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은 어쩌다 부력(浮力)을 잃어버렸나

[프리뷰] '부력' / 6월 25일 개봉

김준모 | 기사승인 2020/06/19 [19:08]

소년은 어쩌다 부력(浮力)을 잃어버렸나

[프리뷰] '부력' / 6월 25일 개봉

김준모 | 입력 : 2020/06/19 [19:08]

▲ '부력' 포스터  © (주)영화사 그램

 

[씨네리와인드|김준모 기자] 부력은 물체를 둘러싼 유체가 물체를 위로 밀어 올리는 힘을 말한다. 주위의 유체보다 밀도가 작은 물체는 부력에 의해 떠오르지만, 물체의 밀도가 유체보다 클 경우 가라앉게 된다. 이 작품은 깊고 무거운 욕심에 의해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이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작품의 주인공 차크라는 물 위로 떠오르고 싶지만, 그를 아래로 끌어당기는 중력이란 암흑의 힘은 부력을 허락하지 않는다.

 

캄보디아 소년 차크라는 그저 조금 더 나은 삶을 살고 싶다. 그의 가족은 농사를 지으며 가난하게 살고 있다. 여기에 아이가 많아 차크라도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작품은 도입부에서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가는 차크라와 교복을 입은 학생의 모습을 대비시킨다. 소년은 부모가 돈이 없다면 자신이 돈을 벌 생각을 한다. 그는 태국 공장에서 일을 할 수 있게 연결시켜 줄 수 있다는 친구의 말을 덥석 물어버린다.

 

브로커는 소개비를 받는다. 가족을 위해 태국행을 꿈꾸는 케아라는 남성은 돈을 조금 주고, 나머지 돈은 나중에 갚겠다고 말한다. 차크라 역시 외상을 택한다. 그리고 브로커는 두 사람만 따로 다른 공장으로 가라고 한다. 오토바이를 타고 이동하며 신나게 대화를 나누는 케아와 차크라. 두 사람은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잘 사는 나라인 태국에 가서 돈을 벌 생각에 조금은 들떠있다.

 

▲ '부력' 스틸컷  © (주)영화사 그램

 

그들이 향한 곳은 항구다. 이때부터 케아는 무언가 잘못됐음을 느낀다. 하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자리를 피하려는 그는 폭행을 당하고, 억지로 배에 올라타게 된다. 배에 탄 이들은 과거 미국이 아프리카에서 노예들을 데려올 때 썼던 노예선에서 그랬던 거처럼 몸을 포갠다. 더 많은 사람을 배에 넣기 위해서다. 그렇게 차크라와 케아는 롬 란의 배로 오게 된다. 이곳에서 그들은 무임금으로 하루 22시간 일을 하고, 더러운 물과 밥만 제공받는다.

 

작품은 세 가지 순간을 통해 일상으로 돌아갈 부력을 잃어버린 이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첫 번째는 롬 란이 사람을 죽이는 장면이다. 노예로 끌려온 이들에게 삶의 의욕이 있을 리가 없다. 속았다는 생각에 정신이 나간 한 선원은 일을 하지 않고 멍하니 간판에 앉는다. 롬 란은 자연스럽게 그의 외투를 벗긴 뒤, 바다 아래로 던져버린다. 그 모습을 눈앞에서 본 차크라는 큰 충격을 받게 된다.

 

이곳에서 인간은 노동력을 잃으면 아무런 가치가 없다. 못 쓰는 물건을 버리듯 인간은 바다에 버려진다. 이는 차크라로 하여금 살아남기 위해서는 가치를 증명해야 한다는 생각을 품게 만든다. 그래서 차크라는 수영을 할 줄 안다는 사실을 어필하고 롬 란을 비롯한 선원들에게 저자세를 취한다. 지옥의 공포 속에서도 인간이 잃기 싫은 게 있다면 목숨이다. 죽음보다 더한 지옥은 없다.

 

▲ '부력' 스틸컷  © (주)영화사 그램

 

두 번째는 미쳐버린 케아다. 케아는 가족이 있기에 살아남기 위해 열심히 일하지만 이내 포기한다. 탈출의 가능성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것이다. 여기에 그가 아들처럼 생각하는 차크라가 선원들과 가까워지는 모습을 보며 배신감을 느낀다. 특히 그가 반쯤 미친 얼굴로 미소를 지으며 열심히 일하고 있다며 어필하는 장면은 인간의 가장 큰 욕구인 생존 욕구에 가해진 위협이 한 개인을 얼마나 궁지로 몰아넣는지 보여준다.

 

세 번째는 잔인한 성장을 거듭하는 차크라다. 차크라는 성장기이자 사춘기에 다다른 소년이다. 그는 배 위에서 인간의 잔인한 속성을 배운다. 남을 속이고 괴롭히며, 힘이 있으면 위에 올라서는 법을 말이다.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폭력은 수단이란 이름으로 용납되며, 살인은 필요악으로 둔갑된다. 이런 환경 속에서 차크라는 점점 잔인하게 변한다. 그는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는 어떤 수단과 방법을 써도 상관없다고 여긴다.

 

영화는 동남아 해상에서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현대판 노예제도를 조명한다. 현대 노예제도의 특징은 많은 노동력이 요구되지만, 그 노동력을 충당하기 힘든 일에서 벌어진다. 어업은 높은 인건비와 생명수당이 필요한 일인 만큼 그 인력을 채우기 위해 동남아시아에서는 암암리에 노예제도가 이뤄진다. 이 문제는 국제사회가 인지하고 있지만 값싼 노동력이 필요한 시장에 함부로 개입하지 못하고 있다.

 

▲ '부력' 스틸컷  © (주)영화사 그램

 

동남아시아나 아프리카의 경우 어린아이들까지 노역에 동원된다. 이는 명백히 현대사회에 허용되지 않는 불법이지만, 제품의 저렴한 생산과 이를 통한 국가경제의 성장이란 측면 때문에 목소리를 높이기 힘들다. 때문에 작품은 이 문제에 대해 인식하고, 변화를 추구하고자 하는 배우들을 출연시킨다. 차크라 역의 삼 행은 실제 아버지의 친구 분이 어선에서 돌아가신 경험이 있기에 다음 세대의 아이들이 차크라와 같은 덫에 빠지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출연했음을 밝혔다.

 

잔인한 선장 롬 란 역의 타나웃 카스로는 어린 시절 3년간 어선을 탄 경험을 바탕으로 연기를 했고 이 문제에 대해 인식하고 있다. 때문에 이들은 자신들에게 가깝고 개선되었으면 하는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알리고자 헌신적으로 연기에 임한다. 캄보디아는 현재 세계적인 빈국(貧國)이다. 때문에 돈과 관련된 검은 유혹이 판을 친다. 그 유혹에 넘어간 차크라 같은 아이는 물론 케아 같은 어른들 역시 삶을 빼앗기고 인생을 잃어버린다.

 

‘부력’은 제목에서부터 다양한 의미를 보여준다. 삶을 부양하지 못하는 국가와 가정 속에서 부력을 잃은 이들의 모습이 될 수도 있고, 부력을 잃고 심해란 어둠 속으로 빠져가는 이들을 의미할 수도 있다. 하나 확실한 건 전 세계가 나아가야 할 길은 중력으로 인해 심해 아래로 가라앉는 이들을 외면하는 게 아닌, 이들에게 부력을 통해 수면 위로 올라갈 수 있는 힘을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작품이 지닌 강렬한 외침은 마음을 움직이는 메시지를 선사한다.

 

 

김준모 기자| rlqpsfkxm@cinerewi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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