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비디오' 이조훈 감독 - 보이지 않는 진실을 찾기 위한 분투

인터뷰ㅣ'광주비디오 : 사라진 4시간' 이조훈 감독

한별 | 기사승인 2020/07/15 [11:00]

'광주비디오' 이조훈 감독 - 보이지 않는 진실을 찾기 위한 분투

인터뷰ㅣ'광주비디오 : 사라진 4시간' 이조훈 감독

한별 | 입력 : 2020/07/15 [11:00]

 

▲ 이조훈 감독이 지난 9일 씨네리와인드와 만나 '광주비디오 : 사라진 4시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 (주)인디플러그 제공

 

[씨네리와인드|한별] 1980년 5월 21일 전남도청 앞에서 계엄군이 광주 시민들을 상대로 집단 발포했던 오후 1시부터 5시. 그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영상으로 확인할 수 없다. 계엄군이 시민을 상대로 발포한 시점으로 추정되는 1시부터 직후 4시간 동안의 영상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이조훈 감독은 그 사라진 4시간을 찾기 위해 당시의 '광주 비디오'를 제작, 배포한 사람들을 직접 찾아가 인터뷰하고 재연을 통해 이를 영화적으로 복원해냈다. 보이지 않는 진실을 찾기 위해 분투하던 그의 모습에서는 범접할 수 없는 카리스마가 느껴졌고, 여기에 간간히 섞인 유머와 기품 있는 목소리에는 사람을 기분 좋게 하는 힘이 있었다. 씨네리와인드는 '광주비디오 : 사라진 4시간'의 이조훈 감독과 지난 9일,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광주비디오 : 사라진 4시간'을 기획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 광주 출신이다. 나랑 가까운 이야기이다 보니, 한 번은 꼭 해야겠다 싶었다. 이 일에 대해 제대로 알게 된 계기가 광주비디오였는데, 이 이야기를 알리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40년을 맞아 광주시에서 지원받아 만들게 됐다. 

 

당시 현장에 들어가서 외신 기자들이 취재했던 뉴스나 다큐멘터리 자체를 광주비디오라고도 하고,  80년대 후반부터 그걸 토대로 다시 만들어진 것도 광주비디오라 불렀다. 이를 소재로 해서 어떻게 찍히고 다시 만들어졌는가를 보여주는데, 5월 21일 발포 장면 중에 발포 이후의 4시간 동안은 영상이 없었다. 그걸 추적하고자 작품을 시작했다.

 

KBS의 아카이브를 통해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들었다. 어떤 점에서 도움이 되었나.

 

- 광주 비디오를 소재로 하기 때문에 비디오를 모으는 게 중요했다. KBS와는 2015년부터 협업을 해 오고 있어서 먼저 내가 제안을 하고 KBS는 광주항쟁 40주년을 맞아 방송하면 되겠다 해서 KBS가 가지고 있는 자료들을 활용하겠다고 했다. 그걸 받아서 분석하고 기존에 알려지지 않았던 장면들을 포함하기도 하는 등 그렇게 시작했다. 

 

인터뷰를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사람이나 인터뷰 상황이 있다면.

 

- 현장에 있었던 외신 기자들을 만나진 못했다. 코로나 때문에 일본도 갈 수 없어 현지 취재원을 통해 찍어달라고 부탁해서 만났다. 만나 뵙지 못한 분들에게 아쉬움이 남는다. 직접 만났으면 물어보고 증언을 받을 수 있었을 텐데. 미국에서 만들어진 '오! 광주'의 성우 두 분은 돌아가셔서 인터뷰를 못 했다. 목소리를 담아내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서 안타까웠다. 

 

작품을 찍으면서 어떤 점에서 힘들었는지. 또는 예상했던 대로 풀리지 않았던 지점이 있다면.

 

- 사라진 4시간을 추적하는 게 중요한 목표이기 때문에 찾기 쉽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군 접촉이 확실히 힘들었다. 국가안보 사령부에 '이걸 찾고 싶어서 취재 요청을 한다'라고 했을 때 공보관 대위가 비웃더라. 그래서 왜 웃으시냐 했더니 애쓰시는 것 같아서 그렇다고 하시더라. 내가 못 찾을 것 같아서 그러냐 했더니 몇 시간 뒤에 전화가 와서 (나보고) 오해하지 마시라고 하더라. 

 

그렇다면 이후 군과 따로 연락한 적이 있나.

 

- 아직은 없고 정보공개를 청구하라는 답변만 받았다. 그걸 해도 자신들은 공개할 게 없다고 하더라. 국가기록원에 이관을 해 놓은 상태인데, 아귀가 안 맞는다. 지난해 10월, 박지원 의원이 국방부가 그 당시의 광주 비디오를 갖고 있다는 제보를 받아서 국방부에 물어봤더니, 청문회 때의 비디오이고 광주항쟁을 다룬 방송 비디오에 불과하다고만 말했다. 그 비디오까지 포함해서 모두 (국가기록원에) 이관을 해야 맞는 건데, 그 비디오는 또 리스트에 없더라. 기존에 갖고 있던 목록을 달라 했더니 또 정보공개를 청구하라 하더라.  

 

▲ '광주비디오 : 사라진 4시간' 스틸컷.  © (주)인디플러그



감독님이 기억하는 어린 시절 5.18민주화운동의 기억은.

 

- 휴교를 해서 집에 있었는데, 목포로 나가는 길목에 있는 동네였다. 버스 지나다니는 길에 시위대가 왔다 갔다 하고 동네 어머니, 어르신들이 식사도 주셨다. 아버지가 학원의 역사 선생님이셨는데, 계엄군이 학원에 들어와서 계엄 상태인데 왜 수업을 하느냐며 아버지를 때리기도 했고, 도청 앞에 갔다가 M16 탄피를 주워오시기도 하셨다. 휴교 끝나고 학교 갔을 때 육교 아래 탄피가 쌓여있던 것도 기억난다. 그때 '휴교 기간 동안 뭐 봤냐'라고 선생님이 물어보셨는데 한 학생이 ‘전두환 찢어 죽이자’고 말했더니, 선생님이 절대 그런 건 말하지 말라고 당부했던 기억이 있다. 

 

원래 작품의 결말이 홍콩시위와의 연결이었다고 들었다. 현실적으로 그럴 수 없는 여건이라고 기자간담회 때 밝혔는데 어떤 점에서 힘들었는지 자세히 듣고 싶다.

 

- 실제로 연말에 몇 단체가 홍콩 민주화 운동을 지지하러 가기로 되어 있었는데 못 가게 됐다. 그 분들이 가게 되면 우리는 무조건 가겠다고 해 놓은 상태였는데 가지 못해서 찍을 수가 없었다. 광주 정신에 대해 연대한다는 면에서 담고 싶었다. 

 

사라진 4시간의 테이프를 군부가 가지고 있을 것이라는 추측으로 결론을 맺는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나 근거가 무엇인지.

 

- 우리가 찾은 소스를 보면 군에서 기용을 했던 위치에서 찍은 장면들이 많다. 지금 남아있는 소스들은 그것들을 편집한 흔적이 많다. 그렇다면 그걸 보관하고 있는 것은 군일 텐데, 영화에도 나오지만 사진첩의 일부는 공개를 하지 않았다. 영상 자료 비디오고, 분명 가지고 있을 것이다. 끊임없이 공개하라고 할 예정이다. 이번에 미국에서 광주 항쟁에 대해 기록했던 것들이 작년에 모두 공개하라고 요청해서 공개된 문서가 회신이 왔다. 그런 식으로 공개 요청을 하다 보면 나오지 않을까. 80년도의 군 인사들이 현재 국방부에 있지는 않지만, 8-90년 청문회 했을 때의 사람들은 국방부 정책실에 남아있는 상황이다. 증거자료를 공개할 수 없는 입장이기에 공개하지 못할 것이다. 연구진들도 그들이 가지고 있을 것이라는 사실에 동의하더라.  

 

작품에서는 기록을 중요히 보여준다. 감독님이 생각하는 기록과 시대정신은 무엇인지.

 

- 사실 그 당시 현장에 있던 기자들이 하지 못했다면 광주 비디오 재편집된 것도 보지 못했을 것이다. 현실적인 노력이라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영화 안에서도 그대로 보여주려 한다. 같이 기록을 공유하고 나누며 시민들이 정치적 주체로 나오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누군가에 의해 기록이 숨겨지거나 제거되도 우리가 기억을 가지고 있고, 모두가 목격자라면 기록물이나 현장의 기억으로 사라진 4시간을 채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역사는 기억하는 자들에 의해서 쓰여지는 거고, 제대로 된 역사를 알아가면서 처벌할 건 처벌하고 바로 세우는 것이 기록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

 

▲ '이조훈 감독이 지난 9일 씨네리와인드와 만나 '광주비디오 : 사라진 4시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 (주)인디플러그 제공



반전, 평화, 노동문제 등 우리사회의 문제에 대해 다룬 영상들을 만들어 왔다. 감독님이 생각하는 현대 사회가 지닌 중요한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 모두가 편하고 복지도 좋고 잘 사는 시대면 좋을 것 같은데 늘 부족할 수밖에 없다. 사회안전망이  부족하니까 가난한 사람들이 죽고, 노동자가 사고로 죽는다. 취재하다보면 외면할 수 없어 또 하게 되는데, 그걸 어떻게든 꺼내서 이야기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완결할 수 없는 문제에 대해 허점들을 보여주는 역할이 저 같은 사람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대가'라고 인터뷰 기사에 나온 적도 있던데, 그 정도까지는 절대 아니다 (웃음). 이번 작업을 통해 알게 된 것들도 다른 이야기로 묶어서 작품으로 할 수 있지 않을까. 다큐멘터리가 되었던 극영화가 되었든 장르적으로 맞는 것을 찾아서 표현할 필요는 있다고 본다. 미리 이렇게 말해놔야 내가 지쳐도 나중에 약속을 지켜야 하니까. 궁극적인 목표는 시민들이 자신의 삶을 스스로 개선할 수 있게 기록의 힘을 믿고, 우리가 어떤 역할을 하며 세상을 개선할 수 있을까 목표를 잃지 않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조훈 감독이 생각하는 다큐멘터리의 매력은. 혹은 영상이라는 게 어떠한 역할을 해야한다고 생각하시는지. 

 

- 갱년기가 왔는지 매우 지쳤었다 (웃음). 이번에도 비디오들을 다 봐야 하고, 처참히 죽은 사람들도 나왔다. 가끔씩은 나도 좀 분위기 있고 편한 일 하고 싶다 생각하기도 하지만, 막상 만들고 보면 의미가 있으니까 손을 놓을 수가 없다. 이번 '광주비디오' 끝내고 다큐는 은퇴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찾은 걸 정리해서 다음 작품을 해야겠다 싶기도 하고 (웃음). 현실과 함께 발을 맞춰가는 장르이자 과거와 현재 미래를 연결하는 소통 창구가 되는 것 같아서 놓을 수가 없는 것 같다.

 

영상은 어떻게 배우기 시작했나.

 

- 대학교 때 영화 동아리를 했다. 그 때 디지털카메라가 처음 보급되기 시작할 때라 다루고 만져보기 시작했는데, 쉽게 접근해서 만들 수 있으니까 그것들을 다루는 일을 해 보면 좋겠다 생각을 했다. 사회 나와서 애니메이션 스톱모션을 했었는데, 재미있어서 하려고 했다. 근데 어떤 선배가 자막 작업을 해달라고 했는데 너무 재미있다 싶어서 그때부터 영상을 시작해서 지금까지 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 영화 많이 봐주시면 좋겠다. 광주 비디오를 80년 대에 보셨던 분들이 많이 보셨으면 좋겠다. 그 분들도 삶을 살아왔고, 그 과정을 통해 시민 사회의 일원이 되셨을 텐데 촛불 현장에서, 일상에서, 가정에서 깨어 있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실 것 같다. 앞으로 시민 사회가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같이 생각하고 노력해주셨으면 좋겠다.  

 

INTERVIEW 한별

PHOTOGRAPH (주)인디플러그 제공

 

 

보도자료 및 제보cinerewind@cinerewind.com

한별
씨네리와인드 미디어본부/편집부/기획취재부(아시아)
cinerewind@cinerewind.com

Read More

  • 도배방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