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퀸 오브 아이스> 얼음 같은 삶을 살아온 스타

[프리뷰] '퀸 오브 아이스' / 3월 26일 개봉예정

김준모 | 기사승인 2020/03/24 [16:01]

<퀸 오브 아이스> 얼음 같은 삶을 살아온 스타

[프리뷰] '퀸 오브 아이스' / 3월 26일 개봉예정

김준모 | 입력 : 2020/03/24 [16:01]

▲ '퀸 오브 아이스' 포스터  © (주)엣나인필름

 

[씨네리와인드|김준모 기자]  <보헤미안 랩소디>, <주디>, <에이미> 등 스타를 소재로 된 최근 작품들의 트렌드는 성공과 영광이 아닌 그 이면의 어둠이다. 화려한 무대 아래의 공허와 쓸쓸함, 남들에게 이용당하며 자존감을 잃고 술과 약물에 의존하는 스타의 모습은 씁쓸함을 남긴다. <퀸 오브 아이스>는 피겨 역사를 통틀어 최고의 선수로 칭송받는 소냐 헤니가 은퇴 후 할리우드에 진출했던 시절을 바탕으로 스타의 고통과 아픔을 그려낸다.

 

소냐 헤니는 27년부터 36년까지 무려 9년간 모든 대회에서 1위를 차지한 전설적인 선수다. 이 기간 동안 올림픽 3연패, 유럽선수권 6연패, 서계선수권 10연패 등 엄청난 기록을 달성한 건 물론 남성 위주의 예의바르고 엄격한 보수적인 피겨 스케이팅 계에 현재와 같은 아름다움이 중심이 되는 스포츠로 바꾼 인물이기도 하다.

 

▲ '퀸 오브 아이스' 스틸컷  © (주)엣나인필름

 

어린 시절부터 운동에 재능이 탁월했던 소냐는 오빠를 따라 피겨를 배우게 된다. 노르웨이에서 가장 사랑받는 선수가 된 그녀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제안에 미국을 향한다. 할리우드에 진출한 그녀는 각종 피겨 영화에 주인공을 맡으며 스타에 오른다. 당시 할리우드는 뮤지컬 영화가 붐이었고 이런 흐름에 기술을 요하는 피겨 스케이팅 장면과 귀여운 외모를 지닌 소냐는 딱 맞는 인물이었다.

 

소냐의 성공이 당시 할리우드의 분위기와 타이밍 좋게 맞아 떨어졌다면 그녀의 몰락은 여느 스타들과 같은 모습을 보여준다. 그 첫 번째는 가족이다. 소냐는 가족들을 너무 사랑했는데 그 중 오빠 레이프 헤니와의 우정이 각별했다. 문제는 레이프가 마땅한 재능도 능력도 없다는 것이다. 할 일이 없다는 레이프에게 소냐는 사업을 하라며 돈을 준다. 가족 모두가 소냐를 바라보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가족 사업을 벌인 것이다.

 

▲ '퀸 오브 아이스' 스틸컷  © (주)엣나인필름

 

두 번째는 남자다. 빙판 위 그리고 카메라 앞에서의 화려한 삶과 그 아래에서 오는 공허함 사이의 간극 때문에 소냐는 외로움을 크게 느낀다. 누군가 곁에 없으면 불안을 느끼는 소냐는 가족으로 채워지지 않는 갈증을 남자로 해소한다. 술과 남자에 빠져 스캔들을 만드는 그녀는 제작사에게 미운 털이 박힌 건 물론 방탕하고 무책임한 생활로 두 번의 결혼을 망치게 된다.

 

세 번째는 자존심이다. 스타가 몰락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평생 하늘 위에서 빛나고 싶어 하는 욕심 때문이다. 소냐에게도 이제는 무대가 아닌 그 뒤에서 연출이나 지도를 담당해야 될 때가 다가오지만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녀는 무리해서 공연을 계획하고 결국 영원할 것만 같았던 그녀의 왕국을 스스로 무너뜨린다. 소냐를 곁에서 돌보던 유일한 친구이자 비서였던 코니 역시 이런 소냐의 욕심을 견디지 못한다.

 

▲ '퀸 오브 아이스' 스틸컷  © (주)엣나인필름

 

스타의 ‘탄생’에 공통적인 요소로 재능과 노력이 있는 거처럼 ‘몰락’에도 같은 요소가 존재한다. 수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는 스타에게 그 순간이 섬광처럼 지나간다는 점은 견디기 힘든 고독과 외로움일 것이다. 은반 위에서는 전설이었지만 그저 가족을 사랑하고 그들을 위해 헌신을 다하고 싶은 어린 소녀였던 소냐 헤니는 그 어리광과 당돌함을 받아줄 수 있는 이들이 점점 사라지면서 삶의 동력을 잃게 된다.

 

과거 히틀러와의 친분을 드러내는 어리석은 실수를 하고 이 때문에 유럽에서 미움 받을 것이란 불안으로 할리우드에 머물러야 했던 소냐는 그만큼 순수하고 철없는 소녀였다. 수많은 스타들의 곁에는 올바른 말을 해주고 쓰러진 팔을 잡고 일으켜줄 동료가 금방 떠나간다. 곁에 남는 건 그들을 통해 자신의 잇속을 챙기고 오히려 몰락을 부추기는 간악한 이들만 남을 뿐이다. 소냐가 꿈꾸었던 아메리칸 드림은 마치 허상처럼 사라지고 아픔만 남긴다.

 

작품 중간중간 나타나는 소냐의 어린 시절은 이들 가족이 노르웨이에서 계속 지냈으면 어땠을지에 대한 안타까움을 드러낸다. 강한 우애로 뭉친 소냐와 레이프, 빙상과 가족이 있으면 항상 행복했던 소냐의 모습은 인기를 얻었으나 명예롭지 못했던 시절을 더욱 가슴 아프게 만든다. 찬란하게 아름답지만 그만큼 차갑고 따스한 온기 속에서 결국 녹아버리는 얼음 같은 인생을 살아온 ‘퀸 오브 아이스’의 이야기는 진한 여운을 선사할 것이다.

 

 

김준모 기자| rlqpsfkxm@cinerewi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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