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타: 배틀엔젤' 속 알리타의 성장 서사

노상원 | 기사승인 2020/03/19 [16:49]

'알리타: 배틀엔젤' 속 알리타의 성장 서사

노상원 | 입력 : 2020/03/19 [16:49]

[씨네리와인드노상원 리뷰어] 물론 원작이 있고, 연출은 로버트 로드리게즈가 맡았지만, <알리타: 배틀엔젤>도 결국엔 제임스 카메론의 영화라고 생각한다. 지금도 제작중인 아바타 시리즈는 주인공 제이크가 새 몸을 얻으면서 시작되고, 그가 그 몸이 원래 속했던 종족인 나비족에 동화되어 마침내 그들의 일원이 되기 까지를 그리는 이야기였다. 알리타도 큰 틀에서 보자면 어쨌든 자신에게 맞는 몸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인간이 비인간 존재가 되는 서사를 통해 현대 문명과 인간에 대한 비판을 내놓은 것이 아바타라면, 비인간 존재가 인간이 되어가는 서사를 통해 인간다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영화가 <알리타: 배틀엔젤> 이다.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은 수십년간 많은 SF영화들이 반복해온 고리타분한 질문이지만, 여기에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십대소녀의 성장 서사가 덧씌워진 탓에 나는 이 영화를 사랑하게 된 것 같다.

 

▲ '알리타 : 배틀 엔젤' 스틸컷.  ©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자렘이라는 공중 도시에서 떨어진 알리타는 처음에 심장과 뇌, 얼굴밖에 남지 않은 채였다. 그녀를 쓰레기 더미에서 주워 와 새 몸을 주고 알리타라는 이름과 함께 생명을 준 것은 다이슨 이도 박사. 박사는 그녀를 딸처럼 대했으며 알리타는 처음에는 이도 박사의 부성애를 통해, 나중에는 거리의 소년 휴고와의 사랑을 통해 인간적 감정과 세상을 배워간다. 알리타는 모터 볼 스포츠라는 야만적인 스포츠에 뛰어난 재능을 보이며 선수로 출전하기까지도 하지만, 물론 이도는 그것을 탐탁지 않아한다.

 

그러던 중 알리타는 우연한 계기로 인해 자신이 평범한 소녀가 아니라는 것, 공중 도시 자렘과 강력한 연관성을 가진다는 것, 자신이 하나의 목적을 위해 훈련된 전투 병기였다는 것을 알게 되고, 양아버지 이도와의 갈등이 시작된다. 알고 보니 이도가 그녀에게 준 로봇 신체와 알리타라는 이름은 모두 이도가 사고로 잃은 그의 친딸의 것이었다. 이도 박사는 그녀를 통해 친딸의 공백을 메우려 했던 것이다.

 

하지만 알리타가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여정은 그녀의 전투 병기라는 출신 탓에 온갖 위협적인 존재들의 등장으로 이어졌고, 반복된 전투 끝에 결국 그녀의 몸(죽은 이도의 친딸에게 가야 했던 몸)은 부서지고 만다. 결국 이도는 하는 수 없이 알리타의 격투술에 더 적합하며 더 강한 몸으로 그녀의 몸을 교체해주고, 그렇게 알리타는 자신에게 맞는 몸/정체성을 찾는다. 이후 일련의 과정 속에서 알리타는 그녀에게 삶의 또 다른 측면을 일깨워준 남자친구 휴고 마저도 잃게 되면서 복수를 다짐하게 된다는 것이 알리타 1편의 줄거리다.

 

알리타가 눈을 뜨고 새 생명을 얻은 첫날, 이도는 알리타의 입에 오렌지 한 조각을 넣어준다. 알리타는 오렌지의 단 맛에 감탄하며 너무 맛있다는 감탄사를 연발한다. 하지만 아이가 부모가 입에 넣어주는 음식만을 씹어 삼키는 시기는 아주 잠시다. 알리타는 골목골목을 돌아다니며 새로운 세상을 발견하게 되고, 새로운 음식 또한 발견하게 된다. 이후에 연인이 되는 휴고가 그녀에게 사준 초콜릿 앞에서, 이도에게는 슬픈 일이지만, 알리타는 ‘이제 이게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야!’ 라고 외친다. 생명이 있다는 것과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것은 엄연히 다른 것이다. 알리타는 가장 날 것에 가까운 음식에서 시작해 어느새 초콜릿을 맛보았으며, 단순히 생명을 얻은 것에 기뻐하지 않고 자신만의 주체적인 삶을 향해 나아갔다. 부성애라는 내리사랑을 받는 수동적 처지에서 벗어나 남자친구 휴고와 사랑을 주고받는 감정적 주체가 되어갔으며, 마침내 결말부에 이르러서는 ‘알리타’가 되기보다 ‘배틀엔젤’이 되길 선택했다.

 

▲ '알리타 : 배틀 엔젤' 스틸컷.  © 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자신의 딸 역할을 해주길 바랬지만 그럴 수 없었던 알리타를 모터볼 경기장으로 들여보내며 이도 박사가 짓던 씁쓸한 얼굴과, 단지 누군가의 딸로만 남을 수는 없었던 알리타가 적을 향해 칼을 빼 들며 짓는 당당한 얼굴이 연달아 나오는 마지막 장면을 보고 나면, 마음 한쪽에는 박사의 서글픔이, 다른 한 쪽에는 알리타에 대한 응원이 자리잡는다. 성장사에 있어서 자식은 마지막에 부모를 어떤 식으로든 배반해야 한다. 자식은 더 이상 자식의 역할로만 남지 않게 됨으로써 자식 노릇을 다 하는 것이다. 이 부모-자식 관계의 필연적인 배반을 영화 <알리타: 배틀엔젤>은 어떤 성장 영화보다도 선명하고 간결하게 묘사하고 있다.

 

결국 이 영화에 동원된 화려하면서도 압도적인 양의 CG와 기술은 거대한 미래도시적 세계관을 선보이는데 보다는 그래픽으로 살려낸 인조 인간 알리타를 관객이 한 인간으로 받아들이게 만드는 데에 더 큰 의의를 두고 있다. 예고편이 공개되었을 때 몇몇 사람들은 알리타의 눈이 너무 왕방울 만하다며 거부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 영화의 마지막에 이르면 모두가 동의할 단 하나의 진실은, 처음엔 조금 어색 했을지 몰라도 우리는 어느새 알리타의 얼굴을 오만가지 표정이 살아 숨쉬는 십대 소녀의 자연스러운 얼굴로 받아들이게 된다는 것이다(실제로 제작진은 CG기술의 상당수를 알리타를 연기한 배우 로사 살라자르의 생생한 표정을 캡쳐하는데 사용하였다). 실질적으로 영화의 서사는 새 몸을 얻은 알리타가 눈을 뜨며 시작하고, 알리타가 그 큰 눈으로 적을 노려보며 끝난다. 뛰어난 기술이 그 자체로 서사를 품는다. 알리타의 맑고 커다란 눈동자안에 이 영화가 하고 싶은 모든 말이 들어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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