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넷' 닐의 슬픈 눈에 담긴 의미는 무엇이었을까

'테넷'의 닐과 '마법소녀 마도카 마기카' 호무라의 시간여행

김준모 | 기사승인 2020/09/02 [11:41]

'테넷' 닐의 슬픈 눈에 담긴 의미는 무엇이었을까

'테넷'의 닐과 '마법소녀 마도카 마기카' 호무라의 시간여행

김준모 | 입력 : 2020/09/02 [11:41]

 

▲ '테넷' 스틸컷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주의! 이 글에는 '테넷'의 스포일러가 담겨 있습니다.

 

[씨네리와인드|김준모 기자] 올해 첫 텐트폴 영화 테넷을 관람한 후 2편의 글을 썼다. 한 번 관람으로 이해하기 힘든 영화였지만 관람 전 몇 가지 힌트를 준 분이 있기에 이를 바탕으로 해석할 수 있었다.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고, 글을 올린 후 이분에게 전화가 왔다. 세 번째 관람을 마치고 서로 감상과 해석을 나누기 위해서다. 한 영화를 두 번 보면 난해한 영화라도 전체적인 맥락이 파악되고, 세 번 보면 새로운 관점에서 영화가 보인다.

 

이분이 했던 말 중에 기억에 남는 게 두 번째 관람부터 닐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더라였다. 닐은 주도자를 도와 시간의 흐름을 뒤집는 인버전으로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세상을 파멸로 이끄려는 사토르를 막으려는 인물이다. 첫 임무 이후 작전을 수행하게 된 주도자는 파트너로 닐을 만나게 된다. 첫 만남에서 일은 주도자에 대해 미리 조사했다며 그의 음료 메뉴로 제로콜라를 주문한다.

 

이 첫 만남에 대해 그분은 닐의 눈이 슬퍼보였다 말했다. 배우 출신이자 연극에서 주연을 맡았을 만큼 연기에 조예가 깊은 그분은 닐의 분위기에서 슬픔을 느꼈다. 닐이 슬퍼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관한 힌트는 어쩌면 도입부와 결말부에 있을지 모른다. 결말부에서 주도자는 인버전을 향하는 잠겨진 문을 발견하는데, 그 앞에는 시체가 한 구 있다. 그 시체를 보고 주도자는 당황한다.

 

시체의 가방에 위치한 빨간 끈이 닐의 것이기 때문이다. 닐은 어떻게 자신을 도우려 왔느냐는 주도자의 말에 인버전을 한 번 돌렸다고 말한다. 사토르를 막기 위한 마지막 작전에서 주도자는 정방향으로, 닐은 한 번 인버전을 돌린 반대 방향에서 작전을 수행한다. 이 지점에서 수상한 장면이 있다. 그가 인버전의 입구로 향하려는 주도자를 막으려 한다는 점이다. 경적을 울려대며 주도자에게 접근하는 차는 닐이 탄 것이다.

 

▲ '테넷' 스틸컷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그는 주도자가 입구 안으로 들어가면 안 된다는 걸 안다는 듯 행동한다. 닐의 등장은 도입부에도 있다. 클래식 콘서트장 장면에서 인버전 된 총알이 튀어나올 때, 주도자를 구해준 건 닐이다. 이때의 만남에도 불구 닐은 주도자를 처음 만난 거처럼 행동한다. 어쩌면 그가 주도자가 마시는 음료가 제로 콜라라는 걸 알았던 건 미리 조사한 게 아닌 몇 번이고 그와 함께 임무를 수행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인버전의 시간은 현재에서 과거로 갈 수 있다. 닐을 고용한 이의 정체가 주도자라는 점에서 주도자는 과거의 자신을 통해 사건을 해결하고자 했음을 알 수 있다. 닐은 과거의 주도자가 임무를 해결할 수 있게 도움을 주는 역할이었던 것이다. <터미네이터> 시리즈에서 존 코너가 과거의 자신을 지키기 위해 과거로 터미네이터를 보낸 거처럼 말이다. 그런데 그 임무는 한 번에 성공하지 못한다.

 

그럴 때마다 닐은 몇 번이고 과거를 향하고, 과거의 주도자를 만났을 것이다. 혹시 또 임무가 실패해서 그가 죽는 건 아닐까, 그러면 자신은 또 과거를 향하고 좋아하는 그가 죽는 모습을 봐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슬픔이 있었을 것이다. 닐의 대사에는 이런 심리를 암시하는 부분이 있다. 주도자와 닐이 할아버지 패러독스를 이야기하는 장면에서 닐은 일어날 일은 꼭 일어난다고 말한다. 이는 미래에 주도자를 만났고, 그가 작전에 성공할 것임을 암시한다.

 

▲ '극장판 마법소녀 마도카 마기카'의 아케미 호무라  © (주)애니플러스

 

동시에 닐의 시체는 이 임무의 완성에는 그의 죽음이 필요하단 걸 보여준다. 닐은 임무에 성공한 후 다시 인버전을 돌리겠다고 말한다. 그가 죽지 않으면 미래가 완성되지 않기 때문이다. 닐은 인버전을 통해 일어날 일은 꼭 일어난다는 걸 경험했고(결국 주도자가 살아서 자신을 임무에 발탁하는 거처럼) 그 미래를 위해 자신이 사라져야 함을 암시한다. 이런 추측은 닐의 슬픈 표정이 애니메이션 마법소녀 마도카 마기카의 호무라를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평범한 중학생이던 마도카가 마법소녀가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마법소녀라는 단어 때문에 순수하고 행복한 이야기가 펼쳐질 것이라 생각하면 금물이다. 소녀들을 마법소녀로 만드는 귀여운 캐릭터 큐베는 계약 후 소녀들의 영혼을 가지고 그녀들을 불행과 공포로 몰아넣는다. 마법소녀는 결국 마녀가 되어버린다. 마녀와 마법소녀의 관계는 뫼비우스의 띠와 같아서 마녀가 된 마법소녀는 마법소녀의 손에 죽고, 마녀를 죽은 마법소녀는 마녀가 되어버린다.

 

호무라는 미래에서 온 마법소녀로 자신을 구해줬던 마법소녀 마도카가 큐베와 계약을 맺지 못하게 하기 위해 시간을 뛰어넘어 과거로 온 것이다. 하지만 결과는 매번 불행으로 끝났고, 시간여행을 하면 할수록 잔혹한 진실은 더욱 강력해진다. 처음 호무라가 마도카를 보았을 때의 눈. 그 눈에도 슬픔이 담겨 있다. 닐과 호무라는 과거로의 시간여행을 통해 소중한 사람을 지키고자 한다.

 

이 두 캐릭터를 통해 작품이 공통으로 보여주는 건 미래에 대한 희망이다. 닐은 미래의 주도자를 만났기 때문에 실패를 거듭하는 인버전 속에서도 희망을 느꼈을 것이다. 자신이 그의 미래를 봤으니까, 결국 그가 성공할 것이란 확신을 지녔던 것이다. 호무라는 계속되는 실패에도 희망의 끈을 놓치지 않는다. 자신에게 처음 희망이 되어준 마도카를 위해 모든 걸 바치고자 한다. 닐이 미래를 보았다면 호무라는 새로운 미래를 그린다.

 

▲ '테넷' 스틸컷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이 의견에는 약점이 존재한다. 미술품이 보관된 창고에서 주도자가 인버전을 하는 장면이다. 이 장면에서 주도자는 과거로 향해 두 번 인버전을 한다. 시간의 흐름대로 움직이는 인버전에서는 닐을 만나고, 반대의 시간으로 움직이는 인버전에서는 과거의 자신을 만난다. 닐을 만나는 장면에서 닐은 복면을 벗기고 주도자의 모습을 본다. 이때 그는 인버전에 대해 알고 있기에 주도자를 보내준다.

 

하지만 닐이 몇 번이고 이 상황을 반복했다면 이미 주도자의 정체를 알았어야 한다. 때문에 주도자를 쫓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이 작품이 보여준 시간의 개념을 바탕으로 주도자가 인버전을 할 때의 닐이 a이고 이 과정에서 만난 닐을 b라고 설정한다면 설명은 된다. a인 닐은 이 상황을 경험했지만, b인 닐에게는 처음인 상황이 되는 것이다. 닐이 몇 번의 임무를 실패했다고 가정했을 때 이 b인 닐은 어느 단계까지 간 닐인지 알 수 없다.

 

그렇다면 이 과정에서 작품이 살짝 언급을 준 평행우주의 개념까지 접목시켜야 하니 참으로 복잡한 해석이 아닐 수 없다. 이 작품에서 닐의 존재는 과학적인 호기심 속에 감정적인 격화를 이끌어낸다. 그가 주도자에게 보여준 감정은, 첫 눈빛부터 담긴 슬픔이 주는 깊이는 <테넷>이란 영화가 지닌 다양한 해석을 더욱 부추기는 요소가 아닌가 싶다.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영화인만큼 더 많은 이야기와 의견이 등장했으면 하는 마음이다.

 

 

김준모 기자| rlqpsfkxm@cinerewi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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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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