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리오-연출-연기’ 삼박자가 맞아떨어진 밀도 높은 추적극

[프리뷰] '결백' / 6월 10일 개봉

김준모 | 기사승인 2020/06/05 [10:56]

‘시나리오-연출-연기’ 삼박자가 맞아떨어진 밀도 높은 추적극

[프리뷰] '결백' / 6월 10일 개봉

김준모 | 입력 : 2020/06/05 [10:56]

▲ '결백' 포스터.     ©소니픽쳐스엔터테인먼트코리아(주) , (주)키다리이엔티

 

[씨네리와인드|김준모 기자] 두 차례 코로나19로 인해 개봉이 밀렸던 ‘결백’이 드디어 6월 10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영화는 ‘왜’ 두 차례나 개봉을 미뤘는지 알 수 있을 만큼 높은 완성도와 쉴 틈 없는 재미를 선보였다. 한 마디로 연출의 밀도가 높다. 한 장면도 허투루 소비하지 않으면서 몰입도 높은 추적극을 선보인다. 여기에 신혜선과 배종옥, 두 배우의 연기는 온냉탕을 오가는 매력을 선보인다.

 

작품은 도입부부터 굉장히 빠른 전개를 선보인다. 장례식장에 추시장이 등장하고, 마을 어른들과 막걸리를 마시며 자신들의 은밀한 계획을 말하며 떠든다. 화자는 죽은 남편의 영정사진 옆에서 노래를 부르며, 장애가 있는 아들 정수는 상주로 있으면서 예기치 못한 행동으로 당혹감을 준다. 화자가 딸 정인은 아버지가 죽었는데도 오지 않는다며 화내는 여동생의 머리카락을 잡아당길 때, 추시장을 비롯해 막걸리를 마신 마을 어른들은 토를 하며 쓰러진다.

 

▲ '결백' 스틸컷  © 소니픽쳐스엔터테인먼트코리아(주) , (주)키다리이엔티

 

이 도입부는 단 몇분 만에 인물들의 관계와 상황, 그 특성을 모두 보여줌과 동시에 충격적인 오프닝으로 관객을 끌어당기는 몰입을 보여준다. 화자에게 치매가 있고, 정수에게 장애가 있으며, 추시장이 음모를 꾸미고, 정인이 가족을 매몰차게 버리고 서울로 갔다는 사실을 단번에 이해시키며 이후 수월한 진행을 가져온다. 이는 이후 전개가 온전히 사건과 그 은막에 집중할 수 있는 힘을 마련한다.

 

이런 완성도 높은 도입부 이후 정인이 시골로 내려온 이후는 더 속도감이 붙는다. 조그마한 시골 마을의 특성상 주민들은 결속력이 강하다. 아버지의 문제로 마을 사람들에게 미움을 받던 정인의 가족은 존경받는 추시장을 죽이려 했다는 이유로 더 강하게 탄압받는다. 경찰은 초동수사를 엉망으로 하고, 변호사는 실력인지 고의인지 모든 혐의를 인정한다고 발표한다. 여기에 검찰의 강압적인 수사를 인지한 유명 로펌의 에이스 정인은 스스로 사건을 맡고자 한다.

 

▲ '결백' 스틸컷  © 소니픽쳐스엔터테인먼트코리아(주) , (주)키다리이엔티

 

작품은 투트랙을 통해 결말로 향해가는 길의 속도를 늦추지 않는다. 첫 번째는 진범을 찾는 추리극이다. 정인은 추시장과 그 일당을 범인으로 의심하나 지역 경찰부터 검찰까지 모두 추시장의 손아귀에 들어가면서 힘을 내지 못한다. 이때 정인의 동창인 양순경이 도우미 역할을 자처하며 힘을 얻게 된다. 추시장의 비열한 방해와 검찰의 강압적인 수사에 맞서 진실을 찾고자 하는 정인과 양순경의 모습은 범죄 스릴러의 매력을 보여준다.

 

두 번째는 과거를 통해 진실을 밝혀내는 추적극이다. 정인의 아버지를 비롯한 추시장 일행은 젊은 시절부터 함께 우정을 다져온 사이다. 지역 채굴장을 운영하며 잘 나갔던 아버지는 한순간의 실수로 동네 사람들에게 배척당하는 존재가 되었으며, 반대로 추시장은 시장선거에 당선되며 지역을 대표하는 인물로 떠올랐다. 정인은 이런 아버지와 추시장, 그리고 어머니와의 과거에 숨은 진실을 찾아 나선다.

 

이 투트랙은 장르적인 매력과 가족이 중심이 된 드라마가 균형을 이루게 만든다. 여성이 주인공이라는 점에서 박진감 넘치는 스릴러를 기대하기 힘들다. 이 부족한 부분을 격렬한 드라마를 통해 채워 넣는다. 이 시도는 경우에 따라서는 극을 지루하게 만들거나 다소 오글거리는 설정으로 집중력을 해칠 수 있다. 박상현 감독의 밀도 높은 연출은 이런 단점이 될 수 있는 지점을 장점으로 바꿔 놨다.

 

▲ '결백' 스틸컷  © 소니픽쳐스엔터테인먼트코리아(주) , (주)키다리이엔티

 

‘그때 그 사람들’ ‘사생결단’ 할리우드 영화 ‘본 레거시’까지 다양한 작품에서 조연출로 경력을 쌓은 박상현 감독은 오래 준비한 첫 장편 데뷔작인 만큼 톱니바퀴처럼 모든 상황이 절묘하게 연결되는 흐름을 구성했다. 때문에 장면을 캐릭터의 성향을 설명하거나 잠시 쉬어가기 위해 소비하지 않는다. 정인의 과거와 현재의 다소 차갑고 냉정한 성격, 화자의 치매, 정수의 장애가 모두 이유를 갖춘 설정으로 이어진다.

 

시나리오를 효율적으로 보여줄 줄 아는 연출의 힘은 탄탄하고 심도 높은 드라마를 보여주며 추리극보다 더 격렬한 기억 추적극을 선보인다. 여기에 빼놓을 수 없는 게 배우들의 연기다. 정인 역의 신혜선은 점점 극에 몰입되어 가는 연기를 선보인다. 신혜선 하면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청순함과 순수함, 사랑스러움이다. 큰 키와 상반된 귀여운 외모가 인상적인 이 배우는 차갑고 카리스마 있는 검사 정인 역을 차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든다.

 

외형에서 느껴지는 변화보다 점점 관객들이 정인이란 캐릭터를 이해할 수 있게 연기로 극을 휘어잡는다. 특히 결말부에 다다를수록 격렬하게 드러나는 과거와 마주하는 정인의 모습은 깊은 인상을 선보인다. 어머니 화자 역의 배종옥은 기존의 지적이고 도시적인 이미지에서 벗어나 망가지는 모성애 연기를 선보인다. 기존 이미지와 완전히 다른 화자라는 캐릭터를 위해 배종옥이란 배우가 기울인 노력이 얼마나 컸을지 알 수 있다.

 

▲ '결백' 스틸컷  © 소니픽쳐스엔터테인먼트코리아(주) , (주)키다리이엔티

 

추시장 역의 허준호는 말 그대로 변속기어다. 그가 등장할 때마다 추리극의 긴장감은 탄력을 받는다. 부드럽고 유머러스한 가면 속에 추악한 욕망을 지닌 추사장은 다소 힘이 들어간 정인이나 다른 캐릭터와 달리 힘을 뺄 수 있는 모습을 통해 한껏 솟아오른 극적 긴장감을 달래주기도 한다. 마지막 법정 장면에서의 카리스마는 왜 허준호라는 배우가 오랜 시간 사랑받아 왔는지를 보여준다.

 

정수를 연기한 홍경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정수는 일관되게 정신이 모자라지만 그 일관됨 때문에 섬뜩함을 주기도 한다. 정수는 상대에게 상처가 되거나 두려움을 줄 수 있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다. 때문에 배우는 그 말이 지닌 무게감을 알면서도 모르는 거처럼 내뱉어야 한다. 정수는 그런 캐릭터의 임무를 소화해내며 진실로 다가가는 정인의 속도를 적절히 조절해주는 역할을 충실히 이해했다.

 

‘결백’은 좋은 시나리오가 밀도 높은 연출을 만나면 어떻게 탄생하는지 보여주는 영화다. 다소 우울하고 불편한 이야기가 상업영화의 오락성을 갖추기 힘든 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추리와 추적의 매력을 결합하며 장르적인 매력을 보여준다. 올해 초부터 이어진 코로나19로 인해 극장가에는 빨간불이 들어왔다. 더불어 관객들의 관람욕을 자극할 만한 영화들이 사라졌다. ‘결백’은 그 욕구를 풀어주며 파란불을 비춰줄 첫 번째 신호탄이라 할 수 있다.

 

 

김준모 기자| rlqpsfkxm@cinerewi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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