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생각을 가졌다는 이유로 처벌 받는 여성들, 그들을 위한 연대와 믿음의 힘

[프리뷰] '세인트 주디' / 7월 29일 개봉 예정

김준모 | 기사승인 2020/07/24 [12:45]

자기 생각을 가졌다는 이유로 처벌 받는 여성들, 그들을 위한 연대와 믿음의 힘

[프리뷰] '세인트 주디' / 7월 29일 개봉 예정

김준모 | 입력 : 2020/07/24 [12:45]

▲ '세인트 주디' 포스터  © (주)미로스페이스 , (주)태왕엔터웍스

 

[씨네리와인드|김준모 기자] 법은 성문법과 불문법으로 나뉜다. 성문법은 문서의 형식을 갖춘 법으로 이에 맞춰 판결을 내린다. 우리나라 역시 성문법 제도를 택하고 있기에 법에 따라 판결이 내려진다. 불문법은 관습처럼 내려오는 법으로 문장의 형태를 취하지 않는다. 불문법에서는 판례 하나하나가 법이 되고, 사회의 요구와 필요에 따라 판결을 통해 다른 법이 생겨나기도 한다. 때문에 미국의 불문법은 놀라운 순간을 연출해내기도 한다.

 

세인트 주디는 미국 망명법의 바꾼 변호사 주디 우드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그녀의 이야기는 인간 존엄성을 위한 투쟁의 가치를 말한다. 주디는 이민 전문 변호사로 활동하던 중 아프가니스탄 여성 아세파 아슈와리의 변호를 맡게 된다. 아세파는 고국에서 여성에게 글을 가르쳤다는 이유로 탈레반에 체포당한다. 가까스로 탈출한 그녀는 외삼촌이 사는 미국으로 오게 되지만 불법 체류자로 단속반에 붙잡히게 된다.

 

아세파는 난민으로 인정받고자 하지만 그 과정이 쉽지 않다. 미국의 망명법은 정치적인 이유가 아니면 난민을 허락하지 않는다. 아세파의 경우 그녀가 여성이란 이유로 탄압을 받았다 여기기 때문에 이를 인정하지 않고자 한다. 이에 주디는 아세파가 난민으로 인정받기 위해 재판을 진행하고자 한다. 고국으로 돌아갈 경우 아세파는 아버지와 형제들에 의해 명예살인을 당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 '세인트 주디' 스틸컷  © (주)미로스페이스 , (주)태왕엔터웍스

 

작품은 세 가지 측면에서 의미 있는 투쟁을 그려낸다. 첫 번째는 여성이다. 기존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작품들도 문제의 해결에 있어 남성들이 결정적인 역할로 등장하는 반면, 이 작품에서는 여성이 중심이 되어 투쟁을 전개한다. 주디와 아세파 사이에는 여성이란 연대가 있다. 주디는 아세파를 변호하고자 하지만 그녀가 속한 로펌의 수장 레이는 반대한다. 한때 열정적인 인권 변호사였던 그는 아세파의 사건이 이기기 힘들다는 걸 알기에 포기를 말한다.

 

이에 주디는 로펌을 나와 사무소를 차리면서 이민자들을 돕고자 한다. 그녀와 아세파 사이에는 연대가 있다. 주디는 홀로 아들을 키우고 사무소도 운영한다. 아세파의 어머니는 여자인 그녀에게 글을 가르쳤고, 그녀는 어머니를 이어 배우지 못하는 여성들을 위해 몰래 글을 가르친다. 두 사람은 모두 사회적으로 여성이란 편견에 갇힐 수 있는 상황에 놓여있다. 때문에 함께 이 난관에 맞서고자 한다.

 

▲ '세인트 주디' 스틸컷  © (주)미로스페이스 , (주)태왕엔터웍스

 

두 번째는 목소리다. 주디는 학교에서 아들이 누명을 쓰자 논리적으로 파고들어 벗겨낸다. 교장실을 나온 그녀는 아들을 붙잡고 말한다. 네가 억울한 일을 당하면 진실을 알리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진실을 말했다는 아들에게 남을 설득하기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고 주디는 말한다. 그녀는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사람들, 목소리를 냈다는 이유로 처벌과 비난을 받는 이들에 대해 잘 알고 있다.

 

주디는 전 세계 3분의 2의 여성이 자기 생각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처벌받고 있다고 말한다. 중동과 아프리카를 비롯해 아직도 세계 곳곳에서는 여성이 사회적으로 차별을 당하고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다. 글을 배운다는 건 생각을 갖는다는 말이다. 아세파는 생각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처벌을 당하고 살해당할 위기에 놓인다. 아세파는 자신이 무고함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주디는 이 목소리에 힘을 보탠다.

 

부당함을 이겨내는 건 타인의 도움이 아닌 자신의 목소리다. 우선 자신이 진실 된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만 타인의 관심을 끌 수 있다. 주디는 아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길 원한다. 아세파가 진실 된 목소리를 냈을 때, 주변 사람들은 그녀의 목소리에 반응한다. 목소리는 연대의 힘이 된다. 침묵 속에서는 구원의 손길을 얻을 수 없다. 확고하고 뚜렷한 목소리만이 타인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

 

▲ '세인트 주디' 스틸컷  © (주)미로스페이스 , (주)태왕엔터웍스

 

세 번째는 믿음이다. 만약 주디에게 믿음이 없었다면 아세파는 도움을 받지 못했을 것이다. 주디는 정의를 믿는다. 법은 항상 정의의 편에 서지 않는다. 미국의 불문법은 시대에 따라 달라진 판례를 통해 새로운 시대를 만들어 나가고자 한다. 주디는 글을 가르쳤다는 이유로 목숨을 위협받는 여성 역시 정치적인 피해자로 봐야 하며, 망명을 허락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주디의 믿음은 주변의 변화를 이끈다.

 

레이는 과거 자신이 망명자들을 위해 열심히 싸웠던 시절을 떠올리며 주디에게 힘을 준다. 주디의 반대편에 섰던 정부 이민 변호사 벤자민은 주디의 든든한 조력자가 된다. 정의를 향한 주디의 믿음은 탄탄한 기둥을 만든다. 그 기둥 아래 사람들이 몰리는 건 당연한 일이다. 어떠한 가치에 믿음을 지닌 사람은 다른 사람들의 믿음을 이끌어낸다. 주디의 노력과 아세파의 용기는 함께 싸워나가는 믿음의 연대를 만든다.

 

세인트 주디는 현 미국사회에 깊은 울림을 주는 영화다. 트럼프 대통령 집권 이후 미국은 반 이민 정책을 내세우며 국가의 정체성을 부정하고 있다. 작품에서도 벤자민은 이민귀화국(INS)이 이민세관단속국(ICE)으로 개칭되며 미국이 보여준 부정적인 변화를 말한다. 주디는 현재에도 L.A. 이민 전문 변호사로 미국 인권 단체 휴먼 라이츠 프로젝트를 이끌며 오직 인권을 위해 삶을 헌신하고 있다. 위대한 여성들의 이야기를 조명하는 할리우드의 페미니즘 열풍은 인권과 정의란 가치 아래 더 큰 불길을 뿜어낸다.

 

 

김준모 기자| rlqpsfkxm@cinerewind.com
보도자료 및 제보|cinerewind@cinerewind.com

김준모
씨네리와인드 기획취재부
rlqpsfkxm@cinerewind.com

Read More

  • 도배방지 이미지

세인트주디 관련기사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