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를 살리는 특별하고도 위대한 손길, 영화 ‘파이브 피트’

강유진 | 기사입력 2019/04/29 [17:15]

너와 나를 살리는 특별하고도 위대한 손길, 영화 ‘파이브 피트’

강유진 | 입력 : 2019/04/29 [17:15]

 

▲ '파이브 피트' 포스터.     ©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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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뷰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영화 파이브 피트

  

상영관에 올라온 지 18일째, 뒤늦게 보게 된 영화 파이브 피트’. 언뜻 영화 예고편만 보면 안녕, 헤이즐과 비슷한 로맨스 영화일 것 같다고 느껴진다. 지난번에 이어서 이번에도 필자가 안녕, 헤이즐을 보지 않았기 때문에 두 영화를 동일선상에서 비교하지는 못하겠다. 적어도 영화 파이브 피트는 네이버 영화 줄거리에 나와있는 내용보다는 확실히 무겁고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주는 영화라는 것을 말씀드리며, 본 리뷰에서는 필자가 느끼고 생각한 것들을 고스란히 적어보겠다.

 

-      뻔한 스토리이지만 아름다운 이야기

 

주인공 스텔라은 같은 병동에 있는 환자로, 둘 다 낭포성 섬유증이라는 병을 앓고 있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시한부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그 둘이 이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은 완전히 다르다. 스텔라는 긍정적으로 희망을 놓지 않고 폐 이식을 기다리며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는 반면, 윌은 언제 꺼져버릴지 모르는 인생의 순간순간을 즐기며 살아가는 것에 집중한다. 그렇기에 윌은 약물 임상 치료를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치료에 열심히 임하지 않는다. 스텔라는 일종의 강박장애를 가지고 있는데 윌이 성실하게 치료에 임하지 않는 모습에 답답함을 느끼고, 윌이 자신을 그릴 수 있게 허락하는 조건으로 윌에게 치료를 제대로 받을 것을 권유한다.

  

스텔라가 열과 성을 다해 윌을 도와주는 과정에서 그 둘은 서로에게 사랑을 느낀다. 하지만 낭포성 섬유증은 감염의 위험이 큰 병이었고, 그 때문에 같은 병을 앓고 있는 사람끼리는 최소 6피트라는 일정 거리를 유지해야만 했다. 만질 수도, 안아줄 수도 없는, 손길을 나눌 수도 없는 안타까운 병인 것이다. 서로에 대한 사랑이 깊어지는 만큼 그 둘이 느끼는 안타까움과 괴로움도 커져만 갔다.

 

그러던 중 그들의 친구인 가 갑작스럽게 죽음을 맞이하게 되고, 스텔라와 윌은 연못에 가서 마음의 안정을 되찾는다. 하지만, 그 시각 병원에서는 스텔라에게 이식 가능한 폐가 오고 있었고, 간호사들과 가족들은 스텔라를 부리나케 찾기 시작한다. 그러나 스텔라는 연못 다리 위에서 떨어져 연못에 빠지게 된다. 윌은 스텔라를 연못 위로 꺼내긴 하였지만, 숨을 쉬지 못하는 스텔라에게 인공호흡을 해야 할지 고민을 하게 된다. 윌은 스텔라와 다르게 ‘B. 세파이아 균에 감염된 환자였는데, 인공호흡을 하게 되면 스텔라가 그에 감염될 위험이 컸기 때문이다. 그와 그녀에게 위험한 인공호흡, 하지만 윌은 스텔라를 살리기 위해 인공호흡을 한다. 다행히 그 덕분에 스텔라는 살았고, 무사히 폐 이식 수술을 마치게 된다. 하지만 그러한 위기 상황을 겪게 되면서 윌은 스텔라에게 자신이 위험한 존재가 될 수 있음을 뼈저리게 느끼고, 스텔라가 보고 싶어 했던 불빛을 만들어 보여준 뒤 그녀의 곁을 떠나는 선택을 한다.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그리고 중간중간 스토리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그 때문에 식상할 수도 있었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안타까웠고 그만큼 더 아름다웠던 그들의 이야기였다. 이것 또한 감독이 계획하고 의도했던 바가 아닐까 싶다. 왜냐면 그도 그럴 것이 이 영화의 인트로 부분에서 나오는 스텔라의 내레이션은 그녀가 사랑했던 소중한 사람이 그녀를 떠나갔기 때문에 지금은 만질 수가 없다는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아주 식상한 이야기는 아니었던 이유 중에 가장 감사하기도 했던 부분이, 윌이 스텔라를 떠나가는 것은 맞지만 스스로의 다짐 때문에 제 발로 떠나간 것이지 절대로 가슴 아프게 죽어서 떠나게 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런 식의 결말이었다면 무척이나 뻔한 결말이면서도 영화에 흠뻑 몰입해버린 필자의 마음까지도 산산조각 내는 결말이 되었을 것이다. 윌의 할일목록에 쓰여 있던 것처럼 그가 살아있을 때도, 그리고 꺼져버린 불씨처럼 영원히 잠들어버리게 되더라도 영원히 스텔라를 사랑했을 것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 '파이브 피트' 스틸컷.     © 네이버 영화


-      유일하게 아쉬웠던 답답한 후반부 전개

 

상당히 예상이 가는 스토리이다 보니 후반부의 전개가 격정적으로 다가오기보다 고구마를 백 개 먹은 듯한 느낌만 주었다. 포의 죽음은 양치기 소년 이야기를 언뜻 떠올리게 만든다. 물론 그의 죽음은 그의 탓도, 다른 사람의 탓도 아니고 오로지 그의 병 때문이지만 말이다. 영화를 영화로 받아들이지 못하였기 때문에 아쉬웠던 부분에 대해 말해보겠다. 필자는 병원의 조치가 아쉬웠다. 영화 초반부에 포가 장난으로 비상벨을 눌렀을 때와는 달리 후반부에 비상벨이 또 눌렸을 때 간호사 한 명만이 포의 병실로 걸어가 느긋하게 문을 여는 모습 때문이다. 매번 비상벨이 울릴 때마다 의식적으로라도 그것을 진실로 받아들이려고 해야 하지 않나 싶다. 믿음으로는 충분치 않다. 절실함도 따라와야 한다.

 

포의 죽음에 적잖이 충격을 받았을 환자들을 바로 챙기지 못한 것도 그렇다. 스텔라가 폐 이식을 받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찾아온 그 상황 또한 충분히 긴박한 상황이지만, 만약에 스텔라가 심하게 충격을 받아서 자신의 생명을 내던지는 선택을 하는 더 긴박한 상황도 있을 수 있지 않은가. 병원의 조치가 좀 더 섬세하였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      하지만, 그들이 최선을 다한 것은 변함없고 그들도 가슴 아픈 사연이 있다

  

병원의 조치에 아쉬웠을 뿐이지 그들에 대해 비난하는 것은 아니다. 분명히 간호사들이 환자에게 건네는 한마디 한마디에는 진심이 담겨 있었고, 그들은 항상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우리는 그들의 가려진 이야기 또한 상상해볼 수 있다. 이 영화가 집중적으로 바프간호사의 이야기를 다루지는 않았지만, 그녀의 대사를 통해 우리는 그녀에게도 가슴 아픈 사연이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바프는 예전에 두 환자가 서로 사랑하는 것을 말리지 않고 그들의 행복을 바랐다가 그 둘 다 생을 마감하는 결과를 두 눈으로 보게 되었다. 그러한 일이 다시는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그렇게까지 스텔라와 윌이 가까이 지내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처럼 병동에서 슬픈 것은 환자들만이 아니다. 그들과 정을 나누는, 똑같은 사람으로서 간호사들과 의사들이 마음에 지고 있는 짐의 무게는 과연 얼마나 클까. 

 

▲ '파이브 피트' 스틸컷.     © 네이버 영화

 

-      우리가 살아있는 숨쉬는 것은 강박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된다

 

스텔라의 일상은 약 키트 정리하기, 매일 할일목록을 작성하고 일을 끝마치면 줄을 긋는 것이다. 그녀에게 완벽하게 정리를 해야 한다는 강박, 모든 것이 계획대로 진행되어야 하는 강박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녀는 살아야 한다는 강박까지도 가지고 있다. 영화를 보면서 필자가 가장 슬프게 느꼈던 대사는 바로, ‘부모님은 자신의 죽음에는 준비가 되어 있었지만 그녀의 친언니인 애비의 갑작스러운 죽음에는 준비가 되어있지 못하였다였다. 포는 그런 말을 하는 스텔라에게 그녀는 애비의 죽음에 대한 책임이 전혀 없고, 그렇기에 죄책감을 가지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어쩌면 스텔라는 애비가 죽기 그 이전부터도 이미 스스로의 병과 그녀의 처지로 인해 죄책감을 가슴에 안고 살아오지는 않았을까. 

 

우리도 그와 비슷한 강박증을 하나씩은 가지고 이 세상을 살아간다. 다만, 필자는 이 세상의 많은 사람들이 나의 존재’, ‘나의 살아있음에 강박증은 가지지 않았으면 한다. 필자는 이상심리학 수업에서 강박장애를 배운 적이 있는데, 그것은 불필요한것에 대한 강박을 뜻한다. 우리의 인생과 우리의 소중한 생명은 결코 불필요한 것이 아니다. 이 세상의 많은 사람들이 살아있음을 의무감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살아있다는 그 행복 자체에 겨워 살아갔으면 좋겠다.

 

-      그들이 살아가는 방식은 다르다

 

영화 초반부에서 스텔라와 윌은 살아가는 것에 대한 생각의 차이’, ‘죽음에 대한 생각의 차이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생각을 바꾸는 것이 쉽지 않음에도, 그 둘은 서로를 만나 생각의 변화를 경험하게 된다.

  

필자도 그들과 함께 살아가는 것은 무엇일지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한순간에 꺼져버릴 수 있는 인생이기에 그 순간순간의 아름다움을 좇아야 하는 걸까. 아니면 막연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희망을 가지고 열심히 미래를 위한 삶을 살아가야 하는 걸까. 필자는 전자의 삶을 동경하면서도 후자의 삶을 살아왔던 사람이다. 그렇다고 이 영화를 보면서 단 한 번도 그 두 가지의 살아가는 방식에 대해 어느 무엇이 더 낫다고 평가를 내리지 않았다.

 

필자는 본인이 동경하는 전자의 삶을 살아가지 못하는 것 때문에 스스로를 비난했던 적이 있다. 필자가 앞으로도 후자의 삶만 살아간다는 법은 없지만, 필자가 후자의 삶을 살아간다고 해서 그 살아가는 방식이 못났다는 생각은 하지 말아야겠다는 다짐이 이 영화를 보고나서부터 섰다. 무엇이 되었든, 살아가는 것은 그 자체로 아름다운 것이 아닐까.

 

-      신생아실에서 평온을 되찾는 스텔라

 

스텔라가 자주 찾는 곳은 신생아실이다. 그녀는 죽음이란 한순간에 꺼져버리는 불씨가 아니라 어쩌면 우리가 모르고 있는 다른 세상 저편으로 넘어가는 단계일 수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죽음은 그녀에게 어떤 존재일까? 당차게 살아가는 스텔라에게 이 질문은 너무 수동적인 것 같다. 그럼 다시 질문을 해서, 그녀는 죽음을 그녀에게 어떤 존재로 만들었을까? 그녀는 죽음까지도 희망의 연장선상에서 규정지음으로써 자신이 살아있음에 강렬한 의미를 부여하고 살아간다. 

 

갓 엄마의 자궁에서 세상 밖으로 나온 아기들을 보면서 그녀가 생각한 것은 과연 무엇일까. 다른 건 모르겠지만 그녀의 눈동자는 편안하고 빛나 보였던 것을 필자는 기억한다.

 

 

▲ '파이브 피트' 스틸컷.     © 네이버 영화


-      스텔라는 정말 강한 아이

  

스텔라는 정말 강하다. 단순히 강박증 때문에 열심히 살아가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살아가는 것에 의미를 부여할 줄 안다는 것은 굉장한 능력이고, 분명히 그녀는 그러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은 본인에게만 적용되는 능력이 아니다. 다른 사람까지도 힘차게 삶을 살아가게 만드는 능력이었다. 그녀가 포를 한 번도 안아주지 못하였다고 그의 죽음 앞에 크게 좌절하는 장면도 있었지만, 필자는 그녀가 포를 안아주는 것 이상으로 그에게 더 강렬한 사랑의 손길을 선물해주었다고 확신한다. 또한 유튜브를 통해 세상에 나오게 된 그녀의 이야기가 좌절하고 있는 어떤 누군가를 살렸을지도 모르지 않는가! 스텔라는 위대한 소녀이다.

 

▲ '파이브 피트' 스틸컷.     © 네이버 영화


-      그들이 보여준 사랑

 

영화가 끝나고 난 후 가장 먼저 한 행동은 윌을 연기한 배우가 도대체 누구인지 검색하는 것이었다. 그만큼 윌은 매력 있는 캐릭터이다. 윌의 센스 있는 대사와 그림 선물, 또 마지막에 불빛 보여주기 이벤트까지. 스타일링만 좋은 줄 알았는데 정말로 멋있는 남자였던 것이다. 스텔라를 위하고 행동하는 모습은 무척이나 다정하다.

 

스텔라와 윌 둘 다 감정에 있어서는 누구보다 솔직한 사람들이었고, 그래서 영화를 보는 내내 입가에 미소를 띨 수밖에 없었다. 그들이 보여준 사랑이란! 이런 게 사랑이구나, 이런 사랑이면 그 인생은 축복받은 인생이겠구나! 

 

-      지금 옆에 있는 바로 그 사람의 소중함을 일깨우다

 

이 영화를 보고 나면 감사해지는 것들이 많을 것이다. 건강한 사람이라면 건강함 그 자체로 감사해지고, 사랑하는 사람과 손길을 나눌 수 있다면 그 자체로 감사해진다. 이 영화는 지금 현재 살아있고 사랑을 나누고 있는 우리에게 살아있는 감각, 애틋한 감각을 선사한다. 주저하지 말고 옆에 있는 소중한 사람을 안아주자. 만져주자. 토닥여주자. 사랑한다면 표현하자. 그 표현은 사람을 살리는 특별하고도 위대한 손길이 될 것이다. 

 

-      본 리뷰를 마무리하며

 

낭포성 섬유증 환자끼리는 6피트 이상의 일정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하지만 이 영화의 제목은식스 피트가 아니라 파이브 피트이다. 왜 파이브 피트인지, 이 영화의 그 어떤 당찬 누군가가 식스 피트를 파이브 피트로 만들었는지가 궁금하시다면, 영화가 내려가기 전에 영화관으로 달려가기 바란다. 

 

 

[씨네리와인드 강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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