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왜 주변인의 삶을 택했나

[프리뷰] '프랑스여자' / 6월 4일 개봉

김준모 | 기사승인 2020/06/03 [10:44]

그녀는 왜 주변인의 삶을 택했나

[프리뷰] '프랑스여자' / 6월 4일 개봉

김준모 | 입력 : 2020/06/03 [10:44]

▲ '프랑스여자' 포스터.     ©롯데엔터테인먼트

 

[씨네리와인드|김준모 기자] 주변인은 둘 이상의 이질적인 사회나 집단에 동시에 속하기 때문에 양쪽의 영향을 받지만, 그 어디에도 완전하게 속하지 않는 사람을 의미한다. ‘프랑스여자’는 이 주변인을 다양한 의미로 활용한다. 미라라는 인물이 프랑스와 한국, 양국에 모두 속하지만 동시에 아니기 때문에 주변인이 될 수 있으며, 그녀의 현재와 꿈, 환상이 복합적으로 전개되기에 어느 하나의 삶에 확실히 정착하지 못한 주변인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

 

미라는 한때 배우를 꿈꿨지만 프랑스로 유학 후 남편 쥴과 결혼해 정착한다. 그녀는 이혼 후 20년 만에 한국으로 돌아와 옛 친구들과 만난다. 영은은 영화감독이 되었고, 성우는 연극 연출가가 되었다. 그들은 대화 중 2년 전 죽은 혜란을 추억한다. 미라는 혜란에 대해 떠올리려 하지만 쉽지 않다. 작품은 왜 미라가 혜란과의 추억을 떠올리려 하는지를 중점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 '프랑스여자' 스틸컷  © 롯데엔터테인먼트

 

이 작품은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깊은 인상을 남긴다. 첫 번째는 교묘한 기억의 연결이다. 영리한 영화는 대사 하나, 장면 하나 허투루 쓰지 않는다. 관객을 위한 재미나 팬서비스 보다는 극적인 완성도를 위해 차곡차곡 서사를 쌓는다. 현실에서 미라가 내뱉는 대사가 과거 또는 프랑스에서의 생활에 대한 힌트가 되기도 하며, 꿈이나 환상에서 보여줬던 장면이 미라가 혜란에게 품은 감정을 보여주기도 한다.

 

스포일러를 노출하지 않는 선에서 한 장면을 뽑자면 미라가 처음 한국에 와서 옛 친구들을 만나는 장면을 들 수 있다. 이 장면에서 이별 파티에서 만났던 한 남성은 미라를 기억하지 못한다. 여기에 그녀의 면전에 대고 ‘요즘은 개나 소나 다 공부한다고 파리에 간다’고 말한다. 이 다소 무례하게 느껴질 수 있는 등장은 미라가 착한 인물은 아니라는 점과 그녀의 파리 생활이 순탄치 않았음을 암시한다.

 

▲ '프랑스여자' 스틸컷  © 롯데엔터테인먼트

 

두 번째는 나선형의 구조다. 미라의 기억은 과거에서 현재 또는 현재에서 과거로 수직으로 전개되지 않는다. 현실과 과거가 뒤섞여 마치 나선형처럼 이동한다. 때문에 이야기의 정체를 파악할 때까지 많은 시간이 걸린다. 미라는 화장실 벽에 걸린 그림, 연극의 제목, 영은과 성우와의 대화를 통해 기억을 회상한다. 이 기억은 다시 프랑스에서의 기억과 연관을 맺는다. 하나의 기억이 현재-과거(한국)-과거(프랑스)로 세 번 반복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미라는 남편과 영화 ‘쥴 앤 짐’에 나왔던 공간에서 함께 배를 탔던 기억을 말한다. 남편의 이름이 쥴이라는 점에서 이는 로맨틱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쥴과의 결혼생활이 순탄하지 않았다는 점과 그 잘못이 쥴에게 있다는 점은 과거 미라와 성우의 관계 역시 로맨틱하지 않았음을 암시한다. 과거 장면에서 성우는 미라에게 로맨틱하게 키스를 한다. 하지만 다음 장면에서 놀란 혜란의 표정이 등장하며 그 관계가 건전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이는 쥴과 성우를 연결하며 두 사람과 관계를 맺은 미라의 어둠을 보여준다. 때문에 현실에서 미라가 성우와 모텔을 향하는 장면→모텔 화장실에서 쥴과 다투는 장면(과거이자 환상)→화장실에서 나와 침대 위의 성우와 마주하는 장면은 나선형으로 연결되는 기억의 과정을 보여준다. 쉽게 이야기를 전달하지 않지만 하나의 감정을 세 단계로 나눠 제시하며 점점 파고 들어가는 묘미를 보여준다.

 

▲ '프랑스여자' 스틸컷  © 롯데엔터테인먼트

 

세 번째는 미라와 혜란의 관계다. 영화는 혜란을 바라보는 관객의 시선을 미라를 통해 세 단계로 나눈다. 첫 번째는 추적이다. 미라는 과거를 되짚어 가며 혜란을 찾는다. 이 단계에서 관객은 혜란이 누구이며, 왜 혜란의 이름이 반복해서 등장하는지 호기심을 느끼며 이 추적에 동참한다. 추적이 어느 정도 진행이 되면 두 번째로 당혹과 마주한다. 미라가 혜란에게 품는 감정이 당혹이기 때문이다.

 

미라는 나선형으로 기억을 따라가기에 그 중심에 무엇이 있는지 알지 못한다. 그래서 그녀는 떠오르는 기억을 통해서 혜란과 마주한다. 미라가 프랑스에서 고양이 나비가 죽었을 때의 슬픔을 이야기하는 장면은 혜란이 20년 전 미라에게 받은 상실의 상처와 연결되며 당혹스런 감정을 준다. 미라의 개인적인 기억의 파편을 연결하다 보면 그 조각이 완성하는 퍼즐이 혜란의 얼굴이기 때문이다.

 

세 번째는 동질감이다. 미라와 쥴, 혜란과 성우 사이의 관계는 연관성을 지닌다. 미라는 프랑스에서 혜란이 느꼈을 감정을 쥴을 통해 알게 된다. 때문에 혜란이 죽기 1년 전, 프랑스를 찾아와 미라를 만났던 그 이유가 무엇인지 짐작하게 된다. 그 감정은 열등감도, 분노도 아닌 호기심이다. 미라의 환상 중 쥴이 미라를 대신해 만나는 여자의 얼굴이 혜란이란 점은 미라가 쥴에게 품은 호기심이 혜란에게도 있었음을 암시한다.

 

▲ '프랑스여자' 스틸컷  © 롯데엔터테인먼트

 

미라의 삶이 주변인처럼 보이는 건, 혜란 역시 주변인이었기 때문이다. 영은은 혜란이 조울증이 있었다고 말한다. 조울증은 기쁨과 슬픔이 극과 극으로 나타나는 감정이다. 때문에 슬픔에도, 기쁨에도 속할 수 없다. 미라는 한국에서도, 프랑스에서도 진실 된 행복을 찾지 못했다. 그녀는 그 이유를 기억 속 혜란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만나게 된다. 결말부는 왜 미라가 혜란을 찾아야 했는지를 보여주며 진한 여운을 남긴다.

 

‘열세살, 수아’ ‘설행_눈길을 걷다’를 통해 섬세한 여성서사를 만들어 온 김희정 감독은 이번 작품을 통해 그 디테일의 정점을 보여준다. 영은과 성우는 각자의 캐릭터성을 분명히 나타내며 미라가 기억여행을 떠나게 도와주며, 미라와 혜란의 모습이 점점 일치되어 가는 과정은 정교한 퍼즐을 맞추는 듯한 쾌감을 준다. 올해 여성서사를 다룬 작품 중 그 감정적인 완성도에 있어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 영화다.

 

 

김준모 기자| rlqpsfkxm@cinerewi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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