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를 걷어낸 사랑의 혼란과 집착, 이 영화가 그려낸 현실연애의 공감

[프리뷰] '엔딩스 비기닝스' / 6월 24일 개봉

김준모 | 기사승인 2020/06/22 [10:19]

판타지를 걷어낸 사랑의 혼란과 집착, 이 영화가 그려낸 현실연애의 공감

[프리뷰] '엔딩스 비기닝스' / 6월 24일 개봉

김준모 | 입력 : 2020/06/22 [10:19]

▲ '엔딩스 비기닝스' 포스터  © (주)스마일이엔티, CJ엔터테인먼트

 

[씨네리와인드|김준모 기자] 드레이크 도리머스 감독은 ‘라이크 크레이지’를 시작으로 로맨스 영화만을 선보이는 로맨스 장인이다. 그의 영화는 감각적인 영상미에 귀를 사로잡는 OST, 사랑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끔 만드는 내용으로 매니아층의 사랑을 받고 있다. 국내 엔터사업을 이끌고 있는 CJ엔터테인먼트의 글로벌 프로젝트 2020 첫 주자로 선보이는 ‘엔딩스 비기닝스’는 드레이크 도리머스 감독의 스타일이 고스란히 담긴 영화다.

 

다프네는 4년 동안 사귀던 안드리안과 헤어진 뒤 언니의 집에 들어가 산다. 새로운 삶을 꿈꾸며 연애를 포기하고자 했던 그녀 앞에 매력적인 두 남자가 등장한다. 잭은 다정다감한 성격의 ‘현실남친’이다. 그는 사랑으로 상처 입은 다프네의 마음을 감싸주며 같이 술을 마시고 책을 보는 등 일상을 함께한다. 남들이 보기에는 특별하지 않지만, 나에게는 너무나 특별한 현실적인 느낌의 잭에게 다프네는 안정감을 느낀다.

 

반대로 프랭크는 치명적인 매력을 지닌 ‘위험한 남자’다. 그는 메신저를 통해 다프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툭툭 던지는 그의 문장은 다프네가 듣고 싶었던 말을 그대로 해주며 여심 사냥꾼의 면모를 선보인다. 잭이 안정감을 준다면 프랭크는 위험하게 그녀를 흔든다. 갑작스레 등장하는 프랭크의 행동은 잔잔한 일상에서 누구나 한 번쯤 꿈꾸는 일탈의 태풍을 불러온다. 문제는 두 사람이 친구라는 점이다.

 

▲ '엔딩스 비기닝스' 스틸컷  © (주)스마일이엔티, CJ엔터테인먼트

 

잭과 프랭크는 서로에 대해 알고 있다. 그래서 프랭크는 연락에 조심한다. 잭은 프랭크와 가깝게 지내지 말 것을 다프네에게 조언한다. 이 지점부터 작품은 더 현실적인 이야기로 넘어간다. 우리는 사랑에 있어 무엇이 안정적이고 올바른지 알고 있다. 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날 것, 내가 행복할 수 있는 사랑을 할 것, 절대 지나간 사랑에 집착하고 생각하지 말 것. 하지만 마음은 생각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다프네는 잭과 프랭크라는 매력적인 두 남자의 어필에도 옛 연인 안드리안과의 순간을 생각하곤 한다. 4년의 시간은 새로운 사랑을 이유로 한 번에 털어낼 수 없다. 보통의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새로운 사랑이 시작되면 옛 사랑을 잊기 마련이다. 허나 현실적으로 그게 가능한가. 함께 한 시간이 있고 그 시간 동안 분출한 감정이란 게 있다. 그 사람의 얼굴만 봐도 혼란스러운 게 지나간 사랑이다.

 

다프네는 잭이 주는 안정감을 온전히 받아들이기 힘들다. 그와 함께 있으면 편하고 행복하다. 삶이란 게 그렇다. 어떤 길이 나에게 이로운지 잘 안다. 그런데 우리가 밥을 먹을 때 건강을 위해서라고 밥과 채소만 먹지는 않지 않나. 때로는 패스트푸드나 자극적인 맛이 끌린다. 그것이 일상을 무너뜨릴지라도.

 

▲ '엔딩스 비기닝스' 스틸컷  © (주)스마일이엔티, CJ엔터테인먼트

 

프랭크는 잭이 줄 수 없는 사랑의 스릴감을 선사한다. 잭은 다프네를 안아주려 하지만 프랭크는 안아 달라 말한다. 여성에게는 남성에겐 없는 모성이란 게 있다. 이 모성은 남성보다 강한 공감능력과 대상을 품어주고자 하는 마음을 표출하게 만든다. 잭은 프랭크에 대해 경고했지만 다프네의 마음은 그 경고를 따르지 않는다. 품으로 파고 드는 프랭크의 마음을 차마 거절하지 못한다.

 

이런 다프네의 삼각관계는 그녀가 처한 현실처럼 위태롭다. 다프네에게는 무엇 하나 제대로 된 게 없다. 사랑도 직장도 인간관계도. 그녀는 언니의 집에서 새 직장을 얻고 이별 후의 삶을 준비하지만 언니의 남편은 마치 식충이라도 하나 나타난 듯 빨리 집에서 내보내라 말한다. 그녀의 삶이 위태로운 이유는 명확하다. 사랑은 가끔 나와 남을 혼동시킨다. 남을 통해 자신의 존재 이유를 찾는다.

 

▲ '엔딩스 비기닝스' 스틸컷  © (주)스마일이엔티, CJ엔터테인먼트

 

직장에서 나온 뒤 자신의 정체성을 찾지 못하는 경우처럼 사랑이 끝나면 나는 누구고 무얼 위해 살아오고 있었는지 혼란을 겪게 된다. 작품은 이런 혼란을 위태로운 삼각관계를 통해 표현한다. 때문에 이전 드레이크 도리머스 감독의 영화들처럼 소재에 있어 독특함을 가져오지 않았음에도 다소 통속적인 이야기로 공감을 자아낸다. 다프네의 심리는 우리가 사랑에서 느끼는 감정을 담아내며 현재 또는 과거의 자신을 돌아보게 만든다.

 

‘엔딩스 비기닝스’는 누구나 겪는 이별과 사랑을 심도 있게 느려낸다. 감독 특유의 아름다운 영상미와 귓가에 울리는 OST, 사랑에 대한 고민을 그려내며 판타지가 아닌 현실연애를 보여준다. ‘이퀄스’나 ‘조’ 때처럼 소재를 통해 흥미를 자아내는 요소가 생략된 점은 아쉬움으로 남지만 다소 통속적일 수 있는 이야기를 자신만의 스타일로 담아낸 뚝심이 인상을 남기는 영화라 할 수 있다.

 

 

김준모 기자| rlqpsfkxm@cinerewi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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