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져 가는 기억 속 시대의 무게와 책임을 담다

영화 '리멤버: 기억의 살인자' / 4월 3일 개봉

김준모 | 기사승인 2020/04/03 [12:46]

사라져 가는 기억 속 시대의 무게와 책임을 담다

영화 '리멤버: 기억의 살인자' / 4월 3일 개봉

김준모 | 입력 : 2020/04/03 [12:46]

▲ '리멤버: 기억의 살인자' 포스터  © (주)제이앤씨미디어그룹

 

[씨네리와인드|김준모 기자] 세계 2차 대전은 유럽 역사를 송두리째 바꿔놓은 사건이다. 제국주의의 종말을 불러왔고 유럽의 인문학에 사유라는 개념을 가져왔으며 세계의 패권을 미국과 소련이 가져오게 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인류의 고통과 아픔은 예술의 진보를 가져온다.

 

세계 2차 대전 후 이와 관련된 뛰어난 예술작품들이 여전히 창작 중이다. 이는 영화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전쟁·드라마·코미디·스릴러 등 다양한 장르에 걸쳐 세계 2차 대전의 악몽을 다룬다.

 

‘리멤버: 기억의 살인자’는 스릴러의 문법으로 이 악몽을 풀어낸 영화다. 작품은 현대를 배경으로 한다. 요양원에서 지내는 두 노인 거트만과 맥스는 과거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함께 생활했다. 아내와 사별한 제프는 장례식 후 맥스와 맹세했던 계획을 시행하기로 결심한다. 그 계획은 ‘루디 컬랜더’라는 남자를 죽이는 것이다.

 

루디 컬랜더는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두 사람의 가족을 모두 몰살시킨 나치 대원이며 이들은 그 증오심으로 평생을 살아왔다. 치매에 걸린 거트만은 삶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인식하고 루디 컬랜더를 죽일 모험을 떠난다. 맥스는 총을 비롯해 모든 자금을 대준다. 거트만은 기억을 잃어버리기 전 루디 컬랜더를 죽여야 한다. 점점 흐릿해지는 기억 속 맥스가 알려준 장소마저 깜빡거리기 시작한 그는 생의 마지막 임무를 수행하고자 한다.

 

▲ '리멤버: 기억의 살인자' 스틸컷  © (주)제이앤씨미디어그룹

 

작품은 세 가지 측면에서 세계 2차 대전을 소재로 흥미로운 변주를 시도한다. 첫 번째는 정통 복수극의 문법이다. 과거의 아픔을 간직한 이가 단서를 찾게 되고 복수를 위해 길을 떠난다는 설정은 복수극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장르인 서부극의 문법을 보여준다. 거트만이 총을 무기로 사용한다는 점 역시 그렇다. 기억을 잃어가는 거트만이 복수심은 더욱 뚜렷해진다는 점은 극적인 몰입을 높이기도 한다.

 

두 번째는 역사의 아픔을 간직한 사람들이다. 거트만은 복수의 여정에서 다양한 루디 컬랜더를 만난다. 과거 아프리카 나치에서 활동했던 루디를 만나는가 하면 동성애를 이유로 아우슈비츠에 끌려갔던 루디를 만나기도 한다. 그 중 가장 인상적인 루디는 젊은 루디다. 그는 2차 대전 당시의 인물이 아님에도 나치를 신봉하며 숭배한다. 때문에 잔혹하고 악랄한 면모를 지닌다. 그는 거트만이 유대인이라는 걸 알자 공격하기에 이른다.

 

▲ '리멤버: 기억의 살인자' 스틸컷  © (주)제이앤씨미디어그룹

 

이런 루디들의 모습은 역사의 아픔을 보여준다. 잘못된 역사를 상징하는 동성애자 루디, 그 역사를 바로 잡지 못한 채 존재를 숨기고 살아간 나치의 루디, 그 바로 잡지 못한 역사 때문에 잘못된 사상을 믿고 따르며 폭력을 행사하는 젊은 루디를 통해 시대의 비극은 시간의 흐름 속에 지워지지 않음을 표현한다.

 

세 번째는 배우 크리스토퍼 플러머의 내공이다. 거트만 역의 크리스토퍼 플러머는 ‘비기너스’ ‘올 더 머니’ 등의 작품을 통해 명품조연의 가치를 보여준 바 있다. 이번 작품에서 그는 기억을 잃어가는 2차 대전의 피해자이자 복수의 주체 거트만의 내면을 심도 있게 묘사해낸다. 때문에 거트만이 다양한 루디를 만나면서 품게 되는 감정은 대사 없이 표정만으로 그 깊이를 느낄 수 있다.

 

▲ '리멤버: 기억의 살인자' 스틸컷  © (주)제이앤씨미디어그룹

 

젊은 루디를 만났을 때의 공포나 동성애자 루디를 만났을 때 느끼는 슬픔의 공감이 그 대표적인 예다. 시대가 품은 공포와 슬픔 그리고 증오를 간직한 얼굴은 장르적인 매력 속에 심도 높은 드라마를 선사한다. 세계 2차 대전 이후 지워지지 않은 역사의 아픔과 여전한 비극을 담아냈다는 점에서 무거운 책임감을 통감하게 만든다.

 

‘리멤버: 기억의 살인자’는 소재의 무게감을 견뎌내며 장르적인 매력을 잃지 않는다. 드라마와 스릴러 사이를 적절히 배합하며 미스터리 스릴러의 화룡정점인 반전 역시 선보이며 잊지 못할 여운을 남긴다.

 

세계 2차 대전은 끝나지 않은 역사며 이를 경계하는 영화들의 창작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이 영화는 그런 작품들 속 자신만의 색을 지닌 독특한 변주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김준모 기자| rlqpsfkxm@cinerewi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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