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가 지닌 의외성, 시대의 사명을 말하다

[프리뷰] '광주비디오: 사라진 4시간' / 7월 16일 개봉 예정

김준모 | 기사승인 2020/07/07 [14:43]

다큐멘터리가 지닌 의외성, 시대의 사명을 말하다

[프리뷰] '광주비디오: 사라진 4시간' / 7월 16일 개봉 예정

김준모 | 입력 : 2020/07/07 [14:43]

▲ '광주비디오: 사라진 4시간' 포스터  © 인디플러그

 

[씨네리와인드|김준모 기자] 시인 할매’ ‘산티아고의 흰 지팡이이종은 감독은 다큐멘터리의 매력으로 의외성을 뽑았다. 창작자가 통제할 수 없는 부분들, 통제하면 안 되는 모습에서 나오는 장면이 주는 매력은 그 어떤 예술보다 더 깊은 감동이나 울림을 주기도 한다. ‘광주비디오: 사라진 4시간의 이조훈 감독 역시 이런 다큐멘터리가 지닌 의외성의 매력을 느꼈을 것이다. 광주 5.18민주화운동을 다룬 이 작품은 감독의 원래 의도와는 다른 방향을 통해 예기치 못한 사명감을 선사한다.

 

작품은 5.18민주화운동을 담은 광주비디오의 제작과정을 추적한다. 1979, 12.12 군사반란으로 신군부가 정권을 장악하고 계엄령을 전국적으로 확대시키자 이에 대해 격렬한 시위가 벌어졌다. 특히 전라남도 광주시에서는 대규모 민주화 운동이 일어난다. 이에 신군부의 중심이었던 전두환은 진압군을 보내 강경진압에 나선다. 대한민국 군인이 대한민국 국민에게 총을 쏘고 때려죽이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 '광주비디오: 사라진 4시간' 스틸컷  © 인디플러그

 

하지만 당시 대한민국 국민들은 이 사실을 알지 못했다. 신군부는 광주 주변을 통제했고, KBS를 비롯한 언론은 정부를 따라 축소나 왜곡 보도를 일삼았다. 북한군 간첩이 광주에 있어 군인이 소탕하러 갔다는 말이나, 입에서 입으로 사실이 퍼져도 지역 갈등으로 인해 온전히 믿지 못하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광주에 진입한 외신기자들만이 현장의 참혹함을 알릴 수 있었다.

 

당시 뉴욕 민주구락부 회장이었던 민승연과 뉴욕 지역 목사였던 박상증은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했고, 이를 알리기 위해 비디오를 만들고자 한다. 당시 광주의 사실을 알렸던 비디오는 이미 나와 있었다. 문제는 이 비디오가 조총련 계열에서 만들었다는 점이다. 조총련은 일본에 거주하는 친북한계 재일동포 단체로 이들이 만든 비디오는 북한군이 광주 지역 사람들을 선동하고 있다는 정부의 주장에 설득력을 더할 위험이 있었다.

 

이에 두 사람은 테이프를 구하고 더빙을 마쳐 광주의 진실을 담은 광주비디오를 만들게 된다. 이 비디오는 종교단체를 통해 국내에도 들어오게 된다. 당시 명동성당에서는 광주비디오 상영회를 통해 이 충격적인 진실을 대중에게 알리고자 했다. 영화 ‘1987’에서 동아리 신입생 연희가 광주비디오를 보고 그 충격에 자리를 뜨는 거처럼, 자리를 뜨는 사람도 있었고 충격에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이들도 있었다고 한다.

 

▲ '광주비디오: 사라진 4시간' 스틸컷  © 인디플러그

 

당시 명동성당청년회는 이 비디오를 전국에 퍼뜨려 참상에 대한 진실을 알려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었다. 이들은 비디오를 복사해 배송하며 진실이 알려지기 위해 노력했다. 이들이 다 같이 모여 다시 비디오를 보는 장면은 가슴 뭉클한 순간을 선사한다. 작품은 이런 순간들을 통해 기록이 지닌 중요성을 말한다. 광주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들은 많다. 하지만 이 시점에도 광주는 계속 이야기된다. 왜냐하면 그 정신은 지금도 살아있기 때문이다.

 

광주의 기록이 남아있기에, 그 처참한 흔적이 비디오와 사진으로 존재하기에 사람들은 독재에 경각심을 지닌다. 현대의 촛불시위의 정신 역시 광주의 정신에서 이어진 것이다. 순간의 기록은 후대에 그 정신을 전파할 수 있다. 때문에 감독은 촛불시위 현장에서도 스마트폰 카메라를 통해 순간을 기록하는 이들의 모습을 조명한다. 이들의 기록이 후대에 또 다른 광주가 되어 울림을 선사할 것이기 때문이다.

 

동시에 영화는 예기치 못한 결말을 한다. 이조훈 감독은 이 작품을 기획했을 당시, 광주의 정신과 홍콩시위를 연결할 계획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현실적인 여건 때문에 이 결말을 택할 수 없었음을 밝혔다. 대신 감독은 광주비디오에 대해 분석하던 중 사라진 4시간이 있음을 발견한다. 4시간은 도청 시위 당시 시위대를 향해 진압군이 발포를 하는 장면이다. 5.18민주화운동을 다룬 그 어떤 자료에서도 발포의 흔적은 발견할 수 없다.

 

▲ '광주비디오: 사라진 4시간' 스틸컷  © 인디플러그

 

당시 광주에 있던 기자들은 진압군이 발포를 할 예정이니 자리를 피하라고 경고했다고 한다. 그들은 발포 소리를 듣고 보았지만 사진을 찍을 수 없었다. 자기 목숨이 걸린 상황에서 촬영할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그 순간을 후회한다. 기억한다고 말하기에는 증거가 없다. 당시에는 이 순간이 중요한 증거가 될 거라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다. 감독은 이 기록이 군에 있을 것이라 주장한다.

 

5.18민주화운동을 촬영한 기록들을 보면 군의 시점에서 찍은 장면들이 있다. 이 장면들이 편집본이라는 점에서 당시의 원본은 군에 있을 것이라 예측한다. 실제로 박지원 의원의 경우도 군부에 발포 장면이 담긴 촬영본이 있다는 제보를 받았으나, 군은 테이프가 오래되어 볼 수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그들은 기록물을 이관할 때 이 테이프는 이관하지 않았다. 그들이 자료를 숨기고 있을 것이란 예측은 작품을 보여준다.

 

이 다큐멘터리가 주는 사명감은 이 지점에서 나타난다. 광주의 진실은 아직 전부 밝혀지지 않았다. 증거의 부재는 왜곡된 역사를 만들어낸다. 광주에서 민간인 학살이 없었다는 주장 역시 발포 사진이 없다는 점에서 비롯된다. 우리가 할 일은 진실의 추구이며, 그 진실을 위해 기록하는 것이다. ‘광주비디오: 사라진 4시간은 그 당시 광주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노력했던 이들처럼, 시대를 향한 사명이 우리 모두에게 있음을 보여준다.

 

 

김준모 기자| rlqpsfkxm@cinerewi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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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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