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혈압주의! 분노지수를 높이는 영화 7편

김준모 | 기사승인 2020/04/06 [13:13]

기획|혈압주의! 분노지수를 높이는 영화 7편

김준모 | 입력 : 2020/04/06 [13:13]

[씨네리와인드|김준모 기자] 보는 내내 입가에 미소를 짓게 만드는 해피 바이러스로 꽉 찬 영화가 있는가 하면 어떤 영화는 러닝타임 내내 분노지수를 끌어올리며 혈압이 오르게 만든다. 답답한 상황설정은 물론 악마보다 더 악랄한 이들을 등장시키며 주인공과 함께 분노할 수 있는 시간을 선사한다. 오늘은 내 혈압을 바짝 오르게 만드는 분노지수를 높이는 영화 7편을 소개하고자 한다.

 

▲ '한공주' 스틸컷  © 무비꼴라쥬

 

한공주

 

‘전 잘못한 게 없는데요’라는 이 영화의 문구는 가슴을 후빈다. 공주는 전학 간 학교에서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 행복하게 지낸다. 그 학교 친구들은 진심으로 공주를 좋아해 주며 그녀가 지닌 음악적 재능으로 큰 성공을 거두길 바란다. 그래서 그런 마음으로 친구가 노래하는 영상을 유튜브에 올린다. 하지만 이 사실을 알게 된 공주는 화를 내며 불안에 떤다. 그 이유는 공주가 ‘피해자’이지만 도망쳐야 되기 때문이다.

 

밀양 집단 성폭행 사건을 모티브로 한 이 영화는 그 당시 피해자들의 합의 종용과 오히려 피해자를 ‘밀양의 수치’라며 모욕을 준 경찰들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동시에 재능을 지닌 공주가 그 꿈을 펼치지 못한다는 점은 피해자를 향한 왜곡된 시선과 피해를 보여주며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특히 공주에게 합의를 종용하기 위해 학교로 찾아온 가해자들의 부모와 그런 부모들을 창밖으로 바라보며 불안해하는 공주의 표정은 잔혹하게 마음을 짓누른다.

 

▲ '퍼니 게임' 스틸컷  © 콩코드캐슬 록/터너

 

퍼니 게임

 

이런 상황이 일어났다고 가정해 보자. 어느 날 가족끼리 놀러간 별장에 낯선 두 남자가 찾아와 계란을 4개만 달라고 한다. 남자는 계란을 자기 실수로 떨어뜨려 놓고 더 내놓으라고 한다. 없다고 말하니 그 남자가 행패를 부리는 건 물론 골프채로 다리를 내리친다면 얼마나 열 받고 짜증나며 서러울까. 미카엘 하네케 감독이 계층 문제를 미디어의 폭력성으로 담아낸 이 영화는 다소 어처구니없는 상황설정을 통해 분노를 유발해낸다.

 

별장에 찾아온 두 남자는 계란을 이유로 폭력을 행하는 건 물론 내일 오전 9시까지 가족의 죽음을 전제로 한 게임을 진행한다. 카메라를 쳐다보며 윙크를 하거나 시간을 뒤로 되감기 하는 장면은 관객의 참여를 요구하며 이들의 살인게임에 동참하게 만든다. 이를 통해 불쾌함과 혐오를 선사하며 우리가 바라보는 미디어의 폭력성과 계층 사이에서 벌어지는 분노와 증오를 바라보게 만든다.

 

▲ '우행록' 스틸컷  © (주)드림팩트엔터테인먼트

 

우행록: 어리석은 자의 기록

 

현대인들이 사회생활에서 가장 힘들어하는 게 관계다. 모든 사람이 마음에 선한 마음을 지니고 있고 양심에 따라 행동한다면 모르겠지만 이기심으로 똘똘 뭉치고 남에게 피해를 주는 걸 개의치 않아하는 이들이 존재하는 한 관계 맺기는 혐오와 염증을 불러 온다. 1년 전 발생한 일가족 살인사건의 진실을 취재하는 기자 다나카는 사망한 남자 타코우에 대해 알아 가면 알아갈수록 그에 대해 염증을 품게 된다.

 

그는 살인을 당한 ‘피해자’이지만 동시에 가해자처럼 보인다. 실속을 챙기고 자기 자신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마음으로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고 인생마저 무너뜨리는 그의 모습은 어쩌면 사회에서 사라지는 게 더 도움이 된다는 생각마저 들게 만든다. 다나카가 진실을 찾아가면 찾아갈수록 타코우 가족은 살인의 피해자가 아닌 사회에 존재하면 안 될 인간들처럼 여겨지며 그들의 악행은 법으로 처벌할 수 없기에 더 큰 분노를 불러온다.

 

▲ '어둠의 표적' 스틸컷  © ABC Pictures

 

어둠의 표적

 

‘폭력 미학의 거장’이라는 별명을 지닌 샘 페킨파 감독의 이 영화는 분노를 모으고 모아 폭발시키는 파괴력을 지니고 있으나 그 과정까지 가는데 많은 에너지를 소비한다. 조용한 성격의 수학자 데이비드는 도시의 폭력을 피해 아내 에이미의 고향인 시골마을로 오지만 이곳은 도시보다 더 심한 폭력과 유착을 지니고 있다. 차고 공사를 돕기 위해 온 아내의 친구들은 그들의 고양이를 죽이는가 하면 데이비드를 대놓고 위협한다.

 

특히 에이미의 옛 애인이었던 헤네이의 등장과 헤네이와 친구들이 데이비드를 데리고 사냥에 나가 그만 사냥터에 남겨둔 채 돌아와 에이미를 강간하는 장면은 분노지수를 최대로 끌어올린다. 한 개인이 집단의 폭력 앞에 감시당하고 무너지는 모습은 마음을 답답하게 만들며 이에 저항할 수단이 없다는 점은 분노를 유발한다. 후반부 데이비드의 분노폭발은 쾌감을 주지만 이 쾌감까지 가는 길은 실로 험난하다.

 

▲ '그래도 내가 하지 않았어' 스틸컷  © 위드시네마

 

그래도 내가 하지 않았어

 

‘쉘 위 댄스’로 일본 아카데미 시상식 최다부문을 수상한 수오 마사유키 감독은 신문에서 본 한 기사 때문에 10년 만에 영화계로 돌아올 결심을 하게 된다. 그가 본 그 기사는 치한으로 몰려 징역형을 선고 받은 남자의 이야기다. 한때 일본은 피해자의 주장에만 힘을 실어 치한 문제를 처리했다. 대부분의 치한 문제는 벌금으로 끝이 났지만 이를 인정하지 않는 사람은 검찰에 기소되어 법정에 서게 된다. 텟페이도 그런 경우다.

 

면접을 보기 위해 지하철을 탔던 텟페이는 치한으로 몰리고 혐의를 인정하면 벌금형으로 끝나지만 ‘정말’하지 않았기 때문에 혐의를 부인한다. 기소 시 유죄판결 확률이 높다는 걸 알고 있는 텟페이지만 정말 죄가 없기에 법정을 택한다. 그곳에서 집에 있던 성인 비디오 등 사생활을 빌미로 성범죄자로 몰아가며 증인의 등장에도 귀를 기울이지 않는 법정의 모습은 진실보다 사회적인 통념을 중시하는 모습으로 울분을 자아낸다.

 

▲ '집으로 가는 길' 스틸컷  © CJ 엔터테인먼트

 

집으로 가는 길

 

세상에서 가장 서러운 말이 ‘못 배운 게 죄다’는 말이다. 세상은 남을 속이는 사람과 속는 사람으로 나눌 수 있다는 말처럼 남을 속이려는 사람들은 똑똑하지 못한 사람들을 속이며 돈을 번다. 그럴 때 이들을 구해줘야 될 주체가 국가다. 헌데 국가가 그 역할을 하지 못한다면 세상은 사기꾼 천지가 될 것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는 평범한 주부 정연이 남편 친구에게 속아 프랑스에서 마약범으로 몰리면서 교도소에 가게 되는 이야기를 다룬다.

 

아내가 먼 이국에서 교도소에 수감된 걸 알게 된 종배는 사기를 친 친구를 잡고 경찰에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한다. 하지만 문제는 주 프랑스 대한민국 대사관에 있다. 이들은 정연의 문제를 신경 쓰지 않으며 그녀가 풀려날 수 있는 기회들을 놓치게 만든다. 그저 귀빈들 모시는 데에만 바쁜 그들의 모습은 국민을 위해 만든 대사관이 그 역할을 해내지 못하며 분노를 유발하게 만든다.

 

▲ '더 헌트' 스틸컷  © (주)엣나인필름 , 씨너스엔터테인먼트(주)

 

더 헌트

 

‘분노 지수를 높이기 가장 좋은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살면서 가장 힘들고 열 받을 때는 가장 친하다고 믿었던 이들이 자신을 믿지 않을 때다. 이혼 후 고향으로 내려온 유치원 교사 루카스는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 일과 후 친구들과 유흥을 즐기고 새로 사귄 여자친구와 사랑을 나누며 아들 마커스와의 관계도 여전히 돈독하다. 이 행복은 한 아이의 거짓말로 인해 처참히 무너진다.

 

친구의 딸이자 유치원 원생인 소녀는 루카스가 자신을 성추행했다 말하고 루카스는 마을에서 매장 당한다. ‘아이들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유치원 원장의 말과 그를 혐오스럽게 바라보는 친구들, 식료품조차 제대로 살 수 없고 폭행을 당하는 처지에 루카스는 점점 무너져 내린다. 성탄절 미사 날 루카스가 성당에서 친구를 붙잡고 ‘내 눈을 봐! 내 눈에 뭐가 보여?’라고 말하는 장면은 거짓에 무너진 남자의 저철한 절규를 보여주며 짙은 감성을 선사한다.

 


김준모 기자| rlqpsfkxm@cinerewi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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