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아버지를 살려야 한다? 기막힌 설정을 이끌어 가는 병맛 코미디의 힘 [24th BIFAN]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상영작] 영화 ‘죽어는 봤지만’

김준모 | 기사승인 2020/07/14 [22:22]

죽은 아버지를 살려야 한다? 기막힌 설정을 이끌어 가는 병맛 코미디의 힘 [24th BIFAN]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상영작] 영화 ‘죽어는 봤지만’

김준모 | 입력 : 2020/07/14 [22:22]

▲ '죽어는 봤지만' 스틸컷  © 제24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씨네리와인드|김준모 기자] 이번 제24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예상을 뛰어넘는 발견이라 한다면 이 영화를 뽑을 수 있다. 제목부터 참 독특한 ‘죽어는 봤지만’이란 작품이다. 감독 스스로가 ‘일본에서도 상당히 독특한 코미디 영화’라 평할 만큼 내용에 있어 종잡을 수 없다. 병맛 코미디이지만 영화 자체가 병맛으로 빠지지 않는, 그 색을 잃지 않으면서 감동과 웃음을 함께 선사하는 인상적인 작품이라 평할 수 있다.

 

나나세는 화학에 뛰어난 재능을 지녔지만, 아버지에 대한 염증으로 데스 메탈의 길에 빠진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날, 실험 때문에 병원을 찾지 않은 아버지 케이는 그녀에게 원망의 대상이다. 그래서 아버지 회사에 면접을 보러 온 날도 일부러 탈락하기 위해 록커 복장에 강한 화장으로 면접장을 향한다. 그럼에도 케이는 화학에 대한 재능을 지닌 딸이 그 길을 가게 하고 싶은 욕심 때문에 타쿠라는 직원에게 나나세를 쫓아다니며 관찰하게 한다.

 

데려갈 소속사를 구하지 못해 해체를 앞둔 밴드의 공연 날, 그날도 언제나처럼 나나세는 케이를 향해 ‘죽어’를 외치는 노래를 부른다. 그리고 놀랍게도 아버지 케이는 진짜로 죽고 만다. 이 사실에 나나세는 충격을 받게 된다. 설마 노래를 불렀다고 아버지가 ‘억’하고 어느 날 갑자기 죽을지 몰랐기 때문이다. 이 지점에서 작품은 시간을 돌린다. 케이가 왜 죽게 되었는지 보여주기 위해 말이다.

 

▲ '죽어는 봤지만' 스틸컷  © 제24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케이의 회사는 ‘회춘약’을 개발 중이다. 이 약이 개발되면 막대한 이익을 얻을 수 있다. 때문에 타나베 회장이 운영하는 거대회사는 합병을 제안한다. 금전적으로 힘은 케이의 회사를 도와주겠다는 것. 하지만 케이는 이를 거절한다. 내부의 정보가 새어나가고 있다는 사실을 걱정하는 케이에게 심복 와타나베는 제안을 한다. 케이가 이틀 동안만 죽어있는 것이다. 대체 이게 무슨 소리인가.

 

회사에서 만드는 회춘약의 이름은 ‘로미오’이다. 회사의 연구원인 후지이는 로미오를 만들던 중 ‘줄리엣’이라는 약을 만든다. 이 약은 말 그대로 줄리엣이 되는 약이다. 약을 먹으면 이틀 동안 죽어있을 수 있는 것. 케이는 와타나베의 이 계획에 감탄하고 약을 먹고 이틀간 죽기로 한다. 하지만 모두가 예상했듯 와타나베의 계획은 다른 곳에 있다. 바로 회사의 합병을 준비하고자 한 것.

 

가장 방해가 되는 존재인 케이를 제거한 와타나베는 일을 편하게 만들기 위해 사장으로 나나세를 세운다. 나나세는 아버지를 싫어하기 때문에 편하게 계획을 진행할 것이란 생각 때문. 하지만 와타나베의 계획을 알게 된 타쿠는 나나세와 함께 이 음모를 막고자 한다. 하지만 나나세는 아버지에 대한 원망 때문에 쉽게 마음을 잡지 못한다. 그 사이 와타나베는 케이를 화장시켜 진짜 세상에서 사라지게 만들고자 한다.

 

▲ '죽어는 봤지만' 스틸컷  © 제24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작품은 세 가지 측면에서 기억에 남을 인상적인 코미디를 선보인다. 첫 번째는 다양한 코미디의 사용이다. 보통 코미디 영화하면 웃음을 주는 방식이 정해져 있다. 대화를 통해 웃음을 선사하는 대사 코미디, 다소 역한 장면을 보여주는 화장실 코미디, 과장된 연기와 소란스러운 상황을 연출하는 슬랩스틱 코미디처럼 말이다. ‘죽어는 봤지만’은 거의 모든 코미디 방법을 동원해 다채로운 웃음을 뽑아낸다.

 

일본어의 –데스(です, 입니다)와 영어의 데스(Death, 죽음)를 활용한 언어유희는 웃음을 준다. 화학 공부를 강요하는 아버지에게 썼던 존댓말이 어느새 아버지의 죽음을 원하는 ‘데스’로 바뀌게 된 것이다. 이런 언어적인 재미는 죽은 아버지의 환영을 보는 장면에서도 나타난다. 케이는 자신의 말을 들을 수 없는 나나세에게 ‘몸으로 말해요’를 시전한다. 그 동작들을 보고 나나세는 단어를 하나씩 맞춰 정답을 이끌어낸다.

 

여기에 별명인 ‘고스트’처럼 사람들이 존재감을 인식하지 못하는 타쿠가 자동문을 통과하지 못하는 장면 등은 상황 코미디의 매력을 보여주고, 케이의 장례식장에 모인 회사 직원들, 타쿠를 형님으로 모시는 오타쿠들, 타나베를 비롯한 라이벌 회사의 일당들, 이를 취재하기 위해 모인 기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서 펼치는 소동극은 슬랩스틱 코미디의 모습을 보이며 다채로운 웃음을 자아낸다.

 

▲ '죽어는 봤지만' 스틸컷  © 제24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두 번째는 끝까지 색을 유지하면서 감동을 준다는 점이다. 코미디가 지닌 신파의 약점은 본래의 색을 잃는다는 점에서 비롯된다. 초중반까지 내내 흥이 잔뜩 나있던 코미디가 갑자기 후반부에 감동을 준다는 명목으로 분위기를 축 가라앉힌다. 친구들끼리 대화를 나눌 때도 갑자기 분위기를 진지하게 만드는 말을 하는 친구를 분위기 파악 못한다고 말하기 마련이다. 이런 영화들은 앞선 웃음을 아쉽게 만든다.

 

‘죽어는 봤지만’이 감동을 주기 위해서는 초반에 병맛 코미디를 줄여야할 필요가 있어 보였다. 그만큼 이 작품의 병맛 코미디 매력은 강하다. 데스 메탈을 하며 ‘데스’를 외치는 나나세와 계속해서 과장된 상황을 보여주는 작품의 색은 부녀간의 사랑과 화해라는 키워드를 살리기 위해 조금은 진중해질 필요가 있어 보였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놀랍게도 이 색깔을 처음부터 끝까지 유지하면서 눈시울이 찡한 감정을 유발해낸다.

 

이 비결은 탄탄한 스토리 라인에서 비롯된다. 시작부터 끝까지 전개에 따라 어떤 방식으로 웃음을 줄지 설정해 놨고, 그 웃음을 다양하게 만들어서 다채로운 색을 보여준다. 겹치는 웃음이 없다는 건 웃음의 강도를 유지할 수 있는 힘이다. 이 힘에 중심이 되는 스토리 라인이 무너지지 않으면서 감동에 도달한다. 우선 뼈대가 튼튼하기에 다양한 색을 입힐 수 있었고, 이것이 병맛 코미디의 색을 유지하는 비결로 작용했다.

 

▲ '죽어는 봤지만' 스틸컷  © 제24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세 번째는 웃음을 가장한 섬세한 복선이다. 이 부분은 가장 칭찬해주고 싶은 점이다. 코미디 영화의 경우 단발성 웃음을 위해 설정을 소비하는 경우가 있다. 때문에 후반부에 가서는 쓸 만한 설정을 다 써버려 웃음강도가 약해진 웃음이나, 신파로 스토리가 진행되는 흐름을 보인다. 이 작품은 이런 웃음코드 하나하나가 다 복선으로 작용한다. 그 순간에 웃음을 선사하고, 후반부에 작품진행에 한 번 더 쓰면서 웃음을 재활용하는 미덕을 보인다.

 

스포일러가 되지 않는 선에서 이야기를 하자면, 나나세는 케이를 원망해 그의 그림을 샌드백에 붙여놓고 매일 때리는 연습을 한다. ‘데스’를 외치며 살벌하게 주먹질과 발길질을 해대는 나나세의 모습은 무섭게 느껴진다. 나나세와 타쿠가 와타나베 측이 보낸 해결사와 맞닥뜨렸을 때, 허약한 타쿠는 단번에 무너진다. 이럴 때 관객들은 다른 누군가가 나타나 나나세를 구해줄 것이라 여긴다.

 

그런데 앞서 나나세는 매일 샌드백을 때리며 무술을 연마하지 않았나. 그녀는 샌드백을 때렸을 때처럼 해결사들을 처리한다. 때문에 이 장면은 나나세의 또 다른 모습이 아니라, 관객이 봤으나 웃음으로 생각했던 장면을 복선으로 사용한 것이다. 이처럼 작품은 단 한 장면도 웃음으로만 소비하지 않는다. 웃음이 복선의 역할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힘을 보여준다.

 

‘죽어는 봤지만’은 그 독특한 제목만큼 상상을 초월하는 전개를 선보이는 작품이다. 병맛이지만 섬세한 복선과 탄탄한 시나리오를 통해 그 색을 잃지 않는다. ‘강아지와 나의 10가지 약속’ ‘저지!’의 시나리오 작가 사와모토 요시미츠는 기막힌 코미디를 만들어 냈고, 신예 하마사키 신지 감독은 이야기의 웃음을 살리는 연출에 성공해냈다. 여기에 배우 히로세 스즈의 색다른 변신은 충격과 웃음을 동시에 자아낸다.

 

 

김준모 기자| rlqpsfkxm@cinerewi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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