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막히는 공포를 원한다면, ‘그집’에는 들어가지 마!

[프리뷰] '그집' / 5월 27일 개봉 예정

김준모 | 기사승인 2020/05/21 [14:45]

숨 막히는 공포를 원한다면, ‘그집’에는 들어가지 마!

[프리뷰] '그집' / 5월 27일 개봉 예정

김준모 | 입력 : 2020/05/21 [14:45]

▲ '그집' 포스터  © 제이앤씨미디어그룹 , TCO더콘텐츠온

 

[씨네리와인드|김준모 기자] 하우스 호러의 핵심은 집이란 공간을 통해 공포를 유발해내야 한다는 점이다. 공간이 섬뜩하게 느껴져야 하는 건 물론 귀신이나 괴물뿐만 아니라 공간을 활용해서도 공포를 선보여야 한다. 때문에 하우스 호러는 접근성은 용이하지만 표현에 있어 고유의 특성을 보여야만 한다. ‘그집’은 1장 1단이 뚜렷한 작품이다. 최근 워너 브라더스가 시도하는 완성도 높은 공포지만 장르적인 매력에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작품은 70년대 중반 스페인을 배경으로 한다. 이 시기는 파시즘을 내세운 프랑코 정권의 독재가 끝나고 사람들이 희망을 품었을 때이다. 마놀로 가족 역시 마찬가지다. 그들은 시골생활을 완전히 정리하고 은행에 빚까지 지고 도시로 올라온다. 수도 마드리드에 집을 얻은 그들은 큰 집과 새로 시작할 도시생활에 희망을 품는다. 아들 페페와 딸 암파로는 불만이지만 아버지 마놀로는 희망이 가득하다.

 

여기서 한 가지 팁을 주고자 한다. 집을 살 때 주의해야 될 점 중 하나가 있다. 사람이 살던 집을 사야 한다. 사람이 오랫동안 없던 집은 귀신이 살고 있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마놀로와 칸델라 부부가 산 그 집은 4년 동안 비어있었다. 집주인이 노환으로 사망한 뒤 아무도 들어오지 않았다. 삐딱하게 보자면 부동산에서 순진한 시골사람을 꼬드겨 아무도 사지 않는 매물을 팔아버린 것이다.

 

▲ '그집' 스틸컷  © 제이앤씨미디어그룹 , TCO더콘텐츠온

 

작품은 이 ‘유령의 집’에 들어온 마놀로 가족의 공포를 다채롭게 표현한다. 먼저 공포를 바라본 대상은 죽음과 가장 가까이 있는 할아버지, 페르민이다. 페르민은 집안에 가족 외의 존재가 있음을 알아차리고 시골에 살았을 때 썼던 엽총을 찾는다. 제일 먼저 위험을 감지한 이 모습은 섬뜩함을 자아낸다. 이어 악령은 막내아들 라파엘에게 접근한다. 텔레비전에서 기괴한 인형극과 함께 라파엘은 악령에게 사로잡힌다.

 

이어 암파로와 페페에게 악령이 다가온다. 두 사람의 외로움을 악령은 깊게 파고들어 두려움을 자아낸다. 뒤이어 마놀로와 칸델라 앞에도 모습을 드러내며 완벽하게 가족을 집어 삼킨다. 여기에 ‘컨저링’ 시리즈의 워너 브라더스 답게 오컬트 요소를 삽입한다. 다발로스 부인과 그녀의 딸은 악령과 접촉할 수 있는 존재로 ‘컨저링’ 시리즈의 워렌 부부와 ‘인시디어스’ 시리즈의 엘리스 레이니어를 연상시킨다.

 

독재정권이 남긴 악령이 새로운 시작을 꿈꾸는 가족의 숨통을 옥죄어 온다는 설정과 암파로를 중심으로 추리극의 구성을 따와서 악령의 정체를 밝혀가는 과정은 탄탄한 구성을 선보인다. 명확한 주제의식과 허술하지 않은 사건의 표현, 가족 구성원 사이의 두려움이 간극을 만들고 이 틈을 악령이 파고들어 불안을 유발한다는 점은 표면적으로 자유를 찾았으나 여전히 불안 속에 살아가는 당시 스페인 사람들의 심리를 보여준다.

 

▲ '그집' 스틸컷  © 제이앤씨미디어그룹 , TCO더콘텐츠온

 

다만 완성도적인 측면에 몰입한 나머지 장르가 주는 매력표현은 부족하다. ‘컨저링’을 중심으로 한 워너 브라더스의 공포영화는 ‘애나벨’을 제외하면 외형에서 공포를 유발하는 캐릭터를 잘 만들어내지 못한다. 이 작품 역시 핵심인 악령이 외형에서 소름을 자아내지 못하며 막상 등장해도 가슴이 뛰지 않는다. 여기에 사운드를 활용한 공포 유발(흔히 말하는 공포영화의 깜짝 놀래키기)도 타이밍이 나쁘다.

 

장면을 보여줘야 될 포인트에 아무것도 아닌 지점이 많다. 이런 속임수는 한두 번 활용될 시에 적당한 긴장감을 유발할 수 있지만 잦은 반복은 재미를 떨어뜨린다. 클라이맥스는 가장 아쉬운 지점이라 할 수 있는데 하우스 호러의 클라이맥스는 공간 활용을 통해 장르적 쾌감을 극대화한다. 한데 이 작품은 그런 시도를 하지 않으며 다소 밋밋하게 절정을 표현한다. 국물은 맛있지만 두부도, 감자도, 양파도 없는 된장찌개를 맛보는 기분이다.

 

‘그집’은 두 가지 매력을 모두 품지 못한 아쉬운 영화다. 공포영화는 허술하다는 편견을 깨버리는 밀도는 좋았지만 장르적인 매력을 완벽하게 표현하진 못했다. 괴종시계나 커튼의 활용 등 공간을 이용한 장면의 생성은 시선을 끌지만 이를 집약하지 못하면서 이 작품만의 색을 만들어내는데 실패했다. 만약 장르적인 매력만 갖췄다면 문을 열기 싫을 만큼 오싹한 영화가 탄생하지 않았을까 싶다.

 

 

김준모 기자| rlqpsfkxm@cinerewi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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