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전, 한 로봇이 들려준 '침묵의 소통법'

2020, 애니메이션 '월-E'의 메시지를 상기해야 할 때

한지윤 | 기사승인 2020/05/22 [11:02]

12년 전, 한 로봇이 들려준 '침묵의 소통법'

2020, 애니메이션 '월-E'의 메시지를 상기해야 할 때

한지윤 | 입력 : 2020/05/22 [11:02]

[씨네리와인드|한지윤 리뷰어]

 

축 처진 눈에 자그마한 정육면체 모양의 몸, 집게 같은 팔.

한 마디로 불쌍하게 생긴낡은 고철 덩어리가 지구에 홀로 남아 쓰레기를 치운다.

그 옛날의 사랑 영화를 틀어놓은 채로, 콧노래를 부르며.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걸작, '-E'에 대한 이야기이다.

앤드류 스탠튼 감독은 외로움이라는 감정을 ‘WALL-E : Waste Allocation Load Lifter Earth-Class, 지구 폐기물 수거-처리용 로봇라는 캐릭터로 구현했다.

바퀴벌레가 유일한 친구인 이 로봇은 항상 인간의 자취를 찾아다니며, 설레는 로맨스를 동경하기도 한다.

언어도 제대로 구사할 수 없는 로봇이 소통을 갈망하다니,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이렇듯 '월-E'는 모순적인 조합의 단어를 연결해 주는 놀라운 애니메이션이다.

 

유토피아가 보여주는 디스토피아

 

'월-E'는 포스트 아포칼립스(Post-apocalyptic fiction/종말물)를 배경으로 하는 SF 애니메이션이다. 폐허가 되어버린 지구를 떠난 인간들은, 모든 것이 완비된 엑시엄우주선에서 환상적인 날들을 보낸다. 모든 노동에서 벗어나 유토피아와도 같이 자유로운 세상에서 몇 백 년의 세월을 보내온 것이다. 그러나 인간들은 자신이 살아가는 그 공간이 얼마나 대단한 장소인지 인식조차 못한다. 그저 거대한 기계에 몸을 실은 채로 정면의 스크린에 시선을 고정할 뿐이다. 혁신적인 기술을 통해 모든 억압에서 벗어나게 된 줄 알았건만, 모든 인간은 기계의 행위에 종속되어 버린다. 우주선 자동 조종 역할을 담당하던 AI ‘오토는 결국 최고 권력자의 위치에서 인간을 제멋대로 통제하기까지 한다.

 

침묵소통

 

유성 영화가 발명한 것은 침묵이다.” - 로베르 브레송(Robert Bresson)

 

이 영화는 언어 없이도 소통의 가치를 보여준다. 주인공인 두 로봇 -E’이브가 말할 수 있는 것은 서로의 이름뿐이다. 그러나 이 로봇들은 온 마음을 다해 이야기를 나눈다.

 

▲ <월-E> 스틸컷  © 한국소니픽쳐스릴리징브에나비스타영화

 

위 사진은 기나긴 고생 끝에 두 로봇이 재회하는 장면이다. 고요한 우주에서 서로를 향해 춤추듯 나아가는 연인(비록 생명 없는 존재들이라 할지라도). 사랑이라는 감정을 이보다 더 맑은 표현으로써 이미지화할 수 있을까? 여기에 20세기 SF 영화('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혹성탈출' 등)를 참조한 연출이 더해져 아날로그한 순수함이 느껴진다.

 

인간이 아닌 존재들이 보여주는 인간성

 

영화 속 나태한 인간들과는 달리, ‘-E'이브는 부지런하게도 자신들의 직업적 사명감과 지고지순한 사랑을 지켜나간다. 엑시엄 우주선의 다른 로봇들 역시, 억압적인 시스템 체계에 저항하며 부조리한 권력에도 당당하게 대항한다. 인간이 아닌 존재들이 이른바 인간적인감정과 행위를 이어나가는 것이다. 이러한 영화 속 세계관은, 점차 인간성을 잃어가는 현대 사회의 삭막함을 비판한다.

 

12년 전, 애니메이션 '월-E'가 우리에게 전해준 가치는 지금까지도 유효하다.

서로를 의심하기 바쁜 우리 사회, '-E'가 들려준 나지막한 메시지를 다시 떠올려 봐야 할 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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