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테이블, 여덟 명의 사람들

영화 '더 테이블'

이유민 | 기사승인 2020/07/22 [09:12]

하나의 테이블, 여덟 명의 사람들

영화 '더 테이블'

이유민 | 입력 : 2020/07/22 [09:12]

▲ '더 테이블' 포스터. ©볼미디어(주), (주)엣나인필름  

 

[씨네리와인드|이유민 리뷰어2017년 개봉한 김종관 감독의 영화 '더 테이블'. 70분이라는 꽤나 짧은 러닝타임에도 네 인물의 이야기를 꽉 차게 보여준다. 

 

영화는 다른 시간, 같은 장소 속 네 개의 인연에 대한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장소는 한적한 카페의 유리컵에 담긴 꽃이 있는 창가 자리. 이 테이블에서 인물들의 인연은 이어지기도, 끊어지기도 한다. 

 

▲ '더 테이블' 스틸컷. ©볼미디어(주), (주)엣나인필름 

 

첫 번째 인물은 배우 유진과 그의 옛 연인 창석. 유진은 커피를, 창석은 맥주를 마신다. 이 영화의 섬세한 점은 여기서 드러난다. 서로 다른 인물들과 또 그 인물을 마주한 사람들이 어떤 음료를 마시는지 보여주는데, 이를 통해 그 인물의 성격이나 두 사람의 관계를 짐작할 수 있게 만든다. 

 

에스프레소를 마시는 유진과 대낮에 맥주를 마시는 창석. 초반 유진은 먼저 도착해 카페를 둘러보는 등 옛 연인을 마주할 생각에 미묘한 설렘을 드러낸다. 반면 창석은 연예인이 된 유진에게 얼굴이 변했다며 성형에 관한 질문을 끌어내려 하거나 '세상에 도는 얘기'라며 유진을 둘러싼 찌라시를 질문하기 바쁘다. 이것으로도 모자라 종래에는 유진 몰래 데리고 온 직장 동료들에게 인사를 하거나, 유진과 사귀었다는 사실을 자랑하기 위해 유진에게 사진 부탁을 하는 등 무례한 모습을 보인다. 둘의 관계는 대낮의 음료 취향만큼이나 너무 변해버린 것이다. 

 

▲ '더 테이블' 스틸컷. ©볼미디어(주), (주)엣나인필름 

 

경진과 민호의 테이블에는 두 잔의 커피와 초코케이크가 놓여 있다. 초반의 둘은 어떤 관계인지 쉽게 예측하기 어렵지만 이어지는 경진의 대사로 알 수 있다. 하룻밤을 함께 보낸 이후 떠났던 여행에서 돌아온 민호 탓에 둘은 서먹하고 삐걱대는 대화를 이어간다. 눈을 마주치지 않는 경진과 실없는 얘기를 늘어놓기 바쁜 민호는 영락없이 처음에 서툰 사람들의 모습이다. 하지만 유일하게 디저트가 놓인 테이블의 모습을 통해 미루어 짐작해볼 수 있듯, 두 사람은 투박하지만 수줍은 시작을 맞이한다. 

 

▲ '더 테이블' 스틸컷. ©볼미디어(주), (주)엣나인필름 

 

세 번째 테이블은 다른 인물들의 관계와는 사뭇 다르다. 두 사람의 관계 역시 쉽게 짐작하기 어렵다. 각설탕을 넣고 저은 탓에 라떼아트가 사라진 숙희의 라떼와 아무것도 넣지 않아 선명히 남은 은희의 라떼. 두 사람의 관계는 일에서부터 시작된다. 일로 얽힌 두 사람은 다른 인물들보다 서로를 알지 못한다. 그러나, 그렇기에 담담히 속 사정을 털어놓을 수 있기도 하다. 잘 모르기에 털어놓는 이야기들, 그리고 어딘가 후련해진 마음 한구석. 이 아이러니한 관계가 관객들로 하여금 위안을 안겨 준다.

 

▲ '더 테이블' 스틸컷. ©볼미디어(주), (주)엣나인필름 

 

한차례 비가 내리고 테이블의 상징이던 꽃도 시들었다. 시든 꽃이 놓인 테이블에 앉은 마지막 인물은 운철과 혜경. 두 사람은 유진-창석과 같이 옛 연인이지만, 혜경은 결혼을 앞두고 있다. 그럼에도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한 미련이 남은 상태이다. 다 식은 운철의 커피와 혜경의 따뜻한 홍차, 이미 둘의 온도는 어긋나버렸다. '선택'과 '내몰림'. 운철과 혜경의 대화에 자주 등장하는 두 단어는 두 사람이 다른 길로 들어섰다는 것을 보여준다. 혜경을 보내기로 선택한 운철과 결혼으로 내몰린 혜경, 그리고 줄기 없이 꽃잎만 남은 유리잔은 둘의 어긋나버린 관계에 걸맞은 연출이 드러난다.

 

하나의 테이블, 여덟 명의 사람과 네 개의 인연. 이 모든 것을 품은 카페는 여전히 열려 있을 것이다. 만약 자신이 그 테이블에 앉는다면 어떤 시간에, 어떤 음료를 시키고 또 어떤 사람과 마주 앉아 어떤 대화를 나누게 될지 이 영화와 함께 떠올려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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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민
씨네리와인드 객원취재부 기자단 3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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