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세포 자극하는 로맨스? 그 안에 담긴 성장의 순간

영화 '철벽선생'

김준모 기자 | 기사입력 2019/05/01 [22:25]

연애세포 자극하는 로맨스? 그 안에 담긴 성장의 순간

영화 '철벽선생'

김준모 기자 | 입력 : 2019/05/01 [22:25]

 

▲ 영화 <철벽선생> 포스터.     © (주)미디어캐슬

 

"Growing up has nothing to do with age(성장은 나이와 관련 없다)." 
  
휴 그랜트 주연의 영화 <어바웃 어 보이>는 결혼을 무덤이라 여기는 돈 많은 플레이보이 윌과 12살 왕따 소년 마커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가벼운 연애상대를 찾기 위해 싱글맘을 노리던 윌은 '싱글맘 모임'에 참석해 엄마들에게 잘 보이기 위한 방편으로 마커스에게 '멋진 남자가 되는 법'을 가르친다.

하지만 연애에 실패한 윌은 마커스에게 화풀이를 한다. 그때 마커스는 윌에게 말한다. '아저씨가 저에게 특별한 존재라고 생각했어요!' 그 순간 윌은 깨닫게 된다. 사실 성장하고 있었던 건 소년 마커스가 아닌 미성숙한 자신이라는 걸 말이다.
 
이 영화의 문구인 '성장은 나이와 관련 없다'는 삶의 자세를 이야기한다고 할 수 있다. 사실 완벽한 인간은 없다. 누구나 부족하고 어설픈 면이 있다. 우리는 이런 지점들을 창피하고 부끄럽다고 여기고 가리기 위해 애를 쓴다. 일부러 화를 내기도 하고 자신을 포장하기도 하며 그 상황이나 순간을 회피하기도 한다. 영화 <철벽선생>은 '왈가닥' 여고생의 하이텐션 로맨스 속에 이런 성장과 관련된 문구를 담아낸 작품이라 할 수 있다.

 

히로미츠에 반해버린 사마룬

▲ 영화 <철벽선생> 스틸컷.     © (주)미디어캐슬


극 중 고등학생이 된 사마룬은 잘생긴 남자와 연애를 하는 게 소원이다. 오직 '연애'라는 목적을 위해 잘생긴 꽃미남들에게 들이대지만 차이기만 하는 사마룬. 그 슬픔을 잊기 위해 덮밥 집에서 폭식을 하던 중 돈이 부족하단 걸 알게 된다. 이때 사마룬을 위해 대신 계산을 해주는 꽃미남. 그 꽃미남은 다름 아닌 사마룬의 학교에 새로 부임한 수학 선생 히로미츠이다. 사마룬은 자신의 마음을 빼앗아 간 히로미츠에게 고백하지만 히로미츠의 반응은 냉랭하다. 
  
이에 히로미츠를 포기한 사마룬은 자신에게 고백한 남학생과 데이트를 하기로 결정한다. 하지만 사마룬은 '그 사람을 진정으로 좋아하느냐'는 히로미츠의 말을 듣게 된다. 좋아하지 않는 남학생과 데이트를 해도 사마룬의 가슴은 하나도 뛰지 않고 지루하기만 하다. 사마룬은 자신의 가슴은 히로미츠에게만 뛴다는 걸 알게 되고 그에게 '선전포고'를 한다. 이에 히로미츠는 도발적인 답을 한다. 자신을 함락시켜 보라는 그의 말은 사마룬의 연애세포를 더욱 자극한다.

 

▲ 영화 <철벽선생> 스틸컷.     © (주)미디어캐슬


이런 측면만 보자면 <철벽선생>은 발랄한 여고생과 철벽남 선생의 상큼한 로맨스 영화이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히로미츠의 캐릭터가 지니는 특징이 있다. 첫 수업 날, 히로미츠에게 잘 보이고 싶은 사마룬은 학생들에게 선생님 수업을 잘 들으라며 소리를 지른다. 이에 히로미츠는 자기 수업을 잘 듣지 않아도 된다며 사마룬을 무안하게 만든다. 수업에 있어서 자신은 최소한의 역할인 가르치는 일만 하면 된다는 히로미츠의 말은 쿨하고 이성적으로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무책임함이 있다. 
  
히로미츠는 학생들과 교류하지 않고 말을 무시한다. 그런 히로미츠의 행동은 그에게 관심을 보였던 여학생들의 마음을 분노와 실망으로 바꿔놓는다. 여학생들은 사마룬에게 히로미츠 수업을 보이콧하기로 했다며 동참할 것을 제안한다. 히로미츠의 행동과 선택들은 학교에 새로 온 음악선생인 사이몬 아야카의 등장으로 그 이유가 밝혀진다. 히로미츠와 어린 시절부터 절친한 친구 사이였던 사이몬은 히로미츠가 지닌 근원적인 두려움에 대해 사마룬에게 알려준다. 
  
어릴 때부터 수학만을 좋아했던 히로미츠는 사회성이 부족하다. 부족한 사회성은 히로미츠로 하여금 스스로를 위축되게 만든다. 유학생활 중 히로미츠는 자신의 성장 가능성에 대해 겁을 먹고 일본으로 도피하듯 돌아오게 된다. 그가 선생이란 직업을 택한 건 가르치는 일이 좋고 학생들에 대한 애정이 있어서가 아니라, 그 어떤 기대와 압박도 받지 않고 좋아하는 수학을 할 수 있어서였다. 그의 무책임함은 자신만의 공간에만 있고 싶어 하는, 세상과 사람들과 소통하고 부딪치기 싫어하는 두려움에서 시작된 것이다. 


   
로맨스보다 성장드라마를 그린 영화

 

 

▲ 영화 <철벽선생> 스틸컷.     © (주)미디어캐슬

 

히로미츠가 학생들에게 했던 말과 행동은 학생들을 무시하는 게 아니라 다가서기 두려워하는 마음에서 비롯된다. 누군가와 관계를 맺게 되면 그 사람이 나에게 바라는 점이나 기대하는 부분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쉽게 다가서지 못한다. 그런 히로미츠에게 사마룬의 존재는 활력처럼 다가온다. 사마룬은 히로미츠와 반대 성격이다. 사마룬은 남에게 부담스럽게 들이대고 자신의 감정 표현에 솔직하다. 혼자 방에 박혀 수학문제를 푸는 행복만을 알던 히로미츠에게 세상으로 나와 함께 할 수 있는 즐거움을 사마룬은 알려준다. 
  
배움에는 단순히 지식적인 측면만이 존재하지 않는다. 인간은 복잡한 존재이고 이 복잡함은 내면의 감정에서 비롯된다. 감정적인 '성장' 역시 인간이 경험으로 얻을 수 있는 배움이다. <철벽선생>은 미숙한 제자와 성숙한 선생의 로맨스라는 구도를 벗어나 서로가 서로의 마음에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는 성장 드라마를 선사한다. 사마룬은 히로미츠를 통해 진정으로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방법을 배우고 히로미츠는 사마룬을 통해 마음 속 두려움을 이겨내게 된다. 
  
이 영화는 하이틴 로맨스의 발랄함과 달콤함 속에 나이를 초월한 소통과 성장이라는 메시지를 담아낸다. 누구나 어른이 되는 순간이 있고 어른이기에 완벽해져야 된다는 강박에 시달릴 때가 있다. 이런 강박은 자신이 부족한 부분을 숨기거나 회피하게 만든다.

 

성장은 나이와 관련 없다. 내가 누군가에게 특별한 사람이 되는 순간은 성인군자 같은 가르침을 줄 때가 아니라 함께 소통하고 성장해 나갈 때다. <철벽선생>은 그런 순간들을 가슴 뛰는 로맨스와 코믹함으로 흥미롭게 담아낸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씨네리와인드 김준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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