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수꾼’, 처음부터 없어야 할 존재는 없어

영화 '파수꾼' : 기태에게 보내는 편지

유수미 | 기사승인 2020/07/13 [13:52]

‘파수꾼’, 처음부터 없어야 할 존재는 없어

영화 '파수꾼' : 기태에게 보내는 편지

유수미 | 입력 : 2020/07/13 [13:52]

[씨네리와인드|유수미 객원기자]  

 

▲ 영화 '파수꾼' 기태  © 그림 : 유수미

 

<기태에게>

 

안녕.

 

나와 어딘가 닮은 듯한 너의 모습에 이렇게 편지를 보내게 되었어. 이때껏 외로운 마음에 항상 누군가가 나를 알아주길 바랐었어. 공허한 만큼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커서 나 좀 봐달라고 사람들에게 나를 드러내곤 했어. 하지만 외롭고 텅 빈 마음만큼은 들키고 싶지 않았어. 들키는 순간 내가 하찮은 존재임을 인정하는 것 같았거든.

 

누군가가 나를 무시하는 것 같은 작은 낌새라도 보이면 속에서 분노가 차오르곤 했는데, 그럴 때면 교묘히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말과 행동을 하곤 했어. 가정에서 겪은 슬픔, 트라우마의 기억 때문에 아무 상관없는 사람에게 감정을 토해낸 적도 있었어. 어릴 적부터 지금까지 친구에게 상처를 주고 상처를 받는 이러한 반복이 너무 힘들어서 나도 모르게 모든 관계를 끊어버리려 한 적도 있었지. 그렇게 소통의 부재로 인해 나는 어느새 혼자가 되어있더라고. 이렇듯 너의 모습 속에서 내 모습의 단면을 볼 수 있었고, 서로 맞닿아있는 것 같은 동질감이 들었어.

 

희준, 동윤과 제일 친했던 너였지만 어느새 그들과 멀어져있는 너를 보며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어. 화를 내고도 다시 미안해.”라고 말하는 너의 눈빛을 보며 "사실, 내 마음은 그게 아니었어."라고 말하는 것 같았어. 너가 희준과 동윤에게 화를 내며 싸우게 된 건 그만큼 외로웠기 때문에,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너무나도 커서 그랬던 걸지도 몰라.

 

혼자 소파에 앉아있는 너, 베란다에 홀로 서있는 너의 뒷모습은 쓸쓸하고 추워 보였어. 누군가는 너를 보고 친구들과 잘 지냈었다고 생각할지 몰라도, 집에 홀로 남아있을 때의 모습이 '너의 진짜 모습이 아니었을까.'싶어. 너의 뒷모습은 "누군가가 나를 알아줬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으니까.

 

너는 희준이 좋아했던 친구의 고백을 거절할 정도로 희준을 아꼈고, 과일 바구니를 들고 동윤의 집에 찾아갈 정도로 동윤을 아꼈지. 하지만 두 친구로부터 사라져줬으면 좋겠다는 말을 들을 수밖에 없었어. 그건 이때껏 너의 마음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닐까. 약해 보이고 싶지 않아서, 자존심을 지키고 싶어서 일부러 과시하는 모습을 보였던 걸지도 몰라. 이길 필요도, 최고가 될 필요도 없어. 그저 너의 속마음을 솔직하게 말하는 게 너를 위한 거고 친구들을 위한 것이 아니었을까 싶어.

 

너의 세계는 담배, 폭력, 무리 등으로 인해 그 권력이 이뤄지는 듯 보여. 나도 그러한 권력에 대한 동경이 있었는데 그건 그저 허울뿐이라는 걸 깨달았어. 권력의 힘으로 얻은 친구들은 진정한 친구가 아니었다는 것에 허망함을 느꼈고, 마지막에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걸 알게 됐어. 그래서 너에게 말해주고 싶어. 남들의 시선에 신경 쓰기보다는 너가 바라보는 시선으로 너만의 세계를 만들어갔으면 좋겠다고 말이야.

 

너가 사는 배경 속에는 노란 불빛이 참 많이 등장해. 빛바랜 노란 질감 때문이었을까. 그러한 색으로 인해 나의 과거의 기억이 떠올랐고 이때껏 친구와의 관계에 대해 다시 회상해보는 기회가 되었어. 핸드헬드 기법으로 인해, 흔들리는 카메라와 너의 입속에서 끝없이 흘러나오는 대사들로 인해 영화는 가상이 아니라 현실처럼 느껴지곤 했어. 빛바랜 호박색, 흔들리는 화면, 물 흐르듯 전개되는 대사, 클로즈업 쇼트, 미묘한 감정선 등 이 모든 것들이 너의 모습에서 나를 볼 수 있게 해준 것 같아.

 

동윤의 시점에서 너가 등장하는 환상씬이 있었어. 희준은 너의 아버지의 이야기를 최대한 잘 들어주려고 노력했어. 이러한 장면들을 보고 그래도라는 말을 믿고 싶어졌어. 그래도 동윤과 희준은 너를 생각해 주었다고 말이야. 다시는 친구들과 좋은 관계로 되돌릴 수 없다는 생각에, 이제는 끝났다는 생각에 너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지도 모르지만 여지는 언제든 남아있다고 이야기해 주고 싶어.

 

모든 게 너의 잘못이 아니라고, 모든 죄책감을 짊어질 필요도 없다는 말도 해주고 싶어. 관계가 어긋날 수 있더라도 처음부터 없어야 할 존재는 없어. 말과 마음이 따로 노는 너를 보며 나는 너의 말보다 마음에 더 눈이 갔으니까. 너의 마음만큼은 그럴 의도가 아니었다는 걸 아니까.

 

관계에 서툴렀던 모습, 어떻게 소통해야 할지 몰랐던 너를 보며 다시금 나를 떠올려. 너와 친구들의 좋았던 추억들을 통해 다시금 나의 옛 과거를 떠올려. 내 모습과 과거를 돌이켜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나에겐 큰 위안이 되었어.

 

언제까지나 나를 닮은 너를 마음 속에 기억하고 있을게.

 

 ▲ 영화 '파수꾼' 스틸컷  © 필라멘트 픽쳐스, CJCGV

 

2020.7.11 

 - 수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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