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과 감정을 품은 삶의 조각이 완성한 인생이란 우주 [24th BIFAN]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상영작] 영화 ‘끝없음에 관하여’

김준모 | 기사승인 2020/07/15 [15:34]

기억과 감정을 품은 삶의 조각이 완성한 인생이란 우주 [24th BIFAN]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상영작] 영화 ‘끝없음에 관하여’

김준모 | 입력 : 2020/07/15 [15:34]

▲ '끝없음에 관하여' 포스터  © 제24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씨네리와인드|김준모 기자] 영화제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감독들이 있다. 이런 감독들의 특징은 자신의 세계관에 있어 그 예술성은 인정받았으나 부족한 대중성으로 인해 국내 개봉까지는 이어지지 못한 아쉬움을 보여준다. 이런 감독들의 존재는 영화제를 찾는 이유가 된다. 꾸준히 영화제에 신작이 소개되며 발걸음을 이끄는 것이다. 24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를 통해 소개된 끝없음에 관하여는 국내에서도 매니아층을 확보한 스웨덴 로이 앤더슨 감독의 작품이다.

 

76회 베니스영화제 은사자상을 수상한 이 영화는 특정한 서사에 집중하는 작품이 아니다. 내레이션에 바탕을 둔 단편적인 이야기들을 통해 인간의 삶에 대해 이야기한다. 영화제 소개글에는 이 영화를 직소 퍼즐을 맞추는 과정을 통해 하나의 우주를 완성한다고 하는데, 이 낭만적인 표현만큼이나 오묘한 감정을 주는 영화다. 서사가 불분명하기에 집중력이 떨어질 것처럼 보이지만, 문학을 전공한 로이 앤더슨 감독은 이 파편 사이에 연결고리를 만든다.

 

이 고리는 퍼즐의 조각이다. 퍼즐은 그 하나하나의 파편으로는 어떤 모양인지 알 수 없다. 파편은 순간이자 기억이다. 한 명의 인간이 지닌 세계, 그러니까 우주는 기억으로 이뤄져 있다. 이 각각의 기억들은 감정이란 고리로 연결된다. 기억의 작용과 반작용은 감정이 순간으로 머물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작품의 초반부에 등장하는 남자는 계단을 오른다. 힙겹게 계단을 오른 남자는 오랜만에 친구를 만났는데 그가 자신을 무시한다고 말한다.

 

▲ '끝없음에 관하여' 스틸컷  © 제24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그 친구는 과거 남자한테 학창시절 괴롭힘을 당했던 이다. 이 감정은 그에게 평생 분노를 품게 만든다. 이는 남자 역시 마찬가지다. 중반부에 다시 등장한 그는 이 친구가 대학교수가 되었다는 소식에 어처구니가 없어한다. 학창시절에 공부를 잘 하는 친구가 아니었다며 계속 열변을 토해내는 그의 모습은 여전히 그 친구를 자신의 아래로 생각하는 마음이 담겨 있다. 그들의 추억도 단편이고, 현재도 단편으로 남겠지만 이 사이에는 감정이란 작용과 반작용이 담겨있다.

 

이런 감정의 연결과 함께 강조되는 것이 연속성과 대비이다. 무덤 앞에 부부는 아들을 떠나보냈다. 그들의 삶 전체를 생각했을 때 아들을 떠나보낸 건 순간이다. 또 그들이 매순간 아들을 생각하며 슬퍼하지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 감정은 그들 인생의 전체를 지배한다. 이것이 연속성이다. 동시에 삶은 항상 슬픔만 지니지는 않는다. 슬픔 속에 행복이 있고 행복 속에 슬픔을 품는다. 삶은 이런 대비를 지닌다.

 

▲ '끝없음에 관하여' 스틸컷  © 제24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연속성은 히틀러를 통해서도 표현된다. 히틀러는 유럽 전역을 혐오와 증오로 물들인 존재다. 그의 말년을 보여주는 장면은 나치는 사라졌지만 그 정신은 여전히 유럽에 남아있음을 보여준다. 또 헤어진 연인이 거리에서 만나 남자가 여자의 뺨을 때리고 사랑을 갈구하는 장면은 사랑이란 시간은 끝났어도 그 감정은 여전히 잔존함을 보여준다.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가 성인까지 이어지는 건 우리의 기억이 지닌 작용 때문임을 말한다.

 

대비는 영화의 포스터 속 장면이자 환상적인 도입부를 보여주는 남녀의 포옹 장면에서 극적으로 나타난다. 서로를 꼭 껴안고 있는 남녀의 모습은 사랑이 지닌 따뜻함과 아름다움을 느끼게 만든다. 하늘을 떠다니는 이 남녀의 주변은 구름이 감싸서 포근한 느낌을 주지만, 그 배경은 폐허가 된 도시다. 이는 행복이란 건 모든 상황이 완벽한 순간에 이뤄지는 게 아님을 보여준다. 고통과 아픔 속에서도 사랑은 피어난다.

 

이런 대비는 화면을 통해서도 이뤄진다. 작품은 단편적인 장면마다 한 구도로 촬영한다. 카메라는 정지해 있고 그 앵글 안에서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 화면의 구도는 회화적인 느낌과 함께 정지해 있는 기억을 의미한다. 그 화면 안에서 생동감을 지니고 움직이는 인간의 모습은 기억을 연결하는 감정과 추억, 삶의 연속성을 보여준다. 삶이 우주가 되는 건 다양한 기억과 감정의 융합과 조화, 그리고 작용을 통해서다.

 

▲ '끝없음에 관하여' 스틸컷  © 제24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이런 삶의 연속성과 우주는 작품에서 웃음과 서사의 뼈대를 담당하는 신부에 의해 완성된다. 신부는 꿈속에서 자신이 예수가 되어 십자가를 짊어지고 가는 모습을 본다. 이 일로 그는 자신의 신앙심이 시험받는다고 생각하고 정신 상담을 받는다. 그는 끊임없이 신앙심을 의심하고 회복하고자 한다. 미사 중에 몰래 포도주를 마시고 스스로 자책하는 장면은 쓰디쓴 웃음을 자아내면서 보이지 않는 가치나 감정이란 우주를 품고 살아가는 삶의 모습을 보여준다.

 

끝없음에 관하여는 제목처럼 삶을 관통하는 끝없는 감정들과 기억들, 그 사이의 연결을 보여주는 영화다. 사랑, 분노, 슬픔, 고통, 행복 같은 인간의 감정은 발생도 소멸도 없이 주변을 떠도는 공기처럼 우리를 감싼다. 이런 거대한 우주 안에서 인간은 단편의 기억을 하나로 묶으며 살아간다. 마지막 직소 퍼즐의 한 조각이 맞춰진 순간 바라보는 삶의 모습은 형언할 수 없는 묵직한 감정을 선사할 것이다.

 

 

김준모 기자| rlqpsfkxm@cinerewi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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