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도쿄에 내리는 비, 우리가 구름 너머의 '맑음 소녀'를 기다리는 이유

[프리뷰] '날씨의 아이' / 5월 21일 재개봉 예정

한별 | 기사승인 2020/05/20 [13:00]

매일 도쿄에 내리는 비, 우리가 구름 너머의 '맑음 소녀'를 기다리는 이유

[프리뷰] '날씨의 아이' / 5월 21일 재개봉 예정

한별 | 입력 : 2020/05/20 [13:00]

▲ '날씨의 아이' 스틸컷.  © (주)미디어캐슬

 

[씨네리와인드|한별] 2016년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을 세상에 들고 나온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단어 그대로 '축복' 받은 작품을 들고 나왔다. 극복과 치유의 의미를 강하게 띄는 전작 '너의 이름은'에서 소년과 소녀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두 명의 캐릭터를 통해 전세계적인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외적으로는 '그냥 일본 애니메이션이겠거니' 싶어도 속을 들여다보면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너의 이름은'은 마코토 감독만의 세계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것을 넘어선 하나의 파격적인 작품이었다. 그리고 그런 그가 작년에는 '날씨의 아이'라는 신작을 들고 나왔다.

 

햇살을 따라 무작정 도쿄로 온 16살 가출 소년 '호다카'(다이고 코타로)는 매일 비가 내리는 도쿄에서 학생, 그것도 가출한 학생이라는 신분으로 인해 아르바이트를 찾는데에 어려움을 겪는다. 머물 데도 없이 길바닥을 전전하던 그는 간신히 음료 한 잔 마시러 들어간 맥도날드에서 '히나'(모리 나나)라는 한 소녀가 건넨 햄버거에 감동받는다. 그리고 '스가'(오구리 슌)가 숙식을 해결해주고 인턴으로 채용해준다는 말에 기자 일을 돕기로 한다.

 

호다카는 이후 비밀스러운 소녀 히나를 운명처럼 다시 만나게 된다. 하늘이 선택하고 운명이 연결된 남녀라는 전작의 관계를 그대로 가져온 감독은 '히나'라는 캐릭터를 사람들에게 맑은 날씨를 선물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신비스러운 인물로 그려낸다. 판타지적인 소재들로 가득한 작품 속에서 호다카와 히나는 함께 기적을 일으키기로 한다.   

 

다소 예측 가능한 전개임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뻔하게 와닿지 않는다. 오히려 신선하게 와닿는 측면이 더 강하다. '날씨의 아이'는 '너의 이름은.' 이후 나온 작품으로 여러 측면에서 비슷한 요소들이 있고, 그렇기에  불가피하게 비교되는 부분이 있다. 전체적으로는 '너의 이름은.'만큼의 완성도를 자랑하는 작품은 아니지만, '날씨의 아이'는 여러 면에서 꽤나 의미를 지닌다. '너의 이름은.'이 전체적으로 밝은 이미지를 띄고 있다면, '날씨의 아이'는 '비'라는 소재를 통해 전체적으로 어두운 이미지를 띄고 있다. 그러면서 비와 구름으로 가려진 어두움 속에서 보이는 구름 너머의 햇살을 어두움과 대비시켜 아름다움을 극명화시킨다. 

 

▲ '날씨의 아이' 스틸컷.     ©(주)미디어캐슬

 

항상 시각적인 요소를 강조해 온 감독답게 이번 작품에서도 '빛'이라는 요소와 함께 화려한 작화로 감동을 자아내고 아름다움을 만들어 낸다. 작화만큼은 전작 '너의 이름은.' 못지않게 참으로 아름답게 느껴진다. 아름다운 작화, 빗방울과 햇살의 섬세함이 작품을 특별하게 만드는 요소다. '맑음 소녀'라는 발칙한 아이디어도 참으로 높게 평가하고 싶은데, 아이디어만으로도 참으로 흥미로운 작품이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가장 큰 힘은 작화가 예쁜 애니메이션을 만든다는 점에 있는 게 아니다. 단순히 작품의 외적 아름다움을 담아내는 것이 아닌 세상의 모습을 투영하고 직시한다는 데에 있다. '날씨의 아이'에서는 자연재해의 공포, 붕괴된 가정과 파편화된 개인, 젊은 세대의 암울함, 사회의 빈부격차 등의 문제를 녹여낸다. 작품 속 배경인 도쿄에 계속해서 내리는 '비'는 젊은 주인공을 통해 젊은 세대의 암울함을 표현하고, '맑음 소녀'라는 캐릭터를 통해 인위적으로 자연에 개입하려는 인간의 모습이 큰 화를 불러올 수 있음을 담아내며, 제대로 된 가정에서 살지 못해 가출한 '호다카'라는 캐릭터와 불화를 겪고 있는 주변 인물들의 모습을 통해 21세기 붕괴되는 가정과 파편화된 개인의 모습을 투영했다. 전작만큼의 희망적인 이야기를 전달하기보다는 암울한 현실을 담는 것에 더 집중하는 작품이지만, 구름 너머의 한 줄기 햇살을 통해 우리의 미래가 마냥 어둡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처음 봤을 때는 다소 떨어지는 개연성에 부족한 설명도 아쉽게 느껴지고, 주인공의 감정선도 마음으로 공감하기에 약간은 무리가 있다고 느껴졌다. 하지만 그런 이들에게는 이 작품을 두 번 보라고 권하고 싶다. 여전히 아쉬움은 남겠지만 분명 어떤 점에서는 다르게 느껴질 테니. 영화를 보다 보면 나도 '맑음 소녀' 같은 인물이 되고 싶은 마음도 든다. 특별한 이야기를 평범하게 전하는 힘이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마법이자 능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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