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악 졸작의 유의미한 반전 ‘더 디제스터 아티스트’①

영화

오승재 | 기사입력 2019/05/03 [13:37]

역대 최악 졸작의 유의미한 반전 ‘더 디제스터 아티스트’①

영화

오승재 | 입력 : 2019/05/03 [13:37]

▲ 영화 '더 디제스터 아티스트' 한장면     © 뉴 라인 시네마

 

모두가 비웃던 자가 만든 졸작이 흥행한다면 어떨까? 역대 최악의 영화로 불리는 2003년 개봉한 영화 <더 룸>의 감독 토미 웨소가 그 주인공이다. 메인스트림에서 철저히 외면 받는 괴짜 토미 웨소는 과도한 자신감, 우스꽝스러운 행동으로 사람들에게 매번 무시당하고 비웃음을 받는다. 그가 제작한 작품성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더 룸이 오히려 외계인이 만든 영화라는 평을 받으며 컬트 팬들로 하여금 반어적 흥행을 창출했다. 더 룸에 실제 출연했던 그렉 세스테로가 토미 웨소의 행보를 본인의 시점에서 서술한 책 <더 디제스터 아티스트>를 모티브로 제임스 프랑코는 <더 룸>의 제작과정을 모방한 영화를 연출하고 주인공인 토미 웨소를 연기했다.

 

<더 디제스터 아티스트>의 장르는 코미디이다. 보편적으로 코미디와 망한 영화가 소재로 사용된 영화는 조롱과 풍자에서 웃음을 유발한다. 하지만 해당 영화는 주인공 토미와 그렉 꿈을 이루기 위한 노력과 고난을 담은 깊이 있는 진지한 드라마이다. 불행의 과정에서 발견과 자각을 통해 유의미한 결론이 도출된다. 특히 메인스트림 문화에서 자신의 가치를 무시당하고, 토미 자신의 성격적 결함으로 인해 위기에 빠지는 장면에서는 코미디 장르임에도 관객들에 동정과 연민이 유발된다. 이러한 역경을 해쳐내고 토미가 자신의 가치를 증명 받으며 문화적 혁명을 이루어내는 과정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Poetic)에 서술된 관객들의 카타르시스를 유도하는 특징에 부합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역사상 처음으로 연극의 개념을 시학을 통해 정의했다. 그는 단순한 서사시보다 비극의 우월함을 강조했다. 비극적 작품에 부합하기 위해서는 진지하고 일정한 크기를 가진 완결된 행동을 모방(Mimesis)해야 하며 드라마적 형식을 취하고 서술적 형식을 취하지 않으며, 연민(Pity)과 공포를 환기시키는 사건을 통해 관객의 감정이 카타르시스에 도달해야 한다고 적시했다. 더 디제스터 아티스트의 주인공 토미는 연속된 불행의 과정에서 행복으로 뒤바꾼 혁명을 이뤄낸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 요소에 모두 부합한 비극적 영웅(Tragic Hero)이다.

 

 

모방 (Mimesis)

진지한, 일정한 크기를 가진 완결한 행동의 모방

 

아리스토텔레스에 의하면 보편적 드라마에서 작품성을 갖춘 비극이 되기 위해서는 실제로 일어난 사건을 그대로 모방해야 한다. 실재를 재창조하되 정교하게 조직되어야하며 관객들의 몰입을 이끌어낼 수 있는 가상세계를 만들어야한다.

 

▲ 좌측 원작 <더 룸>, 우측 <더 디제스터 아티스트>     © 뉴 라인 시네마

 

감독 제임스 프랭코는 주인공인 토미 웨소 역을, 동생인 데이브 프랭코가 그의 친구인 그렉 세스테로 역을 연기한다. 평소 토미 웨소의 표면적 모습과는 거리가 먼 제임스 프랭코는 스크린 위에 토미를 완벽하게 모방한다. 토미를 연기한 프랑코는 단지 웃음을 유발하기 위해 광기어린 모습을 인위적으로 설정하지 않았다. 단지 토미의 외향적, 내향적 모습을 그대로 모방하여 그의 실제모습과 신념을 담아내는 데 집중했다. 특히 영화 엔딩 후 더 룸과의 비교를 통해 더 디제스터 아티스트가 얼마나 더 룸을 완벽하게 묘사했는지를 강조한다.

 

 

비극 (Tragedy)

<더 디재스터 아티스트>는 비극의 요소가 골고루 잘 배합된 영화이다. 해당 요소는 아래와 같다.

 

 

복합 플롯 (Complex plot)

 

 

▲ 할리우드 감독 앞에서 망신당하는 토미     © 뉴 라인 시네마

 

아리스토텔레스는 운명의 반전과 발견이 결합되는 복합플롯을 강조했다. 등장인물이 무지의 상태에서 인지의 상태로 전환되는 아나그노리시스(Anagnorisis)로 인해 운명이 갑자기 행복에서 불행으로 바뀌는 페리페테이아(reverse)가 초래되어야 한다. 토미 웨소는 자신의 재능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할리우드로 향했다. 하지만 거듭된 오디션마다 그를 비난하고 비웃는 상황이 거듭되고, 할리우드의 유명감독이 식사하는 앞에서 연기를 선보이자 감독은 그의 자존심과 꿈을 무참히 짓밟는다. 맹목적으로 자신이 성공할 거라 믿었던 무지의 상태에서 하등한 존재임을 자각하는 인지의 상태로 전환되었다. 결국 절망에 휩싸이게 되고 토미는 비로소 비극의 주체가 되었다.

 

또한 해당 영화는 시작 중간 끝으로 연대순의 이야기형태를 보이며 토미가 진지하게 꿈을 위해 노력, 시행착오를 겪는 과정을 담아낸 진지한 드라마이다. 이때 이야기는 처음(beginning)과 중간(middle)과 끝(end)이 있다. 중간의 갈등에서 교훈적인 결말로 이어져 사건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고 있다. 전체적으로 통일성(Unity)을 유지하고 있다. 통일성을 유지함에 있어 핵심적인 역할은 제임스 딘(James Dean)과 우정이다.

 

▲ 제임스 딘이 사고난 지점에 가서 다짐하는 토미와 그렉     © 뉴 라인 시네마

 

아이콘 제임스 딘은 그들의 정체성과 꿈의 은유(Metaphor)이다. 토미와 그렉은 제임스 딘을 지향점으로 설정하여 위기의 순간마다 그를 향유하고 정체성을 유지한다. 그들은 자신들이 비극적 영웅(Tragic hero)라고 여기는 제임스 딘이 사고 난 현장에 같이 방문한다. 둘은 경의를 표하며 제임스 딘 앞에서 서로를 항상 믿고 꿈을 잃지 말자는 약속을 한다. 제임스 딘을 롤 모델 삼아 그들은 할리우드로 간다. 하지만 토미와 그렉 모두 할리우드라는 메인스트림에서 자신의 재능을 폄하, 무시당하며 꿈에 대한 회의감을 느낀다. 이때 비극적 영웅인 제임스 딘이 메인스트림에 투쟁하고 저항하여 자신의 정체성을 주류로 만들었음을 환기한다. 그리고 누군가의 평가를 받으며 행하는 정형화된 연기를 거부하고 직접 자신의 신념을 담은 영화를 제작하기로 맘을 먹게 된다. 지속적으로 제임스 딘의 정신을 떠올리며 그들의 방향성을 설정한다.

 

 

▲ 영화 '더 디제스터 아티스트' 한장면     © 뉴 라인 시네마

 

둘째로 우정이라는 매개체를 통하여 상호 간의 약점을 보완해주며 꿈을 완성한다. 그렉은 전형적으로 메인스트림에 속하고 싶은 자이지만 소심한 성격 탓에 자신의 재능을 뽐내지 못한다. 이때 토미의 과한 자신감과 뚜렷한 정체성은 그렉의 단점을 보완해준다. 더 나아가 그렉을 할리우드의 길로 이끌어 재능을 뽐낼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준다. 특히 영화 초반부에 럭비공을 주고받으며 생기는 그들 간의 친밀한 관계와 더불어 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지극히 개인적인 공간인 토미 행성(Tommy Planet)에 초대해 교감을 나눈다. 베일에 싸여있던 토미가 유일하게 그의 정체성을 공유하는 사람은 그렉임을 유추할 수 있다.

 

할리우드에 가서 나름 적응을 잘하는 그렉과 달리 적응을 못하는 토미에게 그렉은 용기를 주며 영화를 직접 제작해보라고 제안하며 역으로 토미에게 자신감을 부여한다. 하지만 토미의 성격적 결함과 그렉의 독립적 관심사로 인해 갈등이 심화되어 럭비공을 주고 받는 씬이 재등장하여 상호 간의 불만을 토해낸다. 럭비공을 주고받는 씬은 상호 간의 감정을 솔직히 전달한다는 점에서 유기적인 형태를 보인다. 이후 단절되었던 관계는 더 룸의 초대권으로 다시 복구하며, 시사회에서 모든 관객이 비웃는 상황에서 토미는 절망한다. 이때 그렉이 영화의 본질은 관객들에게 즐거움을 부여하는 것이라고 토미를 격려했다. 이로 인해 비로소 완전한 꿈을 이룬 토미와 그렉은 정체성을 되찾음과 동시에 제임스 딘과 같이 메인스트림에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다. 마지막 토미의 대사와 같이 그렉과의 우정이 없었다면 해내지 못했을 성과였다.

 

 

편에 계속

 

[씨네리와인드 오승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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