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지않은 공평한 미래

‘프랑스 영화학교 입시 전쟁’ 심사위원의 목소리로 듣다.

이은서 | 기사승인 2020/03/31 [10:08]

머지않은 공평한 미래

‘프랑스 영화학교 입시 전쟁’ 심사위원의 목소리로 듣다.

이은서 | 입력 : 2020/03/31 [10:08]

 

  © 제14회 EBS 국제다큐영화제

 

[씨네리와인드|이은서 리뷰어] 두 시간에 걸친 영화학교 '라 페미스' 입시를 한마디로 요약해보자면, 프랑스라는 국가가 가진 예술에 대한 경외심이다. 미래 예술가들을 배양하는 학교, 교육기관에서 학생들을 선발하는 데에 온 사력을 다하고 있다는 것을 영화의 존재로 증명한다.

   

프랑스 사회의 예술과 역사에 대한 관심을 짧게 덧붙이자면, 학예사 시험은 한국의 외무고시 수준으로 어렵고 합격률이 낮다고 한다. 입시를 경험했든- 입사를 경험했든- 자신의 능력을 시험받아야 한다는 사실은 그리 유쾌하지만은 않고, 영화 또한 즐겁지는 않다. 초반에는 지원자 입장에 이입했기 때문이 아닐까. 조직에 적합한 인재인지 무수한 질문과 마주해야 한다는 사실은 능력주의 사회를 사는 우리에게 너무도 익숙하다.

 

  © 제14회 EBS 국제다큐영화제

 

영화를 보고 1시간 이내에 분석하는 1차 시험부터 영화는 시작된다. 장강명 작가는 책 '당선, 합격, 계급'에서 시험(승진, 공시, 수능 등 모든 것)이 가장 공평하다고 생각을 하게 만들지만, 출발선부터 어긋난-완벽하게 부조리한-제도일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이 문제 제기에 깊이 공감했고, 한국이든 프랑스든 대규모 필기시험에 공평이라는 착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생각했다. 이것이 지금껏 심사위원의 신중한 고민을 모두 지워냈다.

 

프랑스의 영화 전문학교 '라 페미스'는 여러 명의 심사위원과 여러 단계의 선발 과정을 둔다. 영화와 관련된 일을 하는 현직자들을 심사위원으로 두었다는 점이 독특하다. 가르치는 사람 이 학교의 사람이 아닌 현직 영화인으로서의 심사위원들이 그들의 가능성을 보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본인들의 가치평가가 훗날 영화산업의 영화인으로서가 아니라 나의 제자혹은 학생으로서의 선호를 우려한 선택이지 않을까.

 

서류, 작화, 면접 크게 세 가지의 평가 과정을 거치는데 영화학교 내 학과별 2차 면접의 형태는 다른듯하다. 배우와 카메라, 그리고 무대에서 정해진 시제를 어떻게 구현해 낼 것인지. 몇 분 남짓한 시간 동안 지원자는 감독이 될 수 있다. 3개의 숏을 만들어 심사자와 이야기를 나눴다. 총 네 명의 심사위원이 머리를 맞대어 2차 결과를 합산하던 중 의견이 엇갈렸다.

 

 

나는 미치광이가 라 페미스에 입학하는 것을 볼 수 없다.”

 

나도 그의 커뮤니케이션 자질에 대해서는 부족하다는 점을 인정하나 감독이 되지 못하리라는 법은 없다.”

 

그렇지 않다. 감독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필요하다.”

 

그건 당신이 생각하는 영화감독의 가치평가 중 하나일 뿐이다.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좋지 않은 감독도 분명있다. 현장에서 스탭들이 고생할 때 한 감독은 장난감 가게에서 시간을 보낸다. 그러나 영화의 작품성으로 볼 때 하나 흠잡을 곳 없다.”

 

나도 그가 이 학교에 입학하게 된다면 말을 섞으려 하지 않고 피할 것 같다. 그러나 그것이 그의 입학을 막는 이유가 되어서는 안 된다.”

 

클레르 시몽, <프랑스 영화학교 입시 전쟁>

 

 

같은 과제물과 같은 프로젝트, 같은 지원자를 본 심사위원의 평가는 제각각이다. 가장 완벽했다는 3명의 심사위원과 쓰레기와 다름없는 숏이라는 심사위원, 그러나 공정한 관점으로 지원자를 뽑고자 하는 욕심은 모두 같기에 토론 과정에 열기는 식을 줄 모른다.

 

마지막 3차 구두 면접 전 학교 관계자는 학생들은 작화를 잘할 수도, 분석을 잘할 수도, 말을 잘할 수도 있다. 각자의 능력은 다양하니 어느 하나를 못 한다고 할지라도 그 뒤에 있는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 달라.”고 부탁한다. 즉 구두 면접이라고 해서, 그것만을 평가의 주요한 요소로 두지 말라는 당부다. 말하는 것이 만족스럽지 않을지라도 영화인으로서 충분한 다른자질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심사위원은 그 점을 지원자의 결함으로 간주하는 대신 정확한 선발 방법이 없다는 데에 통감하며 상세히 분석해야 한다.

 

  © 제14회 EBS 국제다큐영화제

 

심사위원들의 반복된 충돌 끝에 그 중 한 명이 달뜬 목소리로 지원자 마다 합격시키지 않을 근거가 너무 달라서 이게 공평한 것인지 의문이 든다고 말한다. 프랑스, 영화학교, 라는 특수화된 이 공간에서만 나오는 이야기가 아니리라. 지원자는 짧은 시간 안에 자신의 능력을 증명해야 하는 것처럼 심사위원은 짧은 시간 안에 그 능력을 찾아내야 하는 각자의 어려움이 있다. 심지어는 열정을 수량화하는 것을 서슴지 않아야 한다. 현행제도의 한계점을 인정하는 심사위원들의 대화가, 공평한 선발이 요원하지만은 않다고 본다. 현행제도의 한계를 누구보다 아쉬워하는 것은 지원자뿐만이 아니었다. 공평하고 적절하게 지원자를 분석 및 선발하려는 심사위원들의 욕심이 있기에 모두에게 공평한 선발제도가 정착하기까지 그리 먼일은 아닌 것 같다는 의견을 덧붙인다.

 

클레르 시몽 감독 또한 이 학교의 심사위원으로 선발 과정에 애착과 책임을 가지고 있으며 무엇보다 공평을 추구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감독이 이 영화를 제작한 동기를 감히 헤아려보자면, 심사위원 또한 이 제도가 분명한 한계를 절감하며, 이에 끝없이 토론하고 싶은듯하다. 명확하지 않은 제도 속에서 감독이 소리 내어 말할 수 있는 것은 한 심사위원의 말로 요약된다. “지원자를 평가하는 것이 굉장히 빈약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그들의 풍부한 스토리텔링에 집중하고 있다.”

 

 
보도자료 및 제보|cinerewind@cinerewind.com
씨네리와인드 객원취재부 기자단 3기
  • 도배방지 이미지

프랑스영화학교입시전쟁 관련기사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