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보리', 세상에 나 홀로 뚝 떨어진 것 같을 때

유수미 | 기사승인 2020/05/21 [08:50]

'나는보리', 세상에 나 홀로 뚝 떨어진 것 같을 때

유수미 | 입력 : 2020/05/21 [08:50]

 

  © 그림 : 유수미

 

[씨네리와인드|유수미 객원기자] 외로움지금껏 내가 느껴왔던 감정이었으며, 대학교 1학년 때까지 나는 줄곧 혼자였다. 편의점에서 혼자 끼니를 때우고, 혼자 도서관에 가서 공부를 하고, 혼자 버스를 타며 창밖 풍경을 바라봤다. 시내 거리에서 함께 어울려 다니는 학생들의 무리를 보면 부럽기도 했고, 수많은 인파 속에서 길을 걸을 때면 나만 다르다는 생각에 세상에 홀로 뚝 떨어져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렇기에 나는보리속 주인공 보리가 느끼는 외로움이 마음속에 굉장히 와 닿았. ‘저를 알아주는 단 한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어요.’라고 소원을 비는 나와 같이 저도 가족들처럼 소리를 잃고 싶어요.’라고 소원을 비는 보리에게 동질감이 들었다.

 

나만 다른 사람인 것 같아보리는 소리를 듣지 못하는 가족들 사이에서 유일하게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인물이다. 모두들 수어로 소통하는데 혼자만 목소리를 낼 수 있기에 보리는 줄곧 소외감을 느끼곤 한다. 축제에서 가족들을 잃어버려 파출소에서 엉엉 울거나, 가족들과 밥을 먹다가도 괜스레 자리에서 일어나거나, 애꿎은 자신의 귀만 꼬집으며 시무룩한 표정을 짓는 보리. ‘대체 어떻게 하면 외롭지 않을 수 있을까?’라고 생각하던 보리는 소리를 잃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 헤맨다.

 

▲ '나는보리' 스틸컷  © 영화사 진진

 

소원을 빌 때, 어떤 일을 행하려 할 때 사람들은 무언가를 얻기 위해 시작한다. 하지만 보리는 무언가를 잃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데, 이러한 부분이 아이러니적이어서 인상 깊었. 함께 어울릴 수만 있다면 자신이 갖고 있는 것을 잃어도 좋다는 한 아이의 진심이 마음을 울리기도 했다. 특히나 더 이상 듣지 못한다고 거짓말을 치는 과정이 인상적이었는데, 담담한 무표정 속에서 '남들이 나를 벙어리라고 동정해도, 말을 하지 못해도 상관없어. 외롭지 않을 수만 있다면'이라는 마음속의 작은 외침이 들리는 것만 같아 이따금씩 슬퍼졌다. 그만큼 보리의 외로움이 마음속 깊이 느껴졌고 가족들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한 아이의 진심을 엿볼 수 있었다.

 

2017년도에 휴학을 했는데, 이때 외로움을 가장 많이 느꼈던 시기였다. 학교를 다니고 있지 않아 소속감이 없었고 몸이 약해 병원을 다녀야 해서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가 어려웠다. 영화 속 보리도 소속감을 찾고 싶었던 걸까. 보리는 남들 다 알고 있는 개교기념일을 홀로 모르고 학교에 등교하거나 정처 없이 거리를 거닐며 자신도 모르는 목적지를 찾는다. 소속되지 못한 채 그 중간 어디에서 방황하고 있는 모습이 슬펐고 마음 한 켠이 찡하기도 했다.          

 

▲ '나는보리' 스틸컷  © 영화사 진진

 

외로움의 결핍을 채우고 싶어서 주구장창 일만 해보고, 공부에만 집중해보고, 하루 종일 게임만 해보기도 했다. 보리 또한 바다에도 빠져보고, 안 들린다고 거짓말도 쳐보고, 홀로 먼 산을 바라보며 우울감을 떨쳐내려는 등 외롭지 않기 위한 수많은 시도를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스스로 외로움을 떨쳐버리지 않는 한 외로움은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다.

 

'더 이상은 못 참겠어'라는 마음으로 보리가 엉엉 울며 솔직하게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는 장면을 본 후, 다른 데서 외로움을 채우려는 것보다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말하는 게 외로움을 극복하는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간 보리는 꽁꽁 숨겨둔 채 외로움을 그저 참아왔지만 가족들 앞에서 엉엉 울음으로써 그 외로움의 감정이 조금이나마 해소되지 않았을까.

 

외로워서 보고 싶었, 나와 같다는 동질감에 외로움을 달랠 수 있어서 좋았던 영화 나는보리.’ 슬프지만 따뜻함과 친근함이 묻어나는 영화다. 이 세상의 외로운 사람들이 나는보리를 보며 진정한 위로와 공감을 얻었으면 좋겠다.

 

 

유수미 객원기자| sumisumisumi123@cinerewi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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