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을 삼키는 아내, 아내를 집어삼킨 남편

[프리뷰] '스왈로우' / 7월 3일 개봉 예정

김준모 | 기사승인 2020/07/02 [14:50]

물건을 삼키는 아내, 아내를 집어삼킨 남편

[프리뷰] '스왈로우' / 7월 3일 개봉 예정

김준모 | 입력 : 2020/07/02 [14:50]

▲ '스왈로우' 메인 포스터     ©(주)왓챠

 

[씨네리와인드|김준모 기자] 은희경 작가의 단편소설 아내의 상자는 현대인의 존재론적 비극성과 아픔을 다룬다. 이 작품을 읽고 누군가는 깊은 공감을 하기도 하며, 다른 누군가는 대체 이게 무슨 이야기인가 하고 의문을 표할 것이다. 영화 스왈로우를 바라보는 시선 역시 같을 것이다. 남편의 승진과 임신이란 행복이 극에 달한 순간, 왜 아내가 이식증이란 끔찍한 증상을 보이는지. 영화는 물건을 삼키는 아내의 모습을 통해 그 이유를 설명한다.

 

헌터는 대저택에서 잘생긴 남편 리치와 함께 살고 있다. 리치는 요즘 젊은층의 유행어처럼 영 앤 리치&톨 앤 핸썸&빅 앤 머슬로 말 그대로 모든 걸 다 가진 남자다. 대기업 회장인 아버지 회사에서 리치가 승진한 날, 헌터는 임신한다. 겹경사로 집안은 행복의 기운으로 가득하다. 헌터는 아이의 침대를 사고 모빌을 달면서 창문에 빨간색 색 테이프를 붙인다. 아이를 위해 밝은 빛을 가리기 위한 행동이었겠지만 영화에서 빨간색은 욕망을 뜻한다.

 

▲ '스왈로우' 스틸컷  © (주)왓챠

 

이때부터 헌터는 알 수 없는 욕망에 빠진다. 그 욕망은 이식증이다. 이식증은 영양분이 없는 물질을 삼키려는 증상이다. 아기가 손에 닿는 물건마다 입안으로 넣는 거처럼 자그마한 물건이나 흙 같은 걸 입안에 넣고 삼킨다. 헌터의 이식증에는 일정한 공식이 있다. 그녀가 삼키는 물건에는 그 결심이 반영되어 있다. 리치는 헌터의 임신을 축하하기 위해 시부모와 식사자리를 잡는다. 이 자리에서 리치는 헌터에게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며 들어보라 말한다.

 

신나게 이야기를 하던 헌터를 막은 시아버지는 사업 이야기를 시작한다. 리치에 이에 답한 순간 헌터는 소외된다. 헌터를 위한 자리에 그녀는 없는 것이다. 이에 헌터는 얼음을 먹는다. 얼음은 차갑다. 입을 얼어붙게 만든다. 이는 헌터가 자신을 드러내기 보다는 조용히 있겠다는, 리치의 옆에서 아내의 역할에만 집중하겠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차가운 얼음처럼 남편의 관심을 받지 못해도 단단하게 그 자리에 말이다.

 

▲ '스왈로우' 스틸컷  © (주)왓챠

 

그녀가 두 번째로 삼키는 구슬은 가정의 일원으로 굴러가겠다는 의미를 표현한다. 구슬은 장애물이 없다면 부드럽게 굴러간다. 헌터는 갑작스러운 시어머니의 방문에 놀란다. 시어머니는 겉으로 보기에는 자상하고 따뜻해 보이지만 헌터의 개인적인 공간이나 시간을 배려하지 않고 마음대로 찾아온다. 헌터가 가정의 충실한 일원이 되겠다는 뜻을 밝히는 장면에서는 그녀가 택한 꿈의 포기가 나타난다.

 

한때 캘리그라퍼를 꿈꿨던 헌터는 자신의 능력이 부족해 되지 못했다며 지금 리치와의 삶에 만족을 표한다. 이에 시어머니는 꿈을 포기해서 행복한 것인지, 꿈이 좌절되었기에 행복해야 하는 것인지 묻는다. 이 질문의 본질은 헌터를 소유물로 본다는 점에 있다. 시어머니는 헌터의 개인 공간을 배려하지 않고 집에 찾아오며, 리치는 밤늦게 친구들을 데려온다. 두 사람에게 헌터는 한 명의 인간이 아닌 남편에게 헌신해야 하는 아내라는 소유물이다.

 

이는 아내의 상자에 등장하는 아내 역시 마찬가지다. 작품에서 아내는 남편과 대화를 시도하지만 남편은 그때마다 대답을 하지 않거나 건성으로 답한다. 방에 쌓여가는 아내의 상자는 그녀가 포기하는 꿈을 의미한다. 헌터가 캘리그라퍼가 될 수 없었듯이. 이 소설에서 아내는 자신이 임신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데, 그 이유는 자신이 나약하고 도태되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는 자신의 존재를 부정하는 현대인의 슬픔을 보여준다.

 

▲ '스왈로우' 스틸컷  © (주)왓챠

 

헌터에게는 출생의 비밀이 있다. 때문에 그녀는 자신이 사랑받지 못할 존재라 여긴다. 마음속에서 피어나는 사랑과 존중의 욕구를 억제시키고자 한다. 헌터가 압정을 삼키려는 장면은 이런 억제를 표현한다. 이 장면 이전 리치는 출근을 준비하던 중 헌터가 넥타이를 잘못 다림질한 걸 발견한다. 넥타이를 바꾸라는 헌터의 말에 이 옷에는 이 넥타이만 어울린다며 리치는 옷을 벗는다.

 

이 리치의 행동은 우회적인 불만의 표출이다. 헌터는 리치에게 방해가 되는 존재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청소 중 청소기에 걸린 압정처럼 말이다. 그래서 그녀는 혀와 목구멍에서 피를 흘리면서까지 압정을 삼키고자 한다. 자본에 잠식당하고 정체성을 잃어버린 현대인에게는 사랑받고자 하는 마음 역시 과한 욕구처럼 여겨진다. 헌터는 이 욕망을 억제하기 위해 내면에 모든 걸 삼켜 숨기고자 하는 이식증에 걸리고 만다.

 

▲ '스왈로우' 스틸컷  © (주)왓챠

 

하지만 욕망이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이식증은 심해진다. 더는 마음을 숨길 수 없기 때문이다. 영화의 제목인 스왈로우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삼키다와 함께 타동사로 다른 대상을 완전히 집어삼킨다는 의미를 지닌다. 전자의 삼키다는 헌터의 이식증을 의미하며, 후자의 집어삼킨다는 헌터의 삶을 완전히 집어삼키며 통제 안에 두고자 하는 리치의 가족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스왈로우는 심리적인 몰입감에 있어 관객을 집어삼킬 수 있는 에너지를 소유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이식증을 통해 헌터의 심리를 표현하면서 이에 맞춘 선택은 힘 있는 전개를 보여준다. 그만큼 헌터가 지닌 내면의 고통에 집중하며, 이식증이란 행위를 통해 이를 시각화시킨다. 결말부 헌터의 연이은 선택이 다소 충격으로 다가올지 모르겠지만 그 충격을 이해할 수 있는 설득력을 이 영화는 지니고 있다.

 

 

김준모 기자| rlqpsfkxm@cinerewi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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