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영화가 보여주는 7대 죄악 ②

색욕, 폭식, 오만, 분노

김준모 | 기사승인 2020/06/10 [09:52]

공포영화가 보여주는 7대 죄악 ②

색욕, 폭식, 오만, 분노

김준모 | 입력 : 2020/06/10 [09:52]

[씨네리와인드|김준모 기자] [①편에서 계속됩니다] 

 

 ▲ '라이트하우스' 스틸컷  © A24

 

색욕(sexual desire)

 

색욕으로 인한 공포를 가장 잘 보여주는 영화로는 ‘내 무덤에 침을 뱉어라’를 뽑을 수 있다. 여름휴가를 위해 한적한 시골 별장으로 놀러온 제니는 마을 부랑자 4명에게 붙잡혀 처참하게 강간과 폭행을 당한다. 이 부랑자 네 명은 강간을 마치 게임처럼 생각하며 제니를 점점 구석으로 몰아가며 괴롭히다 잔인하게 강간을 행한다. 리메이크 이후 시리즈로 제작이 된 이 작품은 사건 후 여성의 통쾌한 복수로 재미를 준다.

 

하지만 그 이전 부랑자들의 행위는 상당한 공포를 자아낸다. 이처럼 색욕은 사람을 짐승처럼 만드는 욕구인 만큼 실제 짐승을 마주한 듯한 긴장과 공포를 선사한다. 이런 공포는 호러의 거장 웨스 크레이븐 감독의 데뷔작 ‘왼편 마지막 집’에서도 나타난다. 17세 소녀 마리와 친구가 록밴드 공연을 보러 갔다 탈주한 살인범 4인조에게 붙잡혀 강간을 당하고 잔혹하게 살해된다. 이 잔혹한 강간과 살인 때문에 이 작품은 ‘내 무덤에 침을 뱉어라’와 함께 여전히 공포영화 매니아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작품이다.

 

▲ '내 무덤에 침을 뱉어라' 스틸컷  © Barquel Creations

 

색욕을 소재로 한 공포영화의 경우 그 결말은 비슷하다. 복수다. 자신을 망친 명확한 대상이 있기에 복수를 할 수 있다. 때문에 영화는 전반부에는 분노와 공포를 보여주지만 후반부에는 통쾌함을 자아낸다. 헌데 이 통쾌함 속에는 숨겨진 비밀이 있다. 바로 관객들이 폭력에 동참하면서 스스로에게 느끼게 되는 공포다. 방금 전까지 폭력 앞에 울분을 토했던 관객은 똑같은 폭력을 통한 복수에 쾌감을 느낀다.

 

색욕이 인간의 본성인 거처럼 이런 쾌감을 느끼는 감성 역시 본성이다. 결국 이를 통해 관객들은 인간 존재 자체가 지닌 공포를 경험하게 되는 묘한 체험을 하게 된다. 공포 안에 또 다른 공포를 배치하는 영리한 연출을 선보인 것이다. ‘라이트하우스’에서는 인어조각상을 손에 쥔 에프라임이 상상을 하며 자위하는 모습으로 이런 색욕을 표현한다. 피해갈 수 없는 인간의 욕구이지만 이를 해소하는 모습을 바라보는 건 꺼려진다는 점이 색욕의 특징이다.

 

▲ '라이트하우스' 스틸컷  © A24

 

폭식(binge)

 

아마 이런 질문을 던지는 분들이 있을 것이다. ‘폭식이 왜 죄악이야?’ 대먹방 시대인 요즘 폭식은 죄악이 아닌 자랑이자 돈을 벌 수 있는 컨텐츠로 여겨진다. 하지만 과거 폭식은 극소수의 부유층에게만 허락된 사치였으며 음식이 부족한 시대에는 필요 이상의 욕심을 부리는 악으로 여겨졌다. ‘라이트하우스’에서는 토마스와 에프라임이 온갖 음식을 늘여놓고 게걸스럽게 식사하는 모습을 통해 폭식을 표현한다.

 

폭식에 대한 경계를 표현한 공포의 대표적인 예는 그리스 로마 신화의 에리식톤 이야기를 들 수 있다. 부자이지만 탐욕스러운 인물인 에리식톤은 대지의 신 데메테르의 참나무를 베어버리고 그 죄로 지독한 배고픔이라는 저주를 받게 된다. 계속 음식을 찾게 되는 에리식톤은 집 안에 돈을 다 써버리자 집은 물론 자식들마저 남의 집 종으로 팔아버린다. 그럼에도 허기를 채울 수 없었던 그는 자신의 몸마저 다 먹어버린다.

 

▲ '여곡성' 스틸컷  © 국제영화

 

이 다소 엽기적인 이야기는 폭식이란 죄악을 자극적으로 풀어낸다. 폭식을 대상으로 한 공포영화를 찾기는 힘들지만 먹는 것을 통해 공포를 표현해낸다면 ‘여곡성’을 들 수 있다.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이 공포영화에서 양반 이경진은 부인인 신씨가 해준 국수를 먹던 중 국수가 지렁이로 보이는 충격적인 공포를 경험하게 된다. 이 장면은 배가 터지도록 음식을 먹고 싶은 식탐처럼 출세를 잡고자 했던 이경진의 그릇된 욕망에 대한 대가를 치르는 장면이다.

 

젊은 시절 결혼하기 전 만났던 월아가 임신을 하자 출세를 위해 신씨와 결혼하고자 했던 이경진은 월아와 아이를 죽여 버린다. 식탐은 원하는 걸 모두 갖고자 하는 욕심에서 비롯된다. 자신의 뱃속은 생각하지도 않은 채 먹고 뱉어내기를 반복한다. 이경진이 월아에게 행한 악행은 이런 식탐과 연관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월아가 이경진에게 내린 저주인 이씨 집안의 대가 끊기는 것은 더 이상 씨를 뿌려 풍요를 누릴 수 없다는 점에서 식탐과 비슷한 지점을 지닌다.

 

▲ '세인트 아가타' 스틸컷  © (주)디스테이션

 

오만(arrogance)

 

등대지기를 꿈꾸는 에프라임의 오만은 그의 과거와 연관되어 있다. 에프라임은 과거 사람을 죽이고 그의 이름과 신분을 훔쳤다. 즉, 에프라임은 그의 이름이 아닌 다른 사람의 것이라는 점이다. 에프라임은 그 죄를 속죄하거나 뉘우치지 않았고 새로운 삶을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죄를 저지르고도 새 삶을 꿈꾸고 등대지기가 될 수 있을 거라 여긴 에프라임의 모습은 오만 그 자체다.

 

오만은 상대보다 더 위에 있다는 우월감에서 비롯된다. 때문에 오만에 바탕을 둔 작품들은 악령보다는 사람을 통한 공포를 보여준다. 감금과 고문을 교육과 규율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고 자신들의 검은 욕망을 숨기려는 모습을 말이다. 이런 오만은 종교의 측면에서도 나타나는데 최근 개봉한 영화 ‘세인트 아가타’를 예로 들자면 임신한 빈민층 여성들을 유인해 아기를 낳게 한 후 팔아 돈을 챙기는 수녀와 그 일당들이 등장한다.

 

그들은 종교를 이유로 빈민층 여성들보다 더 우위에 있다는 오만에 빠진다. 이런 오만은 그들을 고문하고 죽여도 상관없다는 극단적인 생각으로 이어진다. 그들은 불쌍한 여성들을 거둬줬고 신이 버린 그들이 신의 규율을 따르고 변하려 들지 않는다면 없어져도 상관없다 여기는 것이다. 이 작품에서 가장 잔인한 장면인 가위로 혀를 자르는 장면은 이런 오만을 잘 보여준다. 빈민층이 하는 말은 변명이니 들을 가치도 없다는 점을 장면을 통해 강하게 표현한다.

 

이런 오만은 통제에서도 비롯된다. 자신이 모든 상황을 통제하고 이끌어낼 수 있다 여기는 주인공이 과감한 행동을 하고 이것이 사고가 되어 큰 일이 발생하는 건 공포영화의 공식 중 하나다. 판타지 장르의 창시자 러브크래프트의 원작을 바탕으로 한 좀비영화 ‘좀비오’는 한 과학도의 오만한 욕심 때문에 좀비가 탄생하는 과정을 다룬다. 웨스트는 한 시약을 통해 죽은 고양이를 살려내고 이를 인간에게도 쓸 생각을 한다.

 

▲ '스텝포드 와이브스' 스틸컷  © Palomar Pictures International

 

살아난 좀비가 다른 사람을 죽이고, 그 사람을 살리려다 또 다른 사람이 죽고, 다시 살리다 또 다른 사람이 죽는 일이 반복되는 이 작품의 구성은 웨스트의 오만이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갔음을 보여준다. 브라이언 포브스 감독의 고전 공포영화 ‘스텝포드 와이브스’ 역시 이런 오만을 바탕으로 하지만 그 표현에 있어서는 다르다. 스텝포드라는 마을의 남편들이 순종적인 아내를 만들기 위해 아내들을 로봇으로 개조하며 이들이 지닌 오만을 보여준다.

 

남편들은 자신들이 아내들보다 우월하다 생각하며 이 우월감을 충족시키기 위해 순종적인 아내들을 만들어낸다. 오만의 무서운 점은 같은 사람임에도 사람으로 바라보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만이 주는 우월감은 상대를 자기 마음대로 다뤄도 상관없다 여기게 한다. 고문과 살인, 심지어는 인간 개조를 보여주는 작품 속 공포들은 오만이야 말로 누구나 마음에 품고 있지만 꺼내서는 안 될 죄악임을 입증한다.

 

  ▲ '라이트하우스' 스틸컷  © A24

 

분노(anger)

 

성경에서는 분노를 파멸의 원인으로 보며 불의를 향한 분노는 선한 것으로 간주한다. 영화 속 악을 향한 주인공의 분노가 통쾌한 쾌감을 선사한다는 점에서 모든 분노는 악으로 간주할 수 없다. 공포영화에서의 분노는 그 표현에 있어 과하다고 할 수 있을 만큼 많은 피를 소모한다. 앞서 ‘성욕’ 파트에서 소개한 ‘내 무덤에 침을 뱉어라’와 ‘왼편 마지막 집’도 후반부 복수에 있어 잔인함을 보여주며 화면을 피범벅으로 만든다.

 

인간의 분노에는 광기가 필요하다. 악령이 인간을 죽일 만큼 강력한 힘을 분노에서 얻는 거처럼 분노의 강한 힘에는 정신적인 소모가 요구된다. 이를 보여주는 최근 영화로는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공포영화 감독 다리오 아르젠토의 동명의 작품을 리메이크한 ‘서스페리아’를 뽑을 수 있다. 마녀들이 소녀들의 영혼을 모아 악마를 부활시킬 계획으로 운영 중인 무용 아카데미를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은 마지막 장면에서 광기를 폭발시킨다.

 

마녀가 된 수지가 다른 마녀들을 처형하는 피의 광기에 빠진 결말부는 2차 대전 당시 희생자들에 대한 분노인지, 아니면 마녀에게 희생당한 이들을 향한 분노인지 알 수 없다. 하나 확실한 건 수지가 뿜어내는 분노의 광기는 보기 힘들 만큼 강렬한 장면을 연출해내며 잔혹함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그 대상에 상관없이 분노는 바라보는 것만으로 심장이 쿵쾅거리고 숨을 졸이게 만든다. 공포의 감정을 가장 강렬하게 표출해내기 때문이다.

 

이런 분노는 J호러의 기원으로 뽑히며 후에 J호러 작품들의 방향성을 제시해 준 ‘링’의 원천이기도하다. 비디오의 우물에서 등장하는 사다코의 원한은 비디오를 보는 사람들을 모두 죽일 만큼 강렬하다. 비디오 속의 존재라 여긴 사다코가 TV밖으로 나오는 공포영화 역사상 최고의 명장면은 현대의 SNS 시대에서 불특정 다수에 의해 비난과 공격을 당하는 거처럼 분노 역시 불특정 다수를 향해 표출될 수 있음을 보여주며 섬뜩함을 자아낸다.

 

실제 사회를 향한 분노가 원인이 된 사건들의 경우 그 대상이 불특정 다수를 향한다. 분노는 직접적으로 남에게 피해를 주며 광기에 빠진 분노는 대량 학살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라이트하우스’의 결말 역시 분노를 품은 광기로 마무리 된다. 에프라임의 광기는 작품이 보여준 기괴한 색체에 정점을 찍으며 돌이킬 수 없는 죄악이 분노임을 잘 보여준다. 분노에 빠진 인간은 모든 이성과 감성을 잃어버린 채 악마에 가장 가까운 모습이 되어버린다.

 

 

김준모 기자| rlqpsfkxm@cinerewi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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