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로에 더해진 호러의 맛, 지나치게 자극적이다 [24th BIFAN]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상영작] 영화 ‘친절한 남자’

김준모 | 기사승인 2020/07/15 [00:23]

에로에 더해진 호러의 맛, 지나치게 자극적이다 [24th BIFAN]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상영작] 영화 ‘친절한 남자’

김준모 | 입력 : 2020/07/15 [00:23]

▲ '친절한 남자' 스틸컷  © 제24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씨네리와인드|김준모 기자] 아마 야마노우치 다이스케 감독의 경력을 알았다면 장르를 오해해 이 영화를 보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아니, 선택할 일이 없었을 것이다. 2년 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본 에로 장르의 영화 ‘최저’는 사쿠라 마나의 원작소설이 선택의 원인이었다. 이 작품은 에로에 기반을 두지만, 영화제 홈페이지에 나온 스틸컷 사진이 공포에 가까워 공포라 착각하고 감상한 작품이다. 아침부터 첫 영화로 에로를 택할 생각이 내게는 없다.

 

이 작품이 에로인 줄 몰랐던 이유는 호러 장면의 표현이 인상적이었기 때문이다. 작품은 부동산 중개인인 에구치가 고객에게 오래된 집을 소개하던 중 귀신을 만난 장면으로 시작한다. 그는 낡은 집을 남자에게 소개하던 중, 남자는 벽장 안으로 들어간다. 벽장을 연 그는 남자가 사라진 걸 보고 놀란다. 그리고 흉측한 얼굴을 한 여자가 에구치에게 달려든다. 그 일을 에구치는 후배에게 이야기하고, 차의 뒷좌석에서는 그 여자가 두 사람을 노려보고 있다.

 

공포는 누구나 두려움을 느낄 만한 상황에서 비롯된다. 이 작품이 이 여자귀신을 등장시키는 공간은 공포심을 자아낼 수 있는 곳이다. 흉흉한 소문이 있는 오랫동안 사람이 살지 않은 집, 남편이 직장에 가고 아내 혼자 남은 집, 폐건물로 철거를 앞둔 건물, 밤중에 기숙사에서 향하는 화장실 등이 그렇다. 여자 귀신이 나타날 때마다 기괴한 분위기와 가슴을 졸이게 만드는 상황은 효과적인 호러를 연출해낸다.

 

▲ '친절한 남자' 스틸컷  © 제24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하지만 이 작품이 주된 표현은 에로다. 전체 상영시간에서 3분의 2는 섹스 장면이다. 정말 질리게 많이 나온다. 이런 섹스 장면은 에구치의 욕망을 고조시키는 용도로 사용된다. 에구치의 아내는 귀신에 의해 사라지는데, 에구치는 아내에게 다른 남자가 생겼다 여기고 전날 나눴던 정사가 이별선물이라 생각한다. 무단결근으로 해고당한 그는 방황을 거듭하다 아내와 살던 집에서 더는 견디기 힘들어 건물해체 전문 업체에 지원한다. 기숙사 제공이 유일한 이유다.

 

이곳의 악질 사장에게는 후지코라는 청소부이자 비서인 직원이 있다. 남편의 빚으로 이곳에 팔려온 후지코는 아침에는 사장의 성노리개로, 저녁에는 몸을 파는 일을 한다. 에구치는 점점 후지코에게 빠져든다. 사장과 후지코의 섹스 장면은 이런 에구치의 마음을 고조시키는 역할을 한다. 후지코가 범해지면 범해질수록 그녀를 향한 에구치의 갈망은 점점 더 커져간다. 누구에게나 친절했던 남자 에구치는 욕망에 충실한 존재로 변해간다.

 

▲ '친절한 남자' 스틸컷  © 제24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중간에 에구치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트리거(방아쇠) 역할 역시 섹스장면에서 비롯될 만큼 많아도 너무 많다. 에구치는 동료를 따라온 술집에서 몸 파는 여자를 만난다. 처음 에구치는 자신의 고달픈 신세를 한 사람이라도 들어주었으면 하는 마음에 그녀에게 돈을 준다. 여자의 적극적인 접근에 목을 조르는 섹스를 한 그는 정복감을 느낀다. 친절한 남자도 남을 정복할 수 있다. 이 감정은 에구치가 후지코를 협박해 정사를 나누는 이유가 된다.

 

이 장면에서 여자는 처음으로 에구치에게 너무 친절하다고 말한다. 여자의 남편은 일을 하지 않아 여자가 몸을 판다. 그리고 목을 조르는 섹스를 통해 여자를 손아귀에 쥔다. 에구치는 원하는 걸 얻기 위해서는 친절한 남자가 아닌 이기적인 남자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는 후지코의 약점을 잡아 그녀를 범한다. 이 지점에서 영화는 한 가지 키워드를 제시한다. 바로 관계 사이의 불안이다.

 

▲ '친절한 남자' 스틸컷  © 제24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후지코와 사장, 에구치의 관계는 불안하다. 돈으로 인한 주종관계, 협박으로 인한 관계로 맺어져 있다. 인간의 관계성은 불안의 연속이다. 완벽하게 신뢰와 사랑 또는 우정으로 이뤄진 관계는 찾기 힘들다. 여자 귀신은 이런 불안을 의미한다. 일본의 사회적인 문제인 가족해체 현상을 상징하는 것이다. 아내가 에구치를 떠난 건 귀신 때문이 아닌 다른 남자와의 관계, 친절한 남자인 에구치에게서 느끼지 못한 욕망이 있었음을 작품은 보여준다.

 

다만 이런 가족해체 현상을 공포로 표현했고, 에로를 통해 에구치의 욕망을 점차 상승시키는 구성으로 만족을 느끼기에는 무의미한 서비스 형식의 섹스 장면이 너무 많다. 에로를 좋아하는 관객에게는 충분히 만족할 만한 작품이 되겠지만, 에로 속에서 공포 또는 색다른 장르적 매력을 기대하는 이들에게는 아쉬운 영화로 남지 않을까 싶다. 그만큼 호러의 표현이 매력이 있었기에 씁쓸한 뒷맛이 남는 영화다.

 

 

김준모 기자| rlqpsfkxm@cinerewi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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