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거장의 흥미롭지 않은 ‘도미노’

[프리뷰] '도미노' / 6월 11일 개봉

김준모 | 기사승인 2020/06/05 [13:23]

돌아온 거장의 흥미롭지 않은 ‘도미노’

[프리뷰] '도미노' / 6월 11일 개봉

김준모 | 입력 : 2020/06/05 [13:23]

▲ '도미노' 포스터     ©영화사 빅

 

[씨네리와인드|김준모 기자] 브라이언 드 팔마는 미국 장르영화계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한 감독이다. 알프레드 히치콕 이후 서스펜스 장르의 매력을 잘 살려낸 감독인 건 물론 공포, 범죄, 스릴러 등 장르물에 특화된 능력을 선보였다. 알 파치노의 갱스터 명작 ‘스카페이스’와 ‘칼리토’를 감독한 건 물론 ‘언터처블’로 느와르 계의 한 획을 그었다. 여기에 ‘드레스드 투 킬’ ‘필사의 추적’ ‘침실의 표적’으로 이어지는 스릴러 영화는 할리우드 장르물이 지닌 진가를 선보였다.

 

공포영화 ‘캐리’와 SF영화 ‘미션 투 마스’는 물론 전설적인 첩보 액션 시리즈 ‘미션 임파서블’의 시작 역시 그가 감독이었다는 점을 생각할 때 브라이언 드 팔마가 할리우드에 끼친 영향력은 상당하다 평할 수 있다. 이 노장 감독이 ‘패션, 위험한 열정’ 이후 7년 만에 메가폰을 쥐었다. 거장의 컴백은 반갑다. 하지만 그의 컴백은 레니 할린 감독의 현재와 연관되어 있다. 레니 할린은 현재 중국에서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 '도미노' 스틸컷  © (주)영화사 빅

 

중국 자본은 그 힘을 보여주고자 옛 거장들을 불러들이고 있다.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감독과 컨택해 작품을 만드는 것이다. ‘도미노’ 역시 중국 자본에 의해 만들어진 작품이다. 때문에 ‘패션: 위험한 열정’에서 선보인 브라이언 드 팔마의 불꽃 같은 힘은 찾아보기 힘들다. 이 영화에 대해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80년대 브라이언 드 팔마의 영화를 보는 느낌이다. 당시에는 재미있을지 모르겠지만 지금 보기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작품 자체가 낡은 표현을 지닌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영화는 현대의 모습을 작품에 투영한다. 덴마크 코펜하겐을 배경으로 시작하는 영화는 무슬림의 극단적 종교주의자들을 적이 되는 테러단체로 설정한다. 이는 최근 유럽에서 발생한 무슬림 단체에 의한 테러사건을 투영한다. 특히 테러단체가 소형 카메라를 이용해 네덜란드의 영화제에서 테러를 기획하고, 그 장면을 컴퓨터 영상으로 보는 장면은 현대 문물의 발달이 잘못된 용도로 사용되는 잔혹함을 보여준다.

 

테러범들이 자신의 위엄을 과시하기 위해 인터넷에 영상을 올리는 장면이나 드론을 통해 테러를 기획하는 장면은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이 현대적인 범죄 스릴러의 문법에 맞춰 작품을 구성했음을 보여준다. 이는 ‘콘티키: 위대한 항해’와 ‘12번째 솔저’ 등 좋은 작품을 쓴 노르웨이 출신의 시나리오 작가 페터 스카브란의 능력이기도 하다. 다만 캐릭터의 표현 부분에서 옛 느낌이 진하게 나타난다.

 

▲ '도미노' 스틸컷  © (주)영화사 빅

 

형사 크리스티안은 자신의 실수로 동료 랄스가 코마 상태에 빠지자 범인을 잡고자 분투한다. 역시나 랄스와 아는 사이이자 그의 비밀 연인인 수사관 알렉스는 복수를 꿈꾸며 크리스티안과 함께 범인을 쫓는다. 그들이 쫓는 목표물 에즈라는 CIA요원 조가 관리하고 있다. 테러범에게 동료를 잃은 조는 에즈라를 이용해 테러단체를 잡고자 한다. 랄스-크리스티안-조-에즈라는 마치 80년대 영화에서 나온 듯한 캐릭터성을 보인다.

 

시대는 2010년대인데 캐릭터는 올드하다. 다들 각자의 욕망이 강하고 가볍게 충돌을 겪는다. 그 갈등의 해소 역시 허무하게 이뤄진다. 드라마적인 연결고리가 약하며 남성 캐릭터의 마초적인 매력이 지나치게 강조되는 경향을 보인다. 또 욕망은 강하지만 충돌에서는 쿨한 모습을 보인다는 점에서 인지 부조화를 보인다. 이야기는 세련됐지만 캐릭터가 낡다 보니 무대 위에서 뛰어노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다.

 

여기에 브라이언 드 팔마식 스릴러 문법도 호불호가 갈릴 지점이다. 개인적으로 옛 향수를 보이는 장면들이 많았던 만큼 흥미로웠지만 이 장면들이 요즘 관객들에게 먹힐지는 의문이다. 브라이언 드 팔마의 스릴러는 히치콕의 문법을 따른다. 관음적인 요소를 지니면서 극적인 상황으로 인물을 몰아 긴장감을 유발한다. 먼저 도입부에서 크리스티안이 에즈라를 쫓는 장면을 들 수 있다.

 

▲ '도미노' 스틸컷  © (주)영화사 빅

 

이 장면에서 에즈라는 지붕 위로 도망치고 크리스티안은 그 뒤를 쫓는다. 두 사람이 난간에 매달리는 장면은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현기증’을 연상시킨다. 다음으로 후반부 드론 장면을 들 수 있다. 이 장면에서 테러리스트는 망원경으로 테러 장소에 위치한 동료를 바라본다. 조그마한 망원경 화면으로 테러 장소에 위치한 사람들의 운명을 엿본다는 점은 관음증적인 요소를 보여준다.

 

이런 연출은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이창’이나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의 ‘침실의 표적’에 잘 나타난다. 서스펜스를 유발하는 고전적이면서 효율적인 방법이다. 다만 이런 연출을 현대의 관객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의문이다. 카메라 워킹이나 색감 역시 80년대 스타일이고, 몇몇 장면은 개연성 지점에서 아쉬움을 남기기 때문이다. 브라이언 드 팔마의 최근작인 ‘패션, 위험한 열정’을 생각할 때 위함한 열정으로 찍은 영화라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도미노’는 브라이언 드 팔마의 영화를 사랑하는 이들이라면 꽤나 즐길만한 작품일 것이다. 그만큼 기존 문법에 탄탄하고 낡았지만 효과적으로 서스펜스를 유발해낼 줄 안다. 다만 요즘 범죄 스릴러 장르에 익숙한 관객에게 이 영화가 지닌 색깔이 흥미롭게 다가오지만은 않을 거 같다는 생각이다. 요즘은 ‘도미노’가 별다른 흥미나 쾌감을 주지 못하는 거처럼 말이다.

 

 

김준모 기자| rlqpsfkxm@cinerewi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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