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관적으로 기억되는 객관적 진실의 파편

'오! 수정' 홍상수 감독이 리얼리티를 표현하는 방법

조혜림 | 기사승인 2020/07/24 [10:19]

주관적으로 기억되는 객관적 진실의 파편

'오! 수정' 홍상수 감독이 리얼리티를 표현하는 방법

조혜림 | 입력 : 2020/07/24 [10:19]

▲ '오! 수정' 포스터  © 브에나비스타코리아

 

[씨네리와인드ㅣ조혜림 리뷰어] 영화 <! 수정>에서는 수정이라는 한 여성과 재훈’, ‘영수라는 두 남성 사이의 삼각관계를 통해 이야기가 진행된다. 이들의 직업은 각각 작가, 화가, PD(감독)로 세 사람 모두 예술 업계에서 종사하고 있는 인물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영화는 특정하게 한 인물만 중심적으로 비추기보다는 이 세 인물에 두루 초점을 맞추며, 특별한 하나의 큰 사건을 통해서가 아니라 이런 인물들의 일상적인 대사를 통해 이야기를 이끌어 나간다.

 

특히 대사 역시 지극히 일상적인 언어들을 사용하여 그 현실감을 더 높여준다. 영화는 서울시, 그 중에서도 경복궁 부근의 특정한 장소를 주요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그 정확한 지명이나 장소의 명칭은 인물들의 입을 통해 직접적으로 드러나기도 한다.

 

가장 눈에 먼저 띄는 형식적 특징은 컬러영화가 이미 도입된 2000년도에 개봉한 작품임에도 흑백으로 제작되었다는 점이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뒤에서도 언급할 영화의 주제인 기억에 대한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감독이 의도적으로 사용한 기법인 것처럼 보인다. 영화를 보다 보면 굉장히 사실적인 미장센들을 볼 수 있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장소들이 실제 로케이션이라는 점뿐만 아니라 소품부터 배우의 의상 등까지 미학적으로 배치했다기보다는 실제 우리의 일상과 가깝게 구현한 느낌이다. 중간 중간 간 자막도 많이 등장한다.

 

온종일 기다리다’, ‘어쩌면 우연’, ‘매달린 케이블카’, ‘어쩌면 의도’, ‘짝만 찾으면 만사형통라는 5개의 소제목으로 영화의 파트를 크게 구분하며, 그 안에서도 다시 여러 개의 파트로 구분된다. 카메라는 대부분 같은 구도에서 주인공을 롱테이크로 비추며 따라서 2시간의 장편 영화지만 컷 수는 200개도 채 안되는 적은 개수이다. 고정적으로 한 화면을 비추다가 가끔씩 패닝으로 변주를 주며 관객의 시선을 이끄는 기법 또한 종종 보인다.

 

▲ '오! 수정' 스틸컷  © 브에나비스타코리아

 

영화는 간 자막으로 구분한 특정 기간을 반복시킨다. 이 때 같은 기간이 각기 다른 인물의 시선에서 진행되는데, 같은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인물에 따라 조금씩 다른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는 같은 사건을 경험하는 사람들 간의 기억의 상대적이며, 따라서 명확하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상대적으로 권력적인 인물들이 상대적인 약자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 극 중 영수의 팬티까지는 벗긴거다등의 대사나, 수정의 처녀성을 중요시하는 듯한 재훈의 모습을 통해 이를 느낄 수 있다. 남성들의 시점에서 수정은 자신의 대상물이 되는 순진한 여성으로 비춰진다. 하지만 수정의 시선에서 볼 때 이는 우연이 아니라 그녀의 의도에서 일어난 일임을 넌지시 드러난다. 이는 권력적인 인물들의 허위의식을 풍자하는 것에 해당하며, 따라서 관객들에게 부분적으로 코미디적인 요소로 다가올 수 있을 것 같다.

 

▲ '오! 수정' 스틸컷  © 브에나비스타코리아

 

이러한 내용, 형식, 주제적인 특징이 한 데 모여 홍상수 감독 특유의 스타일을 형성하고 있다. 큰 사건 대신 인물들의 일상적인 대화로 영화를 이끌어간다거나, 사실적인 미장센의 구축은 감독이 추구하는 일상성을 보여주기에 적절하다. 시간과 공간을 구체적이고 특정하게 고정시킨 점 역시 관객들에게 익숙함의 감정을 제공하며, 특히 홍상수 감독의 가장 흔한 형식적 특징인 롱테이크를 활용함으로써 이런 일상성을 더했다.

 

뿐만 아니라 패닝 또한 종종 보이는데 이는 2000년대 중반 무렵부터 본격적으로 감독의 특징으로 자리 잡은 형식이지만 그 이전인 2000년도에 제작된 이 영화에서도 패닝을 주려는 시도가 보였음을 알 수 있다. 주제적인 측면에서도 감독만의 특징이 뚜렷하다. ‘같은 사건에 대한 다른 기억이라는 표현을 통해 감독이 추구하는 사실또는 의 상대성과 불명확성을 뚜렷하게 드러냈으며, 권력적인 인물을 통해 이런 사람들을 풍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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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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