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나, 그리고 우리 모두의 단 하나뿐인 이야기

[프리뷰] '고양이 여행 리포트',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함께할 특별한 우정

김진하 | 기사입력 2019/05/01 [20:50]

고양이, 나, 그리고 우리 모두의 단 하나뿐인 이야기

[프리뷰] '고양이 여행 리포트',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함께할 특별한 우정

김진하 | 입력 : 2019/05/01 [20:50]

 

고양이 여행 리포트

 <고양이 여행 리포트> 메인 포스터 ©아이엠

 포스터부터 그야말로 귀여움이 뿜뿜하는 이 영화는 정 많고 순수한 청년 사토루와 츤데레의 정석, 고양이 나나의 아주 특별한 이별 여행을 담은 <고양이 여행 리포트>이다. 필자 또한 일 년 반 전부터 영화 속 나나 같은 스트릿 출신(a.k.a 길냥이) 고양이 한 마리를 모시며 살고 있다. 함께 지내면 지낼수록 사랑스러운 것이 고양이라, <고양이 여행 리포트>의 개봉 소식을 듣자마자 꼭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고양이 여행 리포트>는 아리카와 히로의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여, ‘움직이는 나나를 보고 싶다는 제작진의 소망에서 영화로 재탄생한 작품이다. 고양이 시점에서 진행되는 만큼 러닝타임 내내 스크린에서 고양이를 볼 수 있는데, 사고 장면을 제외한 모든 장면을 실제 고양이가 직접 연기했다. 또다른 주인공 미야와키 사토루 역에는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등에 출연하여 일명 소금남 열풍을 이끌고 있는 후쿠시 소타가 캐스팅되었고, ‘나나의 목소리는 타카하타 미츠키가 연기했다.

 

 고양이 여행 리포트

 <고양이 여행 리포트> 스틸 이미지 ©아이엠

나는 고양이이고, 아직 이름은 없다

 

 영화 시작 부분, 복슬복슬한 털과 삼각형 모양의 흰 무늬를 가진 검은 얼룩 고양이가 나와 이야기한다. “나는 고양이이고, 아직 이름은 없다.” 그리고 얼마 뒤, 그 고양이에게 한 훤칠한 남자가 다가와 부른다.

 

나나

  

고양이는 다시 이야기한다. 그랬던 시절이 있었다, .

사냥의 명수이자 시크한 길고양이 나나는 종종 간식을 가져다주는 사토루에게 잠깐의 쓰다듬은 허용해주지만 곁은 절대 내주지 않는다. 그러던 철벽냥 나나가 사토루에게 곁을 내주게 된, 나나의 말을 빌려 사토루의 고양이가 된 결정적인 사건은 바로 교통사고였다. 고양이집회에 가려고 밤길을 나서던 나나는 횡단보도에서 사고를 당한다. 운전자가 떠나고 홀로 남은 나나의 앞에 달려온 누군가가 바로 사토루였고, 나나는 자신을 위해 눈물 흘려준 사토루에게 마음을 열기 시작한다. 그 뒤로 함께 지내게 된 둘은 누구보다도 행복한 시간을 같이하지만, 어느덧 둘에게도 헤어질 시간이 가까워 온다. 그렇게 떠나게 된 이별 여행, 자동차에 오른 나나와 사토루는 나나를 맡아줄 사람을 찾기 위해 가장 먼저 소꿉친구의 사진관으로 향한다. 둘은 이제는 부부가 된 고등학교 친구들의 펜션에도 들르고 중학교 친구에게도 연락해보지만 모두 나나를 맡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된다. 나나 역시 이동장에서 나갈 생각이 없다든가, 본인의 의사를 무시한 간택은 싫다든가 하면서 사토루의 곁에 머무르고 싶어하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어쩔 수 없는 이유로 나나를 사랑받을 수 있는 곳에 맡기려던 사토루도, 정작 나나와 헤어질 뻔한 상황이 오자 숨겨오던 본심을 이야기한다

 

 나 떠나지마.

 내 곁에 있어줘.”

 

  그렇게 나나와 사토루는 다시 한번 함께할 것을 약속하게 되고, 노란색 유채꽃이 흐드러지게 핀 가운데서 마주한 둘의 모습은 너무나 아름다우면서도 아름답기에 더욱 눈물나는 장면이 아닐 수 없었다.

  

고양이 여행 리포트

 <고양이 여행 리포트> 스틸 이미지 ©아이엠

  우리 여행의 끝을 고하는 우리의 무지개

 

  여행을 마치고 마지막으로 사토루의 부모님 묘에 들른 나나와 사토루는 사토루 가족의 묘라고 적힌 앞에서 아름다운 무지개를 만난다. 사토루는 아마도 그것을 처음 보았을 나나에게 무지개를 보여주며 이야기한다. 저건 일곱 빛깔 무지개. 그리고 나나는 일곱(일본어로 일곱의 발음이 나나이다)이니까, 나나의 무지개라고. 그 무지개는 나나와 사토루 그 둘에게 길었던 여행의 끝을 고하는 우리의 무지개인 셈이었다.

 나나를 돌봐줄 사람을 찾는 여행은 끝이 났고, 사토루의 친구 집 고양이가 말했듯저물어 가는 냄새가 나는 사토루도 세상에 등을 지는 속도를 더 이상 늦출 수 없게 되어버린다.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사토루가 이모와 이야기 나누며 눈물을 흘리는 장면에서 고양이 나나는 말한다.

  

걱정하지 마.

 그만 눈물 닦아.

 난 절대로 사토루를 두고 떠나지 않아.”

  

 언제나 힘들어하는 사람의 편에서 위로해주던 고양이 나나는 이럴 땐 누구를 위로해줘야 하지?” 라고 말하며 특유의 발랄함을 잃지 않는다. 그렇지만 나나가 다가오는 이별을 모르는 것이 아니기에 이러한 천진함이 귀여우면서도 더욱 안타깝게 다가온다. 그리고 정말 코앞에 닥친 이별의 순간, 나나는 사토루에게 가는 것을 포기하지 않는다. 필자가 가장 많은 눈물을 흘린 장면도 바로 이 장면이었다. 내내 담담하게만 보이던 나나가 필사적으로 사토루에게 향하는 모습이, 얼마나 나나가 사토루를 사랑하는지 그리고 사토루가 얼마나 나나를 사랑했는지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고양이는 정이 없어, 라는 식의 말을 하곤 한다. 그러나 적어도 내가 봐 온 고양이들은 그렇지 않다. 그들은 누가 자신을 사랑하는지, 또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고 있다.  그리고 그것을 표현할 수 있을 때 마음껏 표현할 줄도 아는 동물이다. 고양이를 평소에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당연히 보고 싶을 영화지만, 그렇지 않던 사람들도 <고양이 여행 리포트>를 보고 나면 고양이에 대한 인식이 조금은 변화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고양이 여행 리포트

 <고양이 여행 리포트> 스틸 이미지 ©아이엠

 우리 모두의 여행 리포트

 

 사토루와 나나는 친구들을 만나는 과정 속에서 고양이와 관련된, 그리고 사토루 그 자체와 관련된 과거의 일들을 추억하게 된다. 초등학교 때 고양이를 키워도 된다는 허락을 받기 위해 가출을 감행했던 일, 다른 곳에 맡겨진 고양이를 만나러 가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했던 일 그리고 그러한 일들 사이사이에 섞인 사토루의 가정사와 첫사랑 이야기 등 지금의 사토루를 빚어낸 삶의 기록들을 만날 수 있다. 그러한 점에서 <고양이 여행 리포트>는 고양이와 함께하는 이별 여행 리포트일 수도, 고양이 나나의 여행 리포트일 수도, 어쩌면 사토루의 인생 여행 리포트일 수도 있을 것이다. 고양이와 얽힌 그의 어린 시절 추억들이 차곡차곡 쌓여 지금의 사토루를 만들어냈고, 그렇기 때문에 그는 그와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함께할 고양이인 나나를 만날 수 있었던 것이다. <고양이 여행 리포트>를 통해 우리는 우리의 어린 시절 소망을 기억하고, 가족과의 추억을 떠올리고, 오래된 사랑에 두근거려도 본다. 사토루의 이야기는 결국 우리의 삶 속에 조금은 다른 얼굴로 존재하는 이야기이고, 그렇기에 사토루와 나나의 여행 리포트는 의미가 확장되어 우리의 리포트가 된다. 고양이를 사랑한다면 고양이를 스크린에서 실컷 볼 수 있는, 그뿐만 아니라 과거의 추억과 일상의 감사함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는 우리의 여행 리포트, <고양이 여행 리포트>는 오늘 59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전체 관람가.

 

[씨네리와인드 김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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