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면에 걸린 아이들의 자살게임, 지나친 자극이 아쉽다 [24th BIFAN]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상영작] 영화 '시그널 100'

김준모 | 기사승인 2020/07/12 [00:33]

최면에 걸린 아이들의 자살게임, 지나친 자극이 아쉽다 [24th BIFAN]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상영작] 영화 '시그널 100'

김준모 | 입력 : 2020/07/12 [00:33]

▲ '시그널 100' 포스터  © 제24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씨네리와인드|김준모 기자] 가끔 영화를 보다 보면 ‘정말 노력했구나’라는 생각이 드는 작품이 있다. 이번 제24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도 그런 작품을 만날 수 있었다. ‘시그널 100’이 그 주인공이다. ‘죽음의 새끼손가락’ ‘하루코의 파라노말 액티비티’ 등 독특한 작품을 만들어 온 리사 타케바 감독은 만화를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을 어떻게든 재미있게 만들기 위해 노력한 흔적들을 보여준다. 비록 그 노력이 만족스럽게 다가오진 않지만 말이다.

 

‘시그널 100’은 학원 호러물이라는 점, 최후의 1인이 남을 때까지 학생들이 서로를 죽여야 된다는 상황설정이 있단 점에서 ‘배틀로얄’이나 ‘신이 말하는 대로’를 떠올리게 만든다. ‘배틀로얄’ 이후 이런 설정의 작품들은 그 그늘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요즘 유행하는 자기계발서나 감성 에세이도 더 자극적이고 노골적인 내용을 선보이는 거처럼, 이 소재의 작품 역시 내실은 따지지 않고 더 잔인해지기 때문이다.

 

이 작품의 설정은 중2병에 걸린 듯한 선생 때문에 학생들이 최악의 상황에 몰리게 된다. 졸업을 앞둔 고3 교실. 교사는 학생들에게 집단최면을 건다. 그 최면은 100가지 시그널에 맞춰 조건이 발동된다. 조건이 발동되면 학생은 스스로 자살을 택한다. 이 최면에서 탈출할 수 있는 방법은 오직 하나, 최후의 1인이 되어 살아남는 것이다. 그렇다면 교사는 왜 학생들에게 이런 짓을 한 걸까.

 

▲ '시그널 100' 스틸컷  © 제24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교사는 사회에 나가면 어른 때보다 더 많은 제약이 있다고 말한다. 미리 어른이 되는 수업을 통해 그 고통을 느끼라는 것. 이는 ‘배틀로얄’이 보여준 미래세대를 두려워하는 어른들에 의한 억압을 살짝 비틀었음을 보여준다. 어른들에 의해 제약을 받고 행복하게 살 수 없는 미래세대의 모습을 100 시그널이란 규약으로 표현한 것이다. 그 처벌이 자살이란 건 직접적인 폭력이 아닌 간접적인 폭력으로 미래세대를 억누르고 있음을 말한다.

 

그런데 왜 교사가 이런 짓을 하는지 명확한 이유가 없다. 교사가 학생들을 죽이는 ‘악의교전’은 그 심리라도 섬세하게 표현하지, 이 작품은 그런 것도 없다. 어느 순간 악이 뚝 떨어진 건데, 이 악이 그렇다고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이 표현하는 절대적인 악의 두려움을 주지도 않는다. 그저 중2병 걸린 교사가 오바해서 학생들을 괴롭히는 모습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이런 설정의 작품은 더 큰 자극을 통해 재미를 주고자 한다.

 

바로 자살 장면이다. 스스로 혀를 깨물어 자르고, 머리를 여러 번 벽에 박아 죽거나, 몸에 바람을 불어넣어 터져죽는 장면 등은 지나치게 과장된 공포를 주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오히려 웃기다. ‘배틀로얄’에서 목에 걸린 폭파장치가 폭발할 때 줬던 충격은 더는 느껴지지 않는다. 이와 비슷한 충격을 주려다 보니 자극에 자극을 더하고, 이는 쓸데없이 잔인하기만 하다는 느낌을 준다.

 

▲ '시그널 100' 스틸컷  © 제24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어찌보면 이 작품은 만화로 남았으면 모를까, 영화화하기에 적합한 작품은 아니다. 설정은 ‘배틀로얄’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지나치게 자극적인 측면이 크다. 때문에 어느 캐릭터 하나 감정을 붙일 수 없다. 그럼에도 감독은 작품을 재미있게 만들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인다. 흔히 말하는 ‘망작’이 망작이 되는 이유는 중반을 넘어가면 감독이 포기하기 때문이다. 노력해도 더는 안 될 거란 걸 알기에 포기하듯 연출한다.

 

그런데 이 작품의 감독은 작은 불씨라도 살려보고자 노력한다. 자살 장면을 다채롭게 만들고, 그 다채로운 순간마다 다른 감정을 주기 위해 배합에 신경 쓴다. 결말까지 가는 과정을 흥미롭게 만들기 위한 노력도 빼먹지 않는다. 다만 만화로 보기에는 참 재미있을 내용이지만, 개연성과 설득력이 필요한, 그것이 부족하다면 세계관에 푹 빠져들 힘을 지녀야 하는 영화에는 적합하지 않은 작품을 택했다고 본다.

 

자극적인 설정들만 덕지덕지 붙이는 것보다 중요한 건 내실이다. 작품이 지닌 철학이 확고해야 하며, 이 철학으로 세계관을 공고히 다질 수 있어야 한다. ‘시그널 100’은 꾸준히 인공호흡을 하지만 이미 죽은 맥박을 살리기 부족한 모습을 보인다. 자극적인 자살 장면보다는 왜 학생들이 자살을 택할 수밖에 없는가에 대한 설정이 더 공고했다면 더 완성도 높은 작품이 나오지 않았을까 싶은 아쉬움이 남는다.

 

 

김준모 기자| rlqpsfkxm@cinerewi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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