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과 AI, '실존'을 통해 SF에서 만나다 [24th BIFAN]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상영작] 영화 '낙인'

김준모 | 기사승인 2020/07/13 [17:43]

페미니즘과 AI, '실존'을 통해 SF에서 만나다 [24th BIFAN]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상영작] 영화 '낙인'

김준모 | 입력 : 2020/07/13 [17:43]

▲ '낙인' 티저 포스터     ©(주)뉴플러스오리지널

 

[씨네리와인드|김준모 기자] 글로벌 타깃 OTT 콘텐츠 제작사 ‘뉴플러스 오리지널’은 국내에서 불모지라 할 수 있는 SF 장르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영화 ‘낙인’은 그 시작이고, 비록 완벽한 성과를 이뤄낸 작품은 아니지만 제40회 판타스포르토 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특별언급을 수상하며 한국 SF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뉴플러스는 이 작품의 스핀오프인 ‘인공지능 그녀’를 네이버 TV와 유튜브를 통해 2021년에 전 작품 공개할 예정이다.

 

‘낙인’은 교차편집을 통해 두 가지 이야기를 진행한다. 표현에 있어 매끄럽지는 않지만, 요즘 사회적인 화두라 할 수 있는 페미니즘과 AI를 엮어 흥미로운 이야기를 완성해낸다. 무엇보다 이 두 가지를 성공적으로 엮어냈다는 점에서 칭찬해주고 싶다. 작품은 AI 파트의 이야기를 통해 페미니즘 파트의 이야기의 진행을 추측해나가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한 이야기의 미스터리가 풀리면, 다른 이야기의 미스터리가 베일을 벗는 방식이다.

 

백조경은 젊은 나이에 베스트셀러 작가에 오른 화제의 셀럽이다. 그녀의 작품은 영화화를 앞두고 있다. 이렇게 성공가도를 달릴 것만 같았던 그녀 앞을 가로막는 일이 발생한다. 바로 몰래카메라 유출이다. 그녀는 몰래카메라 피해자이지만 세상은 그녀를 피해자로만 보지 않는다. 영화사는 몰카유출에 동성애자란 사실이 드러나게 생긴 그녀에게 사과하라 말하지만 백조경은 거부한다. 피해자가 사과할 필요는 없다고 그녀는 여긴다.

 

▲ '낙인' 스틸컷  © 제24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파티장에 참석한 그녀는 자신을 탓하는 영화사 관계자와 가십거리로 보고 저급한 토론을 나누는 기자와 문화평론가를 보게 된다. 그리고 한 여자를 만난다. 그녀는 자신 역시 백조경처럼 몰래 카메라 피해자이며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말을 한다. 그리고 잠시 후, 백조경은 드럼통에 갇힌다. 그 안에서 빠져나온 그녀는 자신이 창고 안에 갇혀있으며, 다른 드럼통 안에는 파티에서 만난 사람들이 갇혀있단 사실을 알게 된다.

 

이 파트에서 백조경은 드럼통에 갇힌 사람들과 자신에게 아픈 기억인 어머니와 과거의 연인을 만난다. 그들의 환영은 손과 발에 족쇄가 채워진 백조경을 앞에 두고 끝없이 말을 건다. 백조경은 현재와 과거의 사슬에 묶여있다. 그녀는 어두운 과거로 인해 가십거리가 되고 진정한 자신을 찾지 못한다. 그녀는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 존재할 뿐이다. 그녀가 창고를 빠져나가는 건 본인의 실존을 찾고자 하는 의지이다.

 

실존은 인간에게 있어 중요한 문제다. 현대사회의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획일적인 삶을 인간을 기계처럼 취급한다. 사회는 점점 더 발전되어 가지만, 그 안에서 인간의 존엄성은 더 무너져간다. 특히 여성은 교육과 정치에 있어 존재를 인정받지 못했다. 그녀들은 자신의 실존을 위해 계속 싸워왔고, 결국 권리를 획득했다. 백조경은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어야만 하는 문제에 대해 굴복하지 않으며 실존을 향해 싸우고자 한다.

 

이런 설정만으로 영화는 탄생할 수 있었지만, 작품은 여기에 AI란 소재를 더해 실존의 문제를 더욱 강화시킨다. 백조경이 창고에 갇힌 시각, 대한민국의 한 정부기관에서는 UN, CIA, 청와대, 국정원 등 국내외 각 기관의 대표들이 모인다. 그들이 모인 이유는 미래에서 왔다고 주장하는 한 여성 연쇄살인마와 협상을 위해서다.

 

▲ '낙인' 스틸컷  © 제24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이 연쇄살인마는 미래에 사람들이 AI에 의해 만들어진다고 말한다. 한 마디로 AI가 인류의 모체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어떻게 이것이 가능한가? 인간의 뇌를 프로그래밍할 수 있다면, 죽은 사람의 뇌를 통해 AI는 프로그램을 이식할 수 있다. 이렇게 살아난 인간들은 AI의 뜻에 따라 행동한다. 작품의 싱크홀은 미래의 이들이 과거로 올 수 있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 그렇다면 그들은 왜 과거로 오게 되었는가.

 

아무리 기술력이 좋아져도 지구는 점점 병들어 간다. 미래를 버틸 자원이 고갈상태에 놓인 것이다. 이에 AI는 제안한다. 인류가 더 풍족하게 살 수 있는 기술을 전수해주겠다. 아직 건강한 인류에게는 더 큰 발전을 이룰 기회가 있다. 대신 조건은 창고에 있다. 여기서 창고의 페미니즘과 정부 기관의 AI 이야기는 연결된다. 겉보기에는 연관성이 없어 보이지만 인공지능과 페미니즘이 지닌 실존 문제가 고리를 만든다.

 

▲ '낙인' 스틸컷     ©제24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표현에 있어 이 작품이 세련됐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아직 국내에서 SF란 장르는 대중적인 장르가 아니기에 확고한 세계관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흥미롭게 이끌어나가는 힘이 부족하다. 하지만 이런 시도 하나하나가 장르적인 발전을 이끌어간다. 특히 실존이라는 SF장르가 다루는 주된 주제를 현재의 페미니즘과 연결한 이 작품의 용기는 그 시도만으로 박수 받을 가치가 있다고 본다.

 

‘낙인’은 백조경의 이야기를 통해서는 스릴러의 묘미와 페미니즘적인 고찰을, AI의 이야기에서는 미래사회에 대한 담론과 각 인물들의 토론을 통한 흥미로운 긴장감을 표현한다. 이정섭 감독은 여성과 AI에게서 실존이란 공통된 문제를 찾아냈고, 이를 장르적인 매력을 통해 소통과 연대로 연결했다. 이 세계관이 ‘인공지능 그녀’를 통해 확장을 이룬다는 점에서 ‘뉴플러스 오리지널’의 도전은 기대해볼 가능성을 품었다고 할 수 있다.

 

 

김준모 기자| rlqpsfkxm@cinerewi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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