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기 쉬운 종이상자와 같은 집, 그리고 여전히 어설픈 우리

영화 '우리집'

정혜린 | 기사승인 2020/04/16

무너지기 쉬운 종이상자와 같은 집, 그리고 여전히 어설픈 우리

영화 '우리집'

정혜린 | 입력 : 2020/04/16 [12:42]

 [씨네리와인드|정혜린 리뷰어] "언니는 계속 우리 언니 해 줄 거지?"

 

‘우리집’은 ‘우리들’로 주목을 받았던 윤가은 감독의 세 번째 독립영화다. 봉준호 감독은 ‘우리집’을 보고 신예 감독의 등장을 반가워하며 영화를 극찬하기까지 했다. 독립영화라는 한계로 비록 관객은 약 6만 명가량 밖에 동원하지 못했지만, 이 영화를 본 사람들은 하나같이 “좋은 영화”라며 극찬했다. 아이들의 순수함과 따뜻함이 도리어 우리들의 가슴 한 켠을 아려오게 하는 영화, 윤가은 감독의 ‘우리집’이다.

 

▲ 영화'우리집'스틸컷  © 롯데엔터테인먼트

 

전작 ‘우리들’과 마찬가지로 ‘우리집’은 어린 아이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초등학교 5학년인 하나는 매일같이 싸우는 부모님이 불안하다. 부모님의 다툼이 맞벌이에서 오는 고단함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해서 종종 부모님 대신 집안일을 해놓지만 돌아오는 것은 칭찬보다는 구박에 가까운 면박이었다. 제게 가장 행복한 기억으로 남아있는 과거의 여행을 떠올리며 다시 한 번 가족여행을 떠나면 부모님의 관계가 좋아질 것이라 기대하지만, 가족들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하다못해 같은 식탁에 온 가족이 모여 밥 한 끼 먹는 것도 쉽지 않으니 하나의 고민은 날로 깊어져 간다.

 

같은 동네, 초등학교 3학년인 유미는 자신보다 세살 어린 동생 유진이를 혼자 돌봐야하는 입장이다. 벽지 바르는 일을 하시는 부모님은 지방에서 일을 한다고 일주일에 한 번 얼굴보기가 힘들고, 보호자라고 할 수 있는 삼촌도 일 때문에 달이 떠서야 집에 들어온다. 가족의 관심과 사랑을 받아야 하는 나이에, 가족의 따뜻함에서 조금 비켜선 이 아이들은 본능적으로 서로에게 이끌리고 이내 서로의 가족이 되어준다.

 

아이들의 고민이자 꿈은 하나다. 가족이 깨지지 않는 것. 서로의 고민을 공유한 세 아이들은 서로의 가족을 지키고 내 가족을 지키기 위한 계획을 세워간다. 아이들도 모르는 사이 팔릴 위기에 처한 집을 지키기 위해 집을 보러오는 사람들에게 “이 집 곰팡이 많아요.” “여름에 벌레 진짜 많이 나오는데.” 등의 사소한 반항을 한다거나, 하나 아빠의 내연녀로 의심되는 여자를 해치우겠다면서 공중전화로 전화를 걸어 “똥이나 많이 싸!” “야 주대리! 인생 똑바로 살아!” 라는 말을 뱉는 아이들의 모습은 우스꽝스러우면서도 아이들 특유의 순수함이 엿보여 기분이 묘해진다.

 

아이들은 가족 문제를 다룰 때 가족의 구성원임에도 불구하고 결정의 주체가 되지 못하고 객체에 머물렀다. 항상 보호받고 어른의 결정을 따라야만 하는 위치였던 아이들을 이야기의 화자로 끌어올림으로써 우리는 보다 다른 시각으로 가족 문제를 마주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그렇게 아이들의 시선으로 바라본 집은 꽤나 위태롭고 불완전한 것이었다. 아이들이 꿈과 희망을 담아 만들었던 종이상자 집이 발길질 몇 번에 쉽게 무너질 만큼.

 

영화는 ‘결국 모두가 행복해졌습니다’라는 동화 같은 결말을 맞지 못한다. 여전히 아이들의 가족은 불안정하고, 그렇게 지키고자 했던 집도 끝까지 지켜낼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그럼에도 영화의 끝에 응원과 함께 세 아이들을 떠나보낼 수 있는 이유는, 아이들이 성장했기 때문이다. 그토록 노력해도 가족들을 식탁에 모여 앉힐 수 없던 하나가 식탁에 모여 앉은 가족들에게 제가 만든 요리를 대접할 수 있게 되었다. 가족들이 제 말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집은 여전히 매물로 내놓아진 상태지만 유미와 유진이는 이사와 별개로 하나라는 언니, 진짜 가족을 만났다. “우리 얼른 밥 먹자. 든든하게 먹고 진짜 여행을 준비하자.”라는 하나의 마지막 말처럼 그들은 이제 시작이다. 세 아이들은 과연 그들의 집을 지켜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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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린
씨네리와인드 객원취재부 기자단 3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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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osted 2020.04.16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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