 떠나버린 것에 대한 아픔이었다. 그렇게 서로의 아픔을 이해해주고, 두 사람은 더 가까워졌고 서로를 만나고 싶었다. 2년 전의 세상에서 성현은주를 볼 수 있었지만, 어찌 된 일인지 2년 후의 은주성현을 찾을 수가 없다. 결국 사랑하는 사람을 다시 마주하게 된 은주는 그 사람이 떠나지 못하게 해 달라며 성현에게 부탁을 한다.‘성현은 이미 사랑하게 되어버린 은주를 놓아주는 일이 너무나도 힘이 들지만, 그녀를 도와주기로 한다.

 

▲ 영화 <시월애> 스틸컷  © 네이버 영화

 

영화 <시월애>타임 슬립을 소재로 했다는 점과, 바다 위 홀로 서 있는 일 마레’, 추운 겨울의 배경 같은 것들이 몽환적이고 환상적인 느낌을 주는 것이 인상적이다. ‘성현은주2년이라는 시간 차가 있었고, 이미 은주일 마레를 떠나는 것부터 시작되기 때문에 결코 만날 수 없는 사람들이었지만, ‘일 마레의 우편함이 두 사람을 이어주었다. 편지만으로 그 사람의 전부를 알 수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어딘가 닮아있는 두 사람은 서로에게 이끌릴 수밖에 없었다. 무너지는 것처럼 절망스러운 느낌이 들 때 누구보다 위로가 된 것이 서로였기 때문이다. <시월애>는 만날 수 없는 먼 곳에 있지만 가까워지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 운명이라는 소재로 만들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영화가 아닐까 생각이 든다.

  

낯선 사람을 조심하라는 요즘 사회에서는 조금 익숙하지 않은 비현실적이고 동화적인 느낌의 영화들이지만, 이렇게라도 운명이라는 것이 정말로 존재한다면, 그때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잠깐이나마 행복한 고민을 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이 어떨까. 그 언젠가, 마치 영화처럼 정말로 있을지 모를 우연한 만남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내걸 수 있을 만큼 사랑할 수 있는 운명을 찾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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