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도 화양연화가 있었나요? 웃음과 설렘 속에 간직한 삶의 의미

[프리뷰] '카페 벨에포크' / 5월 20일 개봉 예정

김준모 | 기사승인 2020/05/15 [10:33]

당신에게도 화양연화가 있었나요? 웃음과 설렘 속에 간직한 삶의 의미

[프리뷰] '카페 벨에포크' / 5월 20일 개봉 예정

김준모 | 입력 : 2020/05/15 [10:33]

▲ '카페 벨에포크' 포스터  © (주)이수C&E

 

[씨네리와인드|김준모 기자] 화양연화(花樣年華)라는 말이 있다.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순간을 표현할 때 쓰인다. 누구에게나 삶에 있어 화양연화는 존재한다. 그 시절의 특징은 내가 가장 찬란하게 빛날 때이다. ‘카페 벨에포크’는 이 순간으로 돌아가고 싶은 남자, 빅토르의 이야기를 삶이 지닌 연속성과 다양성을 통해 철학적으로 풀어낸다. 이 영화의 빛나는 아이디어와 개성 넘치는 캐릭터는 오락성을 주고 그 이면에 담겨진 삶의 모습은 프랑스 영화 특유의 철학성을 담아낸다.

 

작품은 ‘100% 맞춤형 핸드메이드 시간여행’이라는 독특한 설정에서 시작된다. 작품 속 모습을 예로 들면 요즘 기분이 꿀꿀하고 우울한 나는 1950~60년대 펍에서 어니스트 헤밍웨이, 윌리엄 포크너 같은 문인들과 함께 진창 술을 마시며 인생에 대해 나누고 싶다. 이 주문이 접수되면 스튜디오는 작업에 들어간다. 먼저 그 당시 분위기의 펍을 설정하고 헤밍웨이와 포크너 역을 비롯해 배우들을 섭외한다.

 

그들은 진짜 그 시대 사람이 되어서 고객에게 실감나는 체험을 선사한다. 한마디로 내가 원하는, 나만 볼 수 있는 ‘트루먼 쇼’가 펼쳐지는 것이다. 이 프로그램의 운영자인 앙투안은 무기력한 아버지가 다시 일어설 수 있게 이 프로그램에 초대한다. 아버지 빅토르는 한때 활발하게 창작활동을 하던 만화가였지만 디지털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면서 4년째 아무 일도 하고 있지 않다. 그는 일을 하고 싶어도 못하는 게 아니다.

 

▲ '카페 벨에포크' 스틸컷  © (주)이수C&E

 

오직 ‘만화’를 그리고 싶다는 그의 고집은 바뀐 세상에 적응하지 못하며 애니메이션 제안도 거절한다. 다소 답답하고 고집 있는 성격의 그는 4년을 마치 죽은 사람처럼 백수로 지낸다. 이에 염증을 느낀 아내 마리안느는 빅토르가 프로그램에 초대를 받은 날, 그를 집에서 쫓아낸다. 그리고 불륜 관계였던 빅토르의 친구를 집으로 들인다. 얼떨결에 길바닥에 내동댕이처진 빅토르는 인생의 화양연화를 찾기 위해 시간여행을 택한다.

 

그가 택한 시대는 약 40년 전, 한 카페에서 아름다운 여성을 만났을 때다.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앙투안은 첫사랑 전문 여배우 마고를 캐스팅한다. 이 과정에서 프로그램은 예상치 못한 변화를 맞이하게 된다. 하필 마고와 앙투안이 과거 연인 사이였고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한 애증을 품고 있다. 때문에 빅토르의 존재는 마고와 앙투안, 두 사람에게 평소와는 다르게 다가온다. 이 지점이 ‘카페 벨에포크’가 비슷한 소재의 다른 작품들과 지니는 차이점이다.

 

이 영화와 비슷한 소재의 영화를 뽑자면 ‘시라노: 연애조작단’과 ‘원더풀 라이프’를 들 수 있다. ‘시라노: 연애조작단’은 좋아하는 대상과 사랑에 빠지게 만들기 위해 상황을 조작해주는 프로그램을 소재로 한다는 점에서, ‘원더풀 라이프’는 죽은 영혼들이 천국에 가기 전에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자신을 주인공으로 다시 재연해준다는 점에서 이 영화의 프로그램과 유사성을 지닌다.

 

▲ '카페 벨에포크' 스틸컷  © (주)이수C&E

 

다만 앞선 작품들은 이 프로그램의 의미를 일정한 의미에서만 담아낸다. ‘시라노: 연애조작단’은 사랑이고 ‘원더풀 라이프’는 인생의 화양연화다. 헌데 ‘카페 벨에포크’는 다양성을 지닌다. 인생의 행복한 순간을 보여주고 빅토르가 삶의 활력을 찾는 모습을 보여줄 것만 같았던 영화는 앙투안과 마고로 인해 철학적인 의미를 지니게 된다. 빅토르가 스튜디오를 향하기 전 멋지게 양복을 빼입고 경쾌한 발걸음으로 춤을 출 때까지만 해도 작품은 빅토르의 새로운 시작을 유쾌하게 담아낼 것만 같다.

 

하지만 분노조절장애가 있는 앙투안과 그런 앙투안에 애증을 지닌 마고가 빅토르를 사이에 두고 사랑싸움을 벌이면서 빅토르의 화양연화는 다층적인 의미를 지닌다. 마고는 빅토르를 통해 앙투안에게 하고 싶은 진심을 말하고 질투심을 유발하고자 한다. 이에 아버지에게 활력과 사랑을 찾아주고 싶었던 앙투안은 마고의 마음을 자신에게 고정시키기 위해 잔인하게 아버지의 추억을 파괴하고자 한다.

 

이 순간 앙투안은 진정한 ‘신’이 되어버린다. 그의 역할은 그저 고객맞춤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하지만 툭하면 배우들에게 진짜 그 사람이 되라며 분노하는 그의 모습은 타인의 삶을 바꾸고 조작하고자 하는 열망을 보인다. 마고는 그런 앙투안의 심리에 염증을 느낀다. 앙투안은 과거 가난을 겪었고 사랑에 상처를 입었다. 그런 그의 심리는 열등감으로 가득하고 이를 해소하고자 타인을 자신의 뜻대로 조종하고자 한다.

 

▲ '카페 벨에포크' 스틸컷  © (주)이수C&E

 

이런 앙투안의 모습은 빅토르를 비롯해 시간여행을 택한 이들 역시 다를 바가 없음을 보여준다. 그들은 현재가 아닌 과거 또는 자신이 꿈꾸는 순간으로 향하길 원한다. 이 시간여행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고객이 원할 때면 그 시간을 배경으로 며칠이고 프로그램을 맛볼 수 있다. 빅토르 역시 자신의 과거를 4일 동안 진행한다. 그리고 이 과거에 푹 빠져들고 자신에게 적극적으로 다가오는 마고와 프로그램 밖에서 관계를 이어가고 싶은 욕망에 빠진다.

 

빅토르는 나아가는 삶이 아닌 과거의 삶에 머무르고자 한다. 돈을 주면 원하는 순간에 머무를 수 있는, 그 안에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프로그램에 젖어든다. 그도 앙투안처럼 삶을 통제 안에 두고 싶어 한다. 이 부자의 공통점은 현재의 삶에서 나아가지 못한다는 점이다. 앙투안이 여자들과 가볍게 관계를 맺으며 자신을 보여주지 않는다는 점은 무기력함에 빠져 모든 일에 부정적인 빅토르의 모습과 다를 바가 없다.

 

살이 찌고 주름이 진 빅토르의 무기력한 모습처럼 앙투안은 한쪽 다리를 다쳐 목발을 짚고 있어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한다. 앙투안이 과거의 기억에서 탈출하지 못하는 거처럼 빅토르 역시 과거에 얽매여 활력을 잃어버렸다. 스튜디오 안에서 부자는 삶의 활력을 찾는다. 이 안에서 그들은 행복하다. 하지만 ‘트루먼 쇼’의 트루먼이 세트장 밖을 향한 거처럼 진정한 자신을 발견하고 찾지 않으면 삶은 의미가 없다.

 

▲ '카페 벨에포크' 스틸컷  © (주)이수C&E

 

왜냐하면 무대는 결국 막을 내리고 가면은 언젠가 벗겨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영화는 여느 작품들처럼 행복의 순간만을 담아내지 않는다. 삶에는 희로애락이 있다. 고통이 있어야 기쁨을 느낄 수 있다. 때문에 영화는 앙투안과 마고의 관계를 통해 빅토르와 마르안느의 관계를 재조명한다. 결말부에서 빅트로와 마르안느가 다시 재회하는 장면은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이자 행복한 웃음을 보여준다.

 

‘100% 맞춤형 핸드메이드 시간여행’이라는 소재는 판타지나 SF 장르와는 달리 삶을 담아내는 최적의 아이템이다. 때문에 영화는 두 부자와 그들의 연인을 통해 삶을 돌아보고 나아갈 수 있는 진실 된 시간을 선사한다. 여기에 프랑스 영화 특유의 익살맞고 시니컬한 웃음은 톡톡 쏘는 재미를 선사하며 다소 무거워질 수 있는 극의 분위기를 유쾌하게 이끌어 가는 매력을 선사한다.

 

장르적인 재미를 살리면서 삶의 모습을 담아낸 이 영화는 다층적인 인물의 모습과 그 심리를 통해 우리의 인생을 철학적으로 바라보는 시간을 선사한다. 웃음과 설렘을 선사하는 영화는 많다. 하지만 엔딩 크레딧이 올라간 후 극장 문을 나선 후에도 여운을 주는 작품은 흔치 않다. 화양연화는 순간이 아니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써 나아가는 모든 시간을 의미함을, 그 시간을 허투루 보내지 말 것을 이 영화는 보여준다.

 

 

김준모 기자| rlqpsfkxm@cinerewi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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