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다른 두 세계가 만나다, 영화 '하트스톤'

[프리뷰] '하트스톤' / 4월 25일 개봉예정

강유진 | 기사입력 2019/04/21 [10:45]

서로 다른 두 세계가 만나다, 영화 '하트스톤'

[프리뷰] '하트스톤' / 4월 25일 개봉예정

강유진 | 입력 : 2019/04/21 [10:45]

▲ '하트스톤' 포스터.     © 네이버 영화


*본 리뷰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에 이어 또 하나의 성 정체성을 다룬 성장 영화가 나왔다. 영화 '하트스톤'이다. 아쉽게도 필자가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을 보지 않았기 때문에 동일선상에서 두 영화를 비교는 하지 못하겠다. 하지만 해당 영화를 재미있게 보신 분이라면 비슷한 소재의 영화 '하트스톤'도 관람해보시기를 추천드리겠다.

 

주인공은 토르크리스티안이라는 두 소년이다. 그 둘은 가족과 동네 친구들에게 게이 커플로 놀림 당할 정도로 매일같이 붙어 다니는 베스트프렌드이다. 하지만 토르는 이 영화의 몇 없는 소녀 중 하나인 베스를 좋아한다. 크리스티안은 토르가 베스와 잘 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실제로 그 덕분에 토르와 베스는 가까워진다. 하지만 그 둘이 잘 되는 것을 두 눈으로 생생히 보게 되는 크리스티안은 눈빛이 심상치 않다. 토르가 베스에게 자신의 마음을 담아 목걸이를 선물할 때 긴장한듯이 잔디를 손으로 뜯는 장면에 뒤이어, 크리스티안이 그런 토르를 기다리며 말 위에서 말 갈기를 쥐락펴락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크리스티안의 주체하지 못하고 피오르는 그 감정을 우리는 볼 수 있다. 그 뒤로도 격정적인 몇몇 사건들 때문에 더더욱 크리스티안은 자신이 토르를 좋아하고 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 '하트스톤' 스틸컷.     © 네이버 영화


 

이 영화는 차분하게 하루하루가 흘러가지만, 주인공들의 감정이 표출되는 씬은 처절하리만큼 절절하다. 필자에게는 크리스티안이 자신의 성 정체성을 알아가는 과정에서 절규하는 세 번의 씬이 인상적이었다. 특히나 연못 안에 들어가서 주먹을 꽉 쥐며 절규하는 씬에서는 필자가 크리스티안의 감정이 격양될 때까지도 그의 마음 상태를 따라가지 못하였음을 망치로 머리를 때리듯이 알려주었다. 혼자서 그 감정을 떠받들고 자신을 알아가야만 했던 크리스티안의 마음을 과연 필자가 완벽하게 헤아릴 수가 있을까. 그것을 단편적으로 보고 성숙하다, 미성숙하다로 나눌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연못 위는 무슨 일이 있냐는 듯 조용하고 평화롭기만 하다. 아무에게도 털어놓지 못하고 연못 안에 들어가서야 절규하는 모습, 토르에게 입을 맞추고 그저 장난일 뿐이라고 둘러대며 자신의 감정 표출을 억제하는 모습에서 크리스티안의 괴로움이 묻어나온다.

 

이런 크리스티안이 더욱 안타까웠던 이유가 있다. 크리스티안은 무언가를 있는 그대로 봐줄 줄 아는 사람이다. 이 영화를 보는 모든 사람들은 아마 영화의 처음과 마지막에 쏨뱅이가 아무 이유 없이 우연을 가장해서 등장한 것이 아니라 상징적 의미를 가지고 등장한 것이라는 것을 어렴풋이나마 알 수 있을 것이다. ‘망기와 같은 동네 소년들과는 달리 크리스티안은 쏨뱅이를 못생겼다고 밟아 죽이지 않는다. 쏨뱅이를 다시 살던 곳으로 돌려보내주려고 하고, 영화 초반부에 손가락에 붙은 거미를 손으로 떨쳐내는 것이 아니라 호호 불어서 보내주려고 한다. 필자는 크리스티안이 소중함을 아는 사람이며 마음이 여리고 아름다운 사람이라고 영화를 보는 내내 느꼈다.

  

크리스티안은 결국 마구간에서의 세 번째 절규 끝에 자살 시도를 한다. 그날은 토르에게 이상하게 굴지마라는 말을 들은 날이었고 결국에 자신이 토르를 좋아해버리면 그와의 친구 사이를 유지할 수 없다는 것을 정통으로 깨닫게 된 날이었다. 그는 자신마저 있는 그대로 인정하게 되면 더욱 괴로워지는 상황 때문에 그 자신을 인정할 수 없었다. 무엇이 그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살아갈 수 없게 만들었을까.

 

필자는 토르를 절대 비판하지 않는다. 토르는 그 말을 내뱉는 그 순간까지는 남자가 아닌 여자를 좋아하는 이성애자로 자신을 규정하고 있었고, 크리스티안이 동성애자여서가 아니라 자신은 친구로 생각하고 있는 크리스티안이 자신을 좋아하는 것이 불편해서 그렇게 말했을 뿐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망기와 같이 정말로 동성애자를 무시하고 비웃는 동네 소년과는 분명히 다르다. 아마 토르가 망기와 같은 사람이었으면 크리스티안에게 그런 말도 해주지 않고 철저하게 외면하거나, 몸서리치게 싫다는 표현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토르는 자신과 크리스티안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크리스티안이 어떻게 행동하였으면 좋겠는지에 대한 의사를 전달해주었고, 필자는 그것이 친구 사이라서 당연한 행동이 아니라 예의 있는 특별한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크리스티안이 어떠한 성 정체성을 가졌든 토르에게 그는 소중한 사람이었던 것이다. 자살 시도 때문에 수술을 받고 집에서 휴식하고 있는 크리스티안의 이마에 입맞춤을 하고 가는 모습, 영화의 마지막에 등장하는 쏨뱅이를 못생겼다고 말하며 바다에 다시 놓아주는 또 다른 동네 소년을 보며 알 수 없는 생각에 잠기는 모습은 크리스티안을 있는 그대로 바라봐 줄 토르를 예상케 한다. 

 

▲ '하트스톤' 스틸컷.     © 네이버 영화



그런 이유로 이 영화를 성장 영화라고 할 수 있겠다. 영화 초반부에 토르는 화장실 머리 빗에 엉킨 머리카락을 빼내어 자신의 성기에 덮은 후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유심히 들여다 본다. 그는 동네 소년들에게 2차 성징을 아직 하지 않아 몸에 털이 나지 않았다는 점 때문에 놀림을 받고는 하였는데, 자신의 겨드랑이에 털이 났나 확인도 한다. 그리고 성 행위에 관심을 가질 시기여서 성 행위를 묘사하는 행위를 하기도 하며, 거울에 혼자 키스를 하기도 하며, 같은 방을 쓰는 누나 몰래 자위도 한다. 그 정도로 두 소년 다 아직 막 성장하는 어린 소년들인데, 성 정체성과 그것을 받아들이는 문제에 대한 고민은 아주 어려웠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 자신이 속한 세계의 바깥 세상을 알게 된 토르는 앞으로 어떠한 선택을 하고 어떻게 살아가게 될 것인가. 

 

▲ '하트스톤' 스틸컷.     © 네이버 영화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안개에 비유하고 싶다. 영화의 배경은 아이슬란드 바닷가 마을인데, 신기하기도 한 것이 주인공 토르와 크리스티안이 학교를 가는 모습은 전혀 나오지 않고 자연에서 뛰노는 모습만 볼 수 있다. 조용한 아이슬란드의 바닷가의 풍경은 이 영화의 스토리와 맞물려서 감각적으로 다가온다. 크리스티안이 아슬아슬하게 절벽 위에서 눈을 감고 공기를 들이마시는 아주 잠깐의 장면이 나오는데, 그 순간에서만큼은 영화를 보는 필자까지도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느낌을 경험할 수 있었다. 이 영화를 볼 때 주인공들간의 관계뿐만 아니라 그 배경까지도 눈여겨 보면 더욱 영화를 잘 즐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안개와 같이 차분하게 아주 깊은 곳까지 마음이 젖어 들어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 '하트스톤' 스틸컷.     © 네이버 영화



단순히 성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만 하는 영화가 아니다. 토르의 엄마는 바람난 남편과 이혼해서 아이들을 홀로 양육하고 있는데 나이가 많은 스텐 아저씨와 연애를 즐긴다. 하지만 그 자녀들은 그런 어머니를 아니꼽게 생각한다. ‘늙고 추한 아저씨와 연애하는 것을 동네 사람들이 수군거리며 토르 가족 자체를 이상하게 본다는 이유 때문이다. 토르 역시 술집에 몰래 들어갔다가 자신의 엄마와 스텐 아저씨가 행복하게 춤을 추는 모습을 보고 그것을 다른 이들에게 보이기 싫어 술집의 뒷문이 잠겨서 못 들어간다는 거짓말을 한다. 이처럼 우리는 살아가면서 성 정체성뿐만이 아니더라도 수많은 자신과 타인의 일부를 부정하고 있는 그대로 인정하지 못한다. 그것이 결국에 나 자신의 한 조각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말이다.

  

그래서 이 영화를 성 정체성을 다룬 영화 이상으로 다양성을 다룬 영화가 아닐까 생각한다. 인간이 자신이 아닌 타인을 완벽하게 이해하기는 어렵다. 인간은 같은 세상에서 서로 다른 세상을 가지고 살아간다. 서로 그 다른 세계를 이해하려고 하고 공존하고자 하는 것이 지금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서 가장 중요하게 대두되고 있는 모토가 아닐까 생각하며, 이 영화는 그러한 메시지를 아주 잘 담은 영화라고 생각한다.

 

[씨네리와인드 강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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