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키델릭한 분위기 속 할로윈이 지닌 '악몽'의 근저에 접근하다

[프리뷰] '팡파레' / 7월 9일 개봉

김준모 | 기사승인 2020/06/23 [18:01]

사이키델릭한 분위기 속 할로윈이 지닌 '악몽'의 근저에 접근하다

[프리뷰] '팡파레' / 7월 9일 개봉

김준모 | 입력 : 2020/06/23 [18:01]

▲ '팡파레' 메인 포스터  © 인디스토리

 

[씨네리와인드|김준모 기자] 이돈구 감독은 비극이 지닌 카타르시스를 강하게 전달하는 힘을 지닌 감독이다. 그는 ‘가시꽃’과 ‘현기증’, 두 편의 영화를 통해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며 매니아층을 확보했다. ‘팡파레’는 이돈구 감독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흥미를 가질 만한 영화다. 기존 작품들에 비해 분위기는 한층 밝아졌지만 비극이 지닌 강도는 더 강해졌다. 이전 작품들이 현실 속에 지옥을 그려냈다면, 이번 작품은 마치 지옥에 빠진 듯한 몽환적인 느낌을 준다.

 

할로윈데이, 영업이 끝난 한 바에 제이라는 여자가 찾아온다. 잠시 머물러도 되느냐고 묻는 제이에게 사장은 청소가 끝날 때까지 있으라고 말한다. 사장의 호의에도 퉁명스럽게 반응하는 제이. 이에 사장은 관심을 끊고 2층 청소를 위해 올라간다. 그때 희태와 강태가 가게에 나타난다. 돈을 훔칠 생각인 두 사람은 희태의 실수로 인해 사장을 죽이게 된다. 이 살인을 기점으로 악몽이 시작된다.

 

이 악몽은 몽환적인 분위기 속에 현실적인 욕망을 보여준다. 할로윈은 고대 브리튼과 아일랜드에 거주했던 켈트족의 문화에서 유래했다. 19세기 중반부터 미국에 아일랜드 출신 이민자가 급증하면서 할로윈이 미국 내에서 빠르게 퍼지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귀신으로 분장하는 것도 켈트족의 전통과 연관이 있다. 할로윈은 켈트족 달력으로 10월 31일 축제가 열렸다. 다음 날인 11월 1일을 기점으로 저승의 문이 열려 죽은 자의 영혼과 악마들이 이승으로 올라온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 '팡파레' 스틸컷  © 인디스토리

 

이 작품 역시 할로윈데이가 끝난 이후라는 점, 문이 열리고 들어온 제이를 시작으로 악인들이 연달아 가게에 찾아온다는 점에서 지옥문이 열렸음을 보여준다. 당시 켈트족이 자신들의 모습을 악마처럼 기괴하게 꾸민 이유는 악령과 악마들이 사람들을 구분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함이였다. 이 작품은 반대로 인간의 모습을 한 악마들이 보인다. 그들은 각자의 흉악한 내면을 숨기고 이 아수라장에서 살아남고자 한다.

 

현실적인 욕망은 인물 사이의 관계에서 비롯된다. 강태와 희태는 둘 다 밑바닥 인생이다. 하지만 강태는 사랑하는 동생 희태가 사이버대학에 다닌다는 점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있다고 여긴다. 그래서 그는 동생에게 새로운 삶을 열어주고자 돈이면 사람도 죽이는 악명 높은 조폭 쎈을 부른다. 쎈은 시체처리를 전담으로 하는 백구를 부른다. 이제 이들은 백구가 시체만 처리하면 지옥 같은 바에서 빠져나갈 수 있다.

 

이때 판을 흔드는 건 제이다. 이전까지 강태와 희태에게 인질로 잡혀 목숨을 위협받던 제이는 네 명의 악마를 혼돈으로 몰아넣는다. 희태에게는 사람을 계속 부르면 목격자가 늘어난다는 말로 불안을 증폭시키고, 쎈과 백구에게는 사실 죽은 사장이 검사라는 진실을 알 수 없는 말로 계획을 흐트러지게 한다. 이런 제이의 발언들은 가장 인간적이고 착한 인물인 희태를 극단적인 인물로 변하게 만든다.

 

▲ '팡파레' 스틸컷  © 인디스토리

 

‘팡파레’는 트럼펫과 호른 등을 연주하는 짤막한 악절로 원래는 전쟁이나 궁정예식 들에서 신호용으로 사용되었다. 영화는 ‘팡파레’란 제목을 통해 지옥으로 빠져드는 신호를 보낸다. 각자의 욕망을 숨기지 못한 인물들은 갈등과 의심을 반복하며 더 깊은 악의 구렁텅이로 서로를 몰아넣는다. 카타르시스를 유발하는 비극을 보여주는 이돈구 감독은 자신의 감정적인 장점을 범죄 스릴러란 문법 안에 흥미롭게 담아낸다.

 

미스터리한 인물인 제이를 통해 몽환적인 느낌과 호기심을 유발하고 인물들의 내면을 점점 들춰내면서 지옥으로 초대하는 악몽을 완성시켜 나간다. 여기에 적절한 유머는 윤활유의 역할을 해주며 작품을 부드럽게 만들어 준다. 강렬한 스릴감과 쫄깃한 긴장감 대신 캐릭터 사이의 관계와 사이키델릭한 분위기를 유도해내며 할로윈이 지닌 '악몽'의 근저에 접근하는 이 영화는 장르영화의 재미와 신선함을 동시에 잡은 작품이라 할 수 있다. 

 

 

김준모 기자| rlqpsfkxm@cinerewi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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