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세한 연출이 돋보이는 물에서 피어난 세 소녀의 사랑

[프리뷰] '워터 릴리스' / 8월 13일 개봉 예정

김준모 | 기사승인 2020/08/10 [09:27]

섬세한 연출이 돋보이는 물에서 피어난 세 소녀의 사랑

[프리뷰] '워터 릴리스' / 8월 13일 개봉 예정

김준모 | 입력 : 2020/08/10 [09:27]

▲ '워터 릴리스' 포스터     ©(주)영화특별시SMC

 

[씨네리와인드|김준모 기자] 셀린 시아마 감독은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으로 국내에서 큰 인기를 얻게 된다. 이 인기에 힘입어 개봉에 성공한 톰보이는 감독의 섬세한 표현과 인물의 감수성을 표현하는 방식에 주목하게 만드는 힘을 보여줬다. 그녀의 데뷔작인 워터 릴리스는 물을 소재로 섬세한 풋사랑의 감정을 담는다. 물은 모든 생명의 근원이란 점에서 물에서 피어나는 세 소녀의 사랑은 금방이라도 흘러내릴 듯한 불안과 초조를 담고 있다.

 

▲ '워터 릴리스' 스틸컷  © (주)영화특별시SMC

 

 

물의 의미

 

워터 릴리스의 제목은 그 자체로 영화의 내용을 알려준다. 물은 사랑이 피어나는 공간이고, lily는 백합이란 의미를 지닌다. 백합은 여성들의 사랑을 꽃에 비유할 때 사용된다. 프랑스 영화에서 물의 의미를 가장 잘 보여주는 영화는 뤽 베송 감독의 그랑블루. 이 영화에서 주인공 자크는 바다가 그의 아버지와 절친한 친구 엔조를 데려갔지만 계속 바다 속으로 잠수하고자 한다.

 

이는 자크의 꿈이 잠수부라는 점, 아버지를 잃은 그를 위로해 준 존재가 돌고래라는 점과 함께 물이 모든 탄생의 근원이 된다는 점을 이유로 들 수 있다. 따뜻한 물속에서 편안함을 느끼는 이유는 자궁 안 양수에서 탄생의 순간을 기다렸던 인간의 모습과 연관되어 있다. 세 소녀의 사랑은 수영장이란 공간에서 탄생한다. 마리가 플로리안과 가까워지는 공간은 수영장 풀 안이다.

 

이곳에서 마리는 잠수를 하고, 싱크로나이즈드 훈련을 받는 플로리안의 모습을 보게 된다. 이때 분주하게 하체를 움직이는 플로리안의 모습은 생명력을 보여준다. 마리보다 큰 키와 성숙한 외모를 지닌 플로리안은 물속에서 더 강한 힘과 열정을 보이고, 이 강렬함에 마리는 끌린다. 두 사람이 처음 몸을 맞대는 사랑을 나누는 장소도 수영장 안에 샤워실이라는 점에서 물은 사랑을 피어나게 만드는 코드가 된다.

 

▲ '워터 릴리스' 스틸컷  © (주)영화특별시SMC

 

피어오르는 성적인 욕망

 

여성의 은 예술에서 제한적으로 다뤄지는 소재다. 클로딘느 사게르의 책 못생긴 여자의 역사를 보면 프랑스에서 노년 여성의 성욕을 다룬 영화가 논란이 된 적이 있다고 한다. 그 이유는 노년의 여성이 성욕을 가진다는 설정과 장면이 너무 파격적이라는 게 이유다. 노년 남성의 성욕은 예술의 소재가 되지만, 그 대상이 여성이라면 문제가 된다. 이는 소녀에게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소년들이 성에 눈을 뜨고 성적인 집착에 빠지는 건 다소 코믹하게 그려낼 수 있지만, 소녀의 성문제는 조심스럽게 접근한다. 노골적으로 성적인 욕망을 드러내기 보다는 성에 호기심과 흥미를 지니는 장면을 섬세하게 그려내고자 한다. 안나는 성적인 욕망에 있어 솔직하다. 그녀는 자신의 나체를 본 잘생긴 수영부 남학생 프랑수아와 관계를 맺었으면 하는 마음을 품는다. 이 욕망의 발현은 다소 노골적으로 발현되며 솔직한 감정을 보여준다.

 

성적 욕망에 대한 고민은 플로리안을 통해서도 표현된다. 플로리안은 집단 내에서 잘 나가는 존재이기에 당연히 남성과 성관계를 맺은 것으로 인식된다. 딱히 남성에 관심이 없는 플로리안은 청소년이 지니는 집단 내에서의 존재감 때문에 남자친구를 만든다. 하지만 관계를 맺지 않는다는 점에서 성에 관한 고민과 혼란을 보여준다. 이런 플로리안은 마리와의 관계에서 그녀를 힘들게 만든다.

 

▲ '워터 릴리스' 스틸컷  © (주)영화특별시SMC

 

마리와 플로리안

 

사랑에는 여러 모습이 있다. 상대를 향한 헌신적인 사랑도 있지만, 그 헌신을 이용하려는 사랑도 존재하기 마련이다. 플로리안은 마리를 싱크로나이즈드 팀과 함께 데리고 다니며 그녀의 사랑을 받아주는 거처럼 행동한다. 하지만 프랑수아와의 관계를 끊지 않고, 그와의 데이트를 위해 마리를 이용하기도 한다. 마리는 이런 플로리안의 이기적인 사랑 앞에서 매번 흔들리는 모습을 보인다.

 

플로리안은 마리에게 사랑한다고 말하며 그녀와 첫 경험을 하고 싶다고 말한다. 하지만 마리와의 관계를 공개하지 않는 건 물론 그녀 앞에서 프랑수아와 사랑을 나눈다. 이런 플로리안의 모습은 마리를 혼란스럽게 만든다. 플로리안의 사랑은 이기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사랑의 형태로 봤을 때 더 성숙한, 그러니까 성인의 사랑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그녀는 자신이 매력적인 사람이란 걸 안다. 때문에 그 매력을 감추지 않는다.

 

청소년기의 사랑은 성숙한 사람에게 이끌리기 마련이다. 아직은 어리고 보호받고 싶어 하는 청소년은 또래 집단 내에서 남들과 다른 존재에 관심을 지닌다. 플로리안은 마리보다 성숙한 외모와 경험을 지니고 있다. 반면 마리는 어린아이 같은 외모를 지니고 있지만 내적으로 성숙함을 보인다. 때문에 플로리안은 내면의 고민을 마리에게 털어놓을 수 있고, 그녀라면 자신의 변덕과 투정을 받아줄 것이라 여긴다.

 

▲ '워터 릴리스' 스틸컷  © (주)영화특별시SMC

 

소녀 각자의 사랑

 

사랑에는 다양한 모습이 있다. 플로리안의 이기적인 사랑도, 마리의 금지된 사랑도, 안나의 지독한 짝사랑도 모두 사랑의 모습이다. 사랑은 그 대상에 따라 다르게 피어난다. 믿음을 주고 싶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리광을 부리고 싶은 사람이 있다. 소녀들은 처음 이 감정을 겪기에 어떻게 해야 좋을지 알 수 없다. 그녀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사랑을 표현하고 그 사랑에 상대가 응답해주길 원한다.

 

이런 욕망은 물에서 피어나 물에서 치유를 받는다. 물은 치유와 회복의 의미 역시 지닌다. 자궁 속에서 편안함과 행복을 느꼈던 거처럼 물에 몸을 담그며 위로를 얻는다. 소녀들의 사랑은 물에서 시작해 물에서 끝이 난다. 시작은 서로를 감싸고자 하는 격렬한 물결이었지만, 거친 파도가 지나가면 잔잔한 물결이 일렁이듯 사랑의 상처와 혼란 속에서 진정한 자신을 발견하는 성장을 보여준다.

 

워터 릴리스는 셀린 시아마라는 감독이 지닌 장점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작품이다. 섬세한 감정의 표현과 주체할 수 없는 감정을 숨긴 인물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sensitive’란 단어가 품은 모든 뜻의 결정체라 할 수 있다. 연출에 있어 관객의 마음을 자극하는 힘과 엔딩 크레딧 이후에도 관계에서 피어난 감정에 대해 곱씹을 수 있는 여운을 선사한다. 데뷔부터 남달랐던 그녀만의 스타일을 확인할 수 있는 영화다.

 

 

김준모 기자| rlqpsfkxm@cinerewi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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