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나게 시끄러운 슬픔과 믿을 수 없게 가까운 위로

[프리뷰] '비홀드 마이 하트' / 5월 21일 개봉 예정

김준모 | 기사승인 2020/05/14 [10:41]

엄청나게 시끄러운 슬픔과 믿을 수 없게 가까운 위로

[프리뷰] '비홀드 마이 하트' / 5월 21일 개봉 예정

김준모 | 입력 : 2020/05/14 [10:41]

▲ '비홀드 마이 하트' 포스터     ©(주)디오시네마

 

[씨네리와인드|김준모 기자] 누군가의 죽음을 다룬 이야기가 슬픈 이유 중 하나는 그 남겨진 사람들이 겪는 상실과 고통 때문이다. 한 사람의 죽음은 그 사람이 그리던 미래의 상실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와 함께 나아가던 다른 이들의 삶까지 통째로 사라진다. ‘비홀드 마이 하트’는 아버지이자 남편인 스티븐이 죽은 후 남겨진 가족의 모습을 그려낸다. 그 모습은 상실을 이겨내는 세 가지 과정을 담아낸다.

 

뮤지션인 스티븐은 로맨틱하고 달달한 남편이자 믿음직스럽고 자랑스러운 아버지였다. 아내에게는 여전히 애인 같고 아들에게는 친한 친구이자 든든한 형 같았던 그는 펍에서 공연 뒤 주차장에서 발생한 폭력사건을 제지하던 중 목숨을 잃고 만다. 이 사건으로 사랑이 넘쳤던 가정은 한순간에 무너진다. 상실과 회복의 과정은 세 단계를 이룬다. 첫 번째는 정신을 차릴 수 없는 혼란이다.

 

▲ '비홀드 마이 하트' 스틸컷  © (주)디오시네마

 

상실을 겪으면 주변이 고요하고 외로울 것만 같다. 하지만 그 반대다. 엄청나게 시끄럽다. 마음은 아픔과 고통, 외로움을 계속 이야기하고 머리는 함께했던 추억을 계속 되살린다. 때문에 어머니 마거릿은 무너진다. 슬픔을 이기지 못하는 그녀는 마음과 머리를 진정시키기 위해 술에 의존한다. 매일 취해야만 잠을 잘 수 있고 몸이 견딜 수 없이 무거워 야만 극단적인 선택에서 벗어날 것만 같다.

 

이런 어머니의 방황에 혼란을 겪는 건 아들 마커스다. 십대인 마커스에게 아버지의 죽음과 어머니의 방황은 혼란스러운 사춘기를 이끌어낸다. 마커스는 불량스러운 친구들과 어울리지만 완전히 어긋나지 못한다. 자신보다 더 고통 속에 빠진 어머니를 돌봐야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마커스는 온전히 슬픔을 느끼고 내뱉지 못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마거릿보다 고통스러운 건 마커스다.

 

▲ '비홀드 마이 하트' 스틸컷  © (주)디오시네마

 

두 번째는 단절이다. 알코올 중독에 빠진 마거릿은 센터를 다니면서 서서히 안정을 찾아간다. 그녀는 자신처럼 고통스러운 삶을 살아온 사람들을 만나면서 동질감과 위로를 얻는다. 낸시를 비롯해 친구가 된 이들은 마거릿이 다시 일어설 수 있게 용기를 북돋아 준다. 하지만 문제는 마커스다. 마거릿이 술로 슬픔을 달래고 주변 사람들의 위로로 힘을 얻는 동안 마커스는 방황을 지속한다.

 

더 큰 슬픔에 빠진 어머니 때문에 자신의 슬픔을 표출하지 못한 아들은 반항적인 행동으로 더 깊게 자신을 주변으로부터 단절시킨다. 만약 마커스의 옆에도 낸시처럼 위로의 손길을 건네는 친구가 있다면 회복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이 불량스럽다는 걸 티내고 싶어 하는 마커스에게는 그런 마음을 지닌 이들이 붙질 않고 그런 친구들이 오더라도 본인이 떨쳐내 버린다. 마커스의 혼란은 두 가지 장면을 통해 표출된다.

 

▲ '비홀드 마이 하트' 스틸컷  © (주)디오시네마

 

하나는 마거릿이 마커스에게 키스하는 장면이다. 술에 취한 마거릿은 마커스를 스티븐으로 오해해 연인처럼 키스를 한다. 이에 마커스는 큰 충격을 받는다. 아직 사랑을 시작해본 적 없는 아들은 어머니의 성적인 접근에 진절머리를 친다. 동시에 자신이 연약해지면 어머니처럼 무너질까봐 더 자신을 단단하게 보이고자 노력한다. 그 방법이 불량스러운 행동을 하는 것이고 그럴수록 내면은 썩어 문드러진다.

 

다른 하나는 연인 트레이시와 어긋나는 순간이다. 트레이시는 진심으로 마커스를 위로해줄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다. 하지만 마커스가 성적으로 트레이시에게 접근해 위로를 얻으려는 순간 트레이시는 거절한다. 이 거절을 마커스는 자신의 존재에 대한 부정, 아무도 자신을 사랑해주고 지켜주지 않으려 한다는 잘못된 신호로 받아들인다. 결국 마커스는 트레이시마저 거절하며 주변과 자신을 단절한다.

 

▲ '비홀드 마이 하트' 스틸컷  © (주)디오시네마

 

세 번째는 위로다. 한강 작가의 소설 ‘회복하는 인간’을 보면 마음의 상처는 평생을 안고 살아가는 것으로 표현된다. 그저 인간은 회복하면서 살아가야 한다. 상처가 낫진 않아도 덧나서도 안 되기 때문이다. 상처가 덧나지 않으려면 끊임없이 약을 발라줘야 한다. 마음의 약은 따뜻한 사랑이 담긴 위로다. 마거릿은 뒤늦게 자신과 마커스의 관계에서 어디가 잘못되었는지를 알게 된다.

 

두 사람은 어머니와 아들 사이지만 가까웠던 적이 없다. 그들은 스티븐을 중심으로 뭉쳤던 것이다. 스티븐이 있기에 그들은 가족으로 뭉쳤고 그를 사이에 두고 세 사람은 소통했다. 이에 마거릿은 먼저 아들에게 다가서고자 한다. 망가진 조각을 끼워 맞추는 게 아닌 두 사람이 중심이 된 새로운 퍼즐을 만들어 가고자 한다. 이런 마거릿의 진심은 위로의 순간 눈시울을 붉히는 힘을 보여준다.

 

이 영화는 스티븐 달드리의 영화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을 떠올리게 만든다. 이 작품 역시 아버지의 죽음 후 방황에 빠진 아들의 모습을 담는다. 여기에 ‘엄청나게 시끄럽고’는 슬픔을 말하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은 위로를 뜻한다. 위로를 주는 대상은 같은 슬픔을 간직한 이들이며 그들의 진실한 사랑만이 ‘엄청나게 시끄러운’ 슬픔을 막을 수 있다.

 

상실의 슬픔과 위로를 담은 영화는 섬세해야 한다. 인물의 감정선을 관객이 따라갈 수 있게 구성해야 하고 위로의 순간에 함께 그 감정에 빠져야 한다. 그래서 다소 상투적일 수 있지만 마음을 울리는 진심이 담겨있다. 상실의 고통과 단절 끝에 위로와 사랑을 담아낸 이 영화는 엄청나게 시끄러운 슬픔과 믿을 수 없게 가까운 위로를 통해 마음을 울리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김준모 기자| rlqpsfkxm@cinerewi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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