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론 넘어갈 수 없는 거짓말도 있다

영화 '줄리안 포'

김준모 | 기사승인 2020/04/02 [10:38]

때론 넘어갈 수 없는 거짓말도 있다

영화 '줄리안 포'

김준모 | 입력 : 2020/04/02 [10:38]

▲ '줄리안 포' 포스터  © Cypress Films

 

어제는 4월 1일 만우절이었다. 만우절은 하루 동안 거짓말을 할 수 있는 날로 언론과 유명인들도 기막힌 거짓말을 하며 유쾌함을 선사한다. 영국 BBC의 ‘스파게티 나무’와 ‘하늘을 나는 펭귄’ 2008년 구글의 ‘사투리 검색’이 그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모든 거짓말이 농담이란 이유로 받아들여 질 수 있는 건 아니다. 만우절 장난전화는 매년 있어왔던 문제고 결국 2010년부터 벌금을 물리기에 이르렀다. 올해에는 그룹 JYJ의 김재중이 SNS를 통해 ‘코로나에 걸렸다’는 만우절 거짓말을 남겨 논란이 되었다.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심각할 때에 이를 거짓말로 소비하는 경솔한 행동을 했다는 게 이유다.

 

때론 가볍게 던진 거짓말이 예기치 못한 결과를 낳기도 한다. 앨런 웨이드 감독의 97년 작 ‘줄리안 포’는 이런 순간을 블랙코미디의 형식으로 풀어낸다. 씁쓸한 웃음은 블랙코미디의 미학이자 삶을 바라보는 냉혹한 시선을 말한다. 작품의 주인공인 줄리안 포는 바다를 보기 위해 여행을 떠나다 차가 고장 나 근처의 마을에 머무른다.

 

마을은 갑작스러운 이방인의 등장에 경계한다. 술집에 들린 포는 그곳에서 마을 사람들의 공격적인 질문을 받는다. 방어에만 급급하던 그는 마을에 왜 왔냐는 질문에 얼떨결에 자살하기 위해 왔다는 거짓말을 한다. 갑작스레 튀어나온 그 대답 이후 마을 사람들은 그를 따뜻하게 대해준다. 이 따뜻함은 자살을 앞둔 이에 대한 동정이다.

 

하지만 이 감정은 동정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사람들은 포에게 인생에 대해 물어보고 그의 말을 진리처럼 따른다. 그는 마치 성자처럼 마을 사람들에게 대접을 받는다. 그리고 마을 사람들은 포가 언제 자살할지에 대해 내기를 하며 오직 그의 자살에만 초점을 맞춘다. 어쩌면 따분하기 짝이 없는 이 시골마을에 흥미로운 존재가 나타난 것이다.

 

작품은 두 가지 측면에서 이 마을과 포의 관계를 다룬다. 첫 번째는 역설이다. 포는 아버지 때문에 자주 이사를 다녔고 때문에 동네에 자신을 아는 이들이 거의 없었다고 말한다. 그는 태어나 처음 많은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게 되었다 언급한다. 사람들은 포가 살아있을 때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그가 죽음이란 소멸을 말하자 관심을 보인다.

 

이는 사랑에서도 마찬가지다. 포는 자신처럼 자살을 꿈꾼다는 사라라는 여성을 만난다. 포는 그녀와 사랑에 빠지고 마을에서 행복하게 살아갈 생각을 하지만 사라는 자살한다. 왜 행복의 순간에 자살을 택해야 하는지 포는 이해할 수 없다. 죽음의 순간 존재를 각인시킨 역설처럼 슬픔을 통해 행복을 이루고자 한 사라의 행동은 포를 절망에 빠뜨린다.

 

두 번째는 변화다. 사라를 잃은 포는 그 상실감 때문에 더 죽음을 거부한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그에게 자살할 것을 강요한다. 생각이 바뀔 수도 있는 거 아니냐는 그의 말을 그들은 듣지 않는다. 옛 풍경을 간직한 시골의 마을은 사람에게 있어서도 생각의 변화를 허락하지 않는다. 이는 포의 여정이 바다를 보기 위한 길이었음을 생각했을 때 묘한 느낌을 준다.

 

과연 포는 바다만을 보기 위해 여행을 택한 걸까. 바다는 변치 않는다. 언제 가도 그 모습 그대로다. 어쩌면 포는 그런 바다의 변치 않는 모습 속에서 유한한 삶을 끊으려 했을지도 모른다. 마을 사람들과 바다가 변치 않는 모습을 의미한다면 포의 생각은 대비를 이루는 변화다. 작품은 포가 왜 바다를 향하는지 이유를 보여주지 않는다. 어쩌면 포가 내뱉고 싶었던 말은 이랬을지 모른다.

 

‘나는 바다를 보고 그 앞에서 자살할 것이다’ 하지만 그는 ‘자살을 위해 마을을 방문했다’는 거짓말을 했고 결국 바다를 보지 못했다. 변치 않는 바다처럼 변하지 않는 마을에서 지내는 마을 사람들의 생각은 포처럼 변화를 보여주지 않는다. 사라가 사랑이란 행복 앞에서 자살을 택한 거처럼 그들은 변치 않는 걸 미덕이라 여기니까.

 

이 영화의 블랙코미디적 요소는 여기서 비롯된다. 죽음을 말하는 순간 피곤하고 무력해 보였던 포의 삶은 활력을 얻게 되며 이 활력을 통해 삶을 살아가고자 하는 순간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운다. 때론 넘어갈 수 없는 거짓말도 있다. 거짓은 본질적인 현상이 아니다. 주변에 따라 유동적으로 그 의미와 수용이 달라진다. 거짓으로 인해 죽음에 이르게 된 이 남자의 이야기는 씁쓸한 웃음을 남긴다.

씨네리와인드 기획취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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