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의 정원> 따뜻한 마음을 담은 소우주

[프리뷰] '모리의 정원' / 3월 26일 개봉

김준모 | 기사승인 2020/03/23 [09:49]

<모리의 정원> 따뜻한 마음을 담은 소우주

[프리뷰] '모리의 정원' / 3월 26일 개봉

김준모 | 입력 : 2020/03/23 [09:49]

▲ '모리의 정원' 포스터  © 영화사 진진

 

[씨네리와인드|김준모 기자] 사람은 누구나 소우주(Mikrokosmos)를 지니고 있다. 그 공간은 자신만의 영역이며 이런 개개인의 소우주가 모여 실제 우주인 대우주가 형성된다. 거대한 우주 안에서 개인은 보잘 것 없는 존재지만 그 의미를 소우주에서 찾는다면 하나의 세계관을 지니고 공유하고 확장할 수 있는 작은 우주의 개념으로 격상시킬 수 있다. 화가 구마가이 모리카즈의 말년을 그린 이 영화는 그가 만들어낸 소우주의 세계를 보여주며 공존과 안정을 말한다.

 

구마가이 모리카즈는 도시마구에 자택을 지은 이후 45년을 이 집에서 보냈다. 그의 집에는 거대한 정원이 있는데 이 정원은 흔히 우리가 생각하는 잘 정돈된 깔끔한 모습이 아니다. 나무의 잎은 무성하고 벤치의 자리는 화분이나 항아리를 뒤집어 대신한다. 여기에 갖가지 벌레가 가득한 이곳에서 모리카즈는 아내 히데코와 함께 살아간다. 작품은 자연을 고스란히 담은 정원의 모습을 재현한다.

 

▲ '모리의 정원' 스틸컷  © 영화사 진진

 

작품은 두 가지 측면에서 모리카즈의 삶이 담긴 정원의 모습을 담아낸다. 첫 번째는 공존이다. 다리가 불편해 양손에 지팡이를 지니고 다니는 모리카즈의 낙은 정원을 거니는 것이다. 그는 이 정원에서 고양이, 물고기, 벌레와 함께 살아간다. 그는 인위적으로 정원을 손질하거나 고양이에게 밥을 주지 않는다. 보이는 그대로의 정원을 바라보며 그 안에서 싹트는 생명들이 함께 살아가길 원한다.

 

그의 이런 자세는 집을 찾아오는 손님들과 그들을 대하는 자세에서도 비롯된다. 부부는 집에 찾아오는 손님을 절대 내쫓지 않는다. 그들과 함께 호흡하고 식사하며 부탁이 있다면 귀를 기울인다. 모리카즈의 사진을 찍기 위해 온 사진사는 처음에는 살충제를 뿌리며 그의 정원에 적응하지 못하지만 점점 모리카즈의 시선을 따라 개미들의 움직임을 바라본다.

 

아파트 건축 문제로 찾아온 건축업자의 짜증에도 히데코와 모리카즈는 화를 내지 않는다. 아파트가 모리카즈 정원에 일조권을 방해하고 이 문제로 반대하는 마을 사람들의 문제를 두 부부는 알고 있다. 다만 부부는 이 문제에 대해 한쪽의 승리보다는 공존을 택하고자 한다. 모리카즈는 우세한 여론에도 불구 어떻게 하면 아파트 건축과 본인의 산책이 함께 이뤄질 수 있을지 고민한다.

 

▲ '모리의 정원' 스틸컷  © 영화사 진진

 

두 번째는 겸손이다. 모리카즈는 이 나이까지 학교에 다닌다며 자학이 섞인 유머를 내뱉는다. 그 학교란 모리카즈의 화실이다. 그는 아침에는 정원을 거닐며 자연을 바라보고 밤이면 화실에서 그림을 그리는 생활을 반복했다고 한다. 그는 문화부에서 훈장을 받을 만큼 뛰어난 실력을 지녔지만 여전히 공부한다는 마음으로 예술을 대한다.

 

그의 겸손은 생명을 대하는 자세에서도 비롯된다. 새싹이 더디게 피어나는 모습을 바라보고 벌레들의 움직임을 고개를 숙여 바라보는 그는 부와 명예를 바라고 세상으로 나아가기 보다는 정원 안에 자신이 지닌 모든 게 다 있다고 생각한다. 히데코 역시 이런 남편의 뜻을 따르며 친척, 이웃, 손님들과 편하게 앉아 식사를 한다. 그들의 식탁에는 누구나 겸상할 수 있고 자신의 목소리로 말할 수 있다.

 

▲ '모리의 정원' 스틸컷  © 영화사 진진

 

이런 공존과 겸손이 어우러지는 공간이 정원이라면 이를 표현하는 장면은 어린아이의 그림이라 할 수 있다. 모리카즈를 찾아온 손님은 자신의 아들이 그렸다며 추상적인 그림을 하나 보여준다. 아들이 천재일지 모른다며 기대를 표하는 손님에게 솔직한 성격의 모리카즈는 ‘못 그린 그림’이라 직설적으로 말한다. 그리고 ‘못 그린 그림도 작품이다’라는 말을 통해 그 가치를 말한다.

 

모리카즈는 모든 그림은 누군가 가치가 있다 여긴다면 작품이라 생각한다. 잘 그리고 못 그린 건 판단의 문제지 가치의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잘 그린 그림이 있다면 못 그린 그림도 있기 마련이다. 세상에 크고 강한 존재만 있지 않고 작고 보잘 것 없는 존재도 함께 살아가는 거처럼 그 판단에 상관없이 작품은 모두 가치가 있다. 이 장면은 겸손과 공존으로 정원을 일궈낸 모리카즈의 가치관을 잘 보여준다.

 

<모리의 정원>은 일본영화 특유의 잔잔하면서도 따뜻한 분위기 안에 독특한 유머와 뚜렷한 가치관으로 시선을 사로잡는 매력을 보여준다. 일본 영화의 현대사를 함께한 야마자키 츠토무와 故 키키 키린의 부부 연기는 눈빛만 봐도 알 수 있는 오래된 부부의 느낌을 표현해낸다. 이런 감성은 모리카즈가 만들어낸 정원이라는 소우주에 빠져드는 따뜻한 사랑을 말한다.

 

 

김준모 기자| rlqpsfkxm@cinerewi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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