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적인 영상미로 그려낸 마로나의 행복한 견생

[프리뷰] '환상의 마로나' / 6월 11일 개봉

김준모 | 기사승인 2020/06/04 [10:10]

환상적인 영상미로 그려낸 마로나의 행복한 견생

[프리뷰] '환상의 마로나' / 6월 11일 개봉

김준모 | 입력 : 2020/06/04 [10:10]

▲ '환상의 마로나' 포스터     ©찬란

 

[씨네리와인드|김준모 기자] 애니메이션이 지닌 장점 중 하나는 화면을 통해 극의 분위기나 인물의 심리를 연출할 수 있다는 점이다. 작품의 화면은 모두 그림으로 이뤄지기에 감독은 그림처럼 한 컷을 주고자 하는 감정으로 가득 채울 수 있다. ‘환상의 마로나’는 이런 비주얼에 있어 감히 환상적이란 표현을 하고 싶은 작품이다. 반려견을 소재로 한 수많은 작품 중 이 작품만이 지닌 장점이라면 마로나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장면의 구성이다.

 

안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과 자그레브국제애니메이션영화제에서 대상을 수상한 안카 다미안 감독은 ‘환상의 마로나’로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에서 대상을 수상하면서 세계적으로 명성이 높은 애니메이션 시상식에서 모두 상을 받는 능력을 선보였다. 영화연출을 전공했으며 작가이자 다큐멘터리 감독이기도 한 그녀는 다양한 시도를 통해 독특한 작품을 선보인다. ‘환상의 마로나’는 두 가지 점에서 인상적인 시도를 선보였다.

 

첫 번째는 아들 앙헬 다미안과 함께 시나리오를 완성했다는 점이다. 감독은 거리에서 유기견을 구한 뒤 입양보내기 전까지 임시 보호했던 경험이 있는데 이때의 경험을 아들과 함께 글로 작성했다. 때문에 마로나가 지닌 인간을 향한 따뜻한 마음과 믿음은 어린아이 같은 순수함이 느껴진다. 마로나가 느꼈을 불안 역시 아들의 생각이나 감정이 반영되지 않았을까 싶을 만큼 맑은 부분이 있다.

 

▲ '환상의 마로나' 스틸컷  © 찬란

 

두 번째는 이런 시나리오를 특별하게 만들기 위해 유럽을 대표하는 그래픽 노블 작가 브레흐트 에번스를 택했다는 점이다. 브레흐트 에번스는 자신을 비롯해 이나 트로스텐센과 사라 마체티라는 뛰어난 예술가 두 사람을 더 작업에 끌어들이며 독특한 비주얼을 완성시켰다. 시시각각 변하는 선의 움직임이나 2D와 컷아웃 애니메이션 기법, 3D를 섞으면서 그림체뿐만 아니라 표현에 있어서도 독특함을 자아낸다.

 

이런 독특함과 섬세함은 마로나의 ‘견생’을 특별하게 포장한다. 작품은 마로나가 세 명의 사람을 만나는 이야기를 다룬다. 마로나는 부잣집 순혈 품종인 아버지와 잡종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다. 주인집에서는 잡종의 피가 섞인 마로나와 형제들을 받아들이지 않고, 마로나는 형제들과 떨어져 팔려간다. 마로나가 첫 번째로 만난 주인은 거리의 곡예사 마놀이다. 술에 취한 마놀은 얼떨결에 마로나를 구매하고 아나라는 이름을 붙여준다.

 

따뜻한 마음과 높은 꿈이 있는 마놀을 통해 아나는 인간의 따뜻함을 알게 된다. 아나를 통해 삶의 활력을 얻고 거리 공연을 성공적으로 이어가던 마놀은 그토록 원하던 달의 서커스 팀의 스카웃 제의를 받는다. 하지만 아나를 데려갈 수 없단 사실에 고민한다. 마놀의 옷에 그려진 줄무늬는 자유자재로 움직이며, 마놀이 슬픔에 빠질 때마다 아래로 축 쳐진다. 별다른 대사 없이 마놀의 줄무늬가 바닥에 늘어져 움직이지 않는 것만 봐도 그 슬픔의 깊이를 가늠할 수 있다.

 

▲ '환상의 마로나' 스틸컷  © 찬란

 

마놀을 좋아하는 아나는 괴로워하는 그를 위해 몰래 집에서 나간다. 개는 인간과 함께 살기로 결심한 종이다. 때문에 개는 인간에게 호의적이며 인간을 따른다. 인간끼리는 배신할 수 있어도 개는 인간을 배신하지 않는다. 때문에 아나는 마놀을 위해 떠돌이 신세를 자처한다. 폐허가 된 공사장에 있던 아나를 발견한 건 건설업자 이스트반이다. 이스트반은 공사판에서 발견된 아나를 잘 대해주며 사라라는 이름을 붙여준다.

 

마놀이 인간의 꿈과 희망을 보여줬다면 이스트반은 현실과 한계를 말한다. 두 사람 모두 아낌없이 사랑을 주는 따뜻함이 있지만, 마놀이 다소 낭만적인 존재라면 아스트반은 현실적인 문제로 갈등을 겪는다. 이스트반은 사라를 집으로 데려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오자 고민한다. 그에게는 정서적으로 불안한 노모와 예민한 아내가 있다. 이스트반은 반려견과 함께 한다는 건 낭만이 아닌 현실임을 보여준다.

 

모든 가정이 반려견을 키울 수 있는 환경에 있는 건 아니다. 국내 최고의 동물훈련사인 강형욱 보듬컴퍼니 대표는 EBS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 출연 당시 개를 키우는 환경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한 바 있다. 주인이 사랑을 줄 수 없거나 반려견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환경에서 키우는 건 주인의 욕심일 뿐임을 강조했다. 이스트반의 집에서 사라는 몸과 마음에 큰 상처를 입는다.

 

▲ '환상의 마로나' 스틸컷  © 찬란

 

모든 사람은 따뜻하지 않다는 걸 알게 된 사라 앞에 세 번째 주인인 작은 소녀 솔랑주가 나타난다. 솔랑주에 의해 사라는 작품의 제목이기도 한 마로나가 된다. 솔랑주는 반려견이 지닌 소중함을 보여주는 주인이다. 처음에는 어머니와 할아버지를 상대로 맞서 싸우며 마로나를 집에서 키우기 위해 애를 썼던 솔랑주는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마로나를 귀찮은 존재로 생각한다. 마로나를 돌보는 건 오히려 할아버지와 어머니다.

 

하지만 반려견은 인간에 대한 사랑과 믿음을 잃지 않는다. 강아지는 인간에 의해 상처를 입어도 또 꼬리를 흔들 만큼 애정을 보인다. 때문에 마로나의 견생은 가슴 뭉클한 감동을 준다. 비록 상처가 많고 아픔이 깊지만 마로나는 끊임없이 누군가를 사랑하는 행복한 삶을 살았기 때문이다. 마로나가 고통스런 순간에 화면은 검은 색을 띄지만 그 순간은 짧다. 행복을 의미하는 노란색과 흰색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환상의 마로나’는 마로나의 입장에서 자신의 환상적이었던 삶을 다채로운 색체와 입체적인 표현을 통해 담아낸다. 마로나의 목소리는 모든 반려인의 마음을 울릴 만큼 공감을 자아내며, 마로나의 마음을 그려낸 화면은 허투루 넘길 장면 하나 없는 환상적인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누군가와 함께 한다는 게, 영원한 사랑과 우정을 약속하는 것이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현대인에게 깊은 울림을 주는 영화라 할 수 있다.

 

 

김준모 기자| rlqpsfkxm@cinerewi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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