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 강한 세 가지 색이 주는 여운과 즐거움 그리고 쾌감

[프리뷰] '피그테일: 피그테일과 거미 소녀 그리고 레슬링' / 7월 9일 개봉 예정

김준모 | 기사승인 2020/07/08 [11:26]

개성 강한 세 가지 색이 주는 여운과 즐거움 그리고 쾌감

[프리뷰] '피그테일: 피그테일과 거미 소녀 그리고 레슬링' / 7월 9일 개봉 예정

김준모 | 입력 : 2020/07/08 [11:26]

▲ '피그테일' 포스터  © (주)에이원 엔터테인먼트


[씨네리와인드|김준모 기자] 1987년 애니메이션 프로듀서 아사카와 미쓰하사에 의해 설립된 프로덕션 I.G는 다양한 색깔의 애니메이션을 선보이는 회사다. ‘XXX홀릭’ ‘너에게 닿기를’ ‘길티 크라운’ ‘쿠로코의 농구등 다양한 화제작을 선보인 그들은 세 편의 단편영화를 묶은 독특한 기획을 선보였다. 그런데 이 기획, 뭔가 특별하다. 보통 단편을 묶은 작품을 보고나면 그중 잘 만든 한 편만 기억이 날지 말지인데 놀랍게도 세 편이 모두 확실한 이미지와 강한 주제의식을 선보인다.

 

이는 프로덕션 I.G가 지닌 힘이기도 하다. 일본의 애니메이션 회사들이 장르적으로 뚜렷한 색깔을 보이는 반면, 이곳은 메카물부터 치유물, 스포츠물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선보이며 폭 넓은 작품세계를 선보여 왔다. ‘피그테일: 피그테일 거미 소녀 그리고 레슬링은 각 제목의 에피소드를 통해 비록 취향은 다르더라도 확실한 이미지와 감정을 선사한다.

 

▲ '피그테일' 스틸컷  © (주)에이원 엔터테인먼트

 

인간에 관한 슬픈 우화 피그테일

 

피그테일은 전후 일본 애니메이션의 색체에 순정물의 작화를 보여준다. 그림체는 순수하지만 이야기는 쓸쓸하며 잔혹하다. 광활한 대지 위에 집이 한 채 있다. 그 집에는 피그테일 머리를 한 소녀가 살고 있다. 소녀의 집에 있는 도구들은 서로 대화를 나눈다. 도입부에서 낡은 빨래집게와 새 빨래집게는 싸움을 하고, 소녀는 둘을 반씩 섞는 지혜를 보인다. 소녀의 집에 있는 물건들은 모두 세월 속에 자신의 존재에 대해 진중한 고민을 한다.

 

소녀의 집에는 세 개의 칫솔이 있지만 그중 소녀가 쓰는 건 하나다. 소녀는 그 하나의 칫솔만을 바꿀 뿐, 다른 두 가지는 바꾸지 않는다. 이유는 그 두 개의 칫솔이 어머니와 아버지의 것이기 때문이다. 소녀는 혼자가 되었고 편지를 기다린다. 그 편지가 부모의 것인지, 아니면 이 쓸쓸한 공간 밖 세상에서 기다리는 소식인지 알 수 없다. 이곳에서 우편배달 일을 하는 소년은 소녀를 보고 반한다.

 

우체통은 자신에게 편지가 오지 않아도 즐겁다고 말하는데, 그 이유는 우체통을 거치지 않고 직접 편지를 전하는 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소년은 소녀에게 직접 자신의 마음을 담은 편지를 전한다. 그렇게 소년과 소녀는 가까워지지만, 소녀에게는 알 수 없는 비밀이 있다. 소녀를 찾아오는 감시원들은 매일 소녀의 건강상태를 체크하고 필요한 물건을 가져다준다. 이 작품이 우울해지는 건 이 지점이다.

 

소녀는 TV도 볼 수 없고, 라디오도 들을 수 없다. 이는 소년 역시 마찬가지다. 두 사람은 어떠한 필요를 위해 이곳에서 사육되고 있는 것이다. 마치 가축처럼. 전후 일본 애니메이션은 절망적인 현대를 조명한다. 폐허가 되어버린 대지에서 인간에게 남은 건 우울뿐이다. 이런 우울은 현대에도 이어진다. 인간의 도구화. 인간도 기계처럼 취급받고 세상이란 거대한 기계를 움직이기 위한 부품처럼 소모된다.

 

소년은 그런 부품이 되기를 거부한다. 그리고 소녀와 함께 떠나길 원한다. 작품의 마지막에서 소녀의 선택은 깊은 여운을 보여준다. 왜 소녀가 그런 선택을 했는지, 왜 인간으로서의 존엄이 아닌 사라질 추억과 끝나버릴 안정을 택했는지 명확히 알 수 없다. 때문에 관객은 그런 소녀의 모습에서 저항 대신 순응을 택한 인간의 순수와, 그런 순수를 지켜주지 못하는 현실의 안타까움을 바라보며 긴 여운을 품은 슬픈 우화를 완성한다.

 

▲ '피그테일' 스틸컷  © (주)에이원 엔터테인먼트

 

덕후들이여, 일어서라! - 거미 소녀

 

90년대 전 세계를 강타한 애니메이션 에반게리온TV판 결말은 다소 허무하다. 지금 이 작품을 보고 현실을 잊고 있는 오타쿠(일명 덕후)들에게 일어나 현실로 돌아가라는 강한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오타쿠라는 말은 이제 애니메이션을 넘어 각종 분야에서 그 분야에 푹 빠진 사람을 일컫는 말이 되었다. 이런 덕후들에게 가장 행복한 순간은 상상 속 순간이 현실로 이뤄질 때일 것이다.

 

책방을 운영 중인 스즈리는 민담 덕후다. 그는 할아버지의 부탁으로 월세를 받으러 온 미즈키에게 과거 거미 괴물을 처단한 음양사의 이야기를 다룬 고서를 보여주고 이를 설명한다. 설명을 듣던 미즈키는 실수로 그 고서에 붙여진 부적을 뗀다. 놀랍게도 그 고서에서 튀어나온 건 작고 귀여운 여자아이 모습을 한 거미 소녀이다. 이 귀여운 거미 소녀의 모습은 스즈리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진성 민담 덕후스즈리는 이 거미 소녀에 푹 빠진다. 문제는 거미 소녀와 평생 함께할 수 없다는 것. 민담 속 거미 소녀는 사람과 닮은 외모와 그 귀여움 때문에 음양사에게 처단당하지 않고 함께 살게 되지만, 마을 남자들을 잡아와 산채로 먹었다는 이야기가 적혀 있다. 이에 스즈리와 미즈키는 거미 소녀를 돌려보내고자 한다.

 

이 작품의 결말은 덕후의 로망과 연결되어 있다. 판타지 덕후라면 판타지 세계로 가서 용사가 되는 게, 미스터리 덕후라면 탐정이 되어서 사건을 해결하는 게 로망이다. 민담 덕후 스즈리에게 거미 소녀는 절대 돌려보낼 수 없는 존재다. 스즈리의 이런 욕망은 미스터리와 호러, 약간의 액션을 첨가한 이 영화의 색깔을 통해 흥미롭게 표현된다. 무엇보다 모에화의 최고 장점이라 할 수 있는 귀여운 매력을 거미 소녀에 가득 투여하면서 시각적인 매력을 더한다.

 

▲ '피그테일' 스틸컷  © (주)에이원 엔터테인먼트

 

MS, 자석처럼 끌리는 성욕 레슬링

 

한때 전 세계를 휩쓸었던 문제적인 연구가 킨제이 보고서였다. 이 보고서는 미국 사람들의 성생활을 조사한 연구였는데, 당시의 기독교는 성을 개인적인 영역으로 여기고 함구하게 만들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여전히 학교에서 실질적인 관계와 관련된 성교육은 실시하지 않고 있으며, 예능 마녀사냥이전까지 성적인 취향과 고민을 말하는 걸 꺼려하는 분위기가 만연했다. 때문에 이 작품 속 주인공들은 레슬러이자 눈이 범죄자처럼 검은 네모로 가려져 있다.

 

레슬러 M은 레이디 S와의 레슬링 경기에서 승리하며 조직에게 위협을 받게 된다. 이 경기에서 M이 승리해서는 안 됐던 것이다. 때문에 M은 과거 자신이 지냈던 고아원으로 잠시 몸을 피한다. M은 성적으로 M(마조히스트) 성향이다. 때문에 그는 맞는 걸 좋아한다. 그래서 레이디 S(사디스트)와의 경기에서 그녀의 공격에 성적 흥분을 느낀다. 패배에 분노한 레이디 SM과의 재경기를 잡는다.

 

이 재경기에서 M은 고민한다. 이전 경기는 태그팀 경기였고, MS가 아닌 다른 선수의 공격에 짜증을 느껴 반격했다 우연히 승리를 쟁취한 것. 이번 매치는 S와의 11 매치이기에 그저 폭력에 당하고만 싶다. 문제는 고아원이 사라질 위기이기 때문에 자신이 승리해 상금을 차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아원 수녀는 M을 돈 많은 CEO로 알고 있다. M은 아이들을 위해 경기를 이기느냐, 아니면 자신의 성적 만족을 위해 지느냐로 고민한다.

 

성욕은 수면욕, 식욕과 함께 인간의 3대 욕구로 불릴 만큼 강하다. 그 성욕은 인간에 따라 다양한 형태를 취한다. 포르노의 경우도 다양한 장르가 있는 이유가 사람마다 성욕이 다르기 때문이다. 작품은 마조히스트와 사디스트가 레슬링을 통해 대결을 펼치는 모습을 통해 이 흥분과 쾌감을 표현한다. 앞서 피그테일이 순정만화, 거미 소녀가 모에화의 작화가 두드러졌다면, 이 작품은 액션 만화의 표현에 유아사 마사아키 감독 특유의 강렬한 색체가 돋보인다.

 

말이 레슬링이지, 마치 두 남녀가 몸을 섞는 듯한 에로틱한 표현을 보여준다. 하지만 노골적인 연출을 막고자 과장된 색감을 통해 코믹하고도 기괴한 느낌을 자아낸다. 애니메이션은 상상력을 통해 다양한 이야기를 표현할 수 있다. 이 작품은 성욕이란 소재를 독특한 표현으로 보여주며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김준모 기자| rlqpsfkxm@cinerewi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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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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