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구원을 쟁취하는 스릴러

[프리뷰] '아무도 없다' / 9월 9일 개봉 예정

김준모 | 기사승인 2020/09/03 [17:31]

스스로 구원을 쟁취하는 스릴러

[프리뷰] '아무도 없다' / 9월 9일 개봉 예정

김준모 | 입력 : 2020/09/03 [17:31]

▲ '아무도 없다' 포스터  © 판씨네마(주)

 

[씨네리와인드|김준모 기자] 윌리엄 프리드킨 감독이 자신의 대표작 엑소시스트를 만들었을 당시를 회상하는 내용의 다큐멘터리 윌리엄 프리드킨, 엑소시스트를 말하다에서 그는 일본을 방문했을 때 모래정원을 관람했던 일을 이야기한다. 곳곳에 떨어진 바위와 그 주변을 감싼 모래를 보던 감독은 갑자기 눈물을 펑펑 흘렸다고 한다. 떨어진 바위는 본래 하나였지만 분리된 6개의 대륙을 의미한다. 한 번 갈라진 대륙은 다시 돌아갈 수 없다.

 

그는 인간 역시 분리된 대륙처럼 어머니의 몸에서 떨어져 나온 순간부터 평생 고독하게 혼자 살아가야 한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그의 작품 엑소시스트의 악령 역시 인간의 이런 마음을 파고 든다. 구마 의식을 돕는 신부는 어머니의 죽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악령이 들린 소녀는 부모의 이혼에 홀로 슬픔을 참는다. 이 둘의 주변에는 가족과 친구가 있지만 고통을 나눌 수 없다. 인간은 근본적으로 고독하기 때문이다.

 

아무도 없다의 원제는 ‘ALONE’이다. 보통의 범죄 스릴러가 타인의 도움을 받아 사건을 해결하거나, 구원의 메시지로 작용하는 반면 이 작품은 처음부터 끝까지 주인공이 혼자 자신의 힘으로 위기를 탈출해야 하는 상황을 만든다. 이런 상황에 몰입이 되는 이유는 누구나 위기 상황에서는 혼자이기 때문이다. 상대가 나에게 위협을 가하는 시간은 1분이 채 안 되게 끝날 수 있는 반면, 집 근처에 경찰서가 있어도 오는데 10분이 넘게 걸린다.

 

▲ '아무도 없다' 스틸컷  © 판씨네마(주)

 

작품은 총 3단계로 위기를 설정한다. 이 위기 단계에 따라 각기 다른 스릴러의 맛을 더하며 장르적인 긴장감을 끌어올린다. 첫 번째는 요즘 서구권 영화에서 유행하는 소재인 보복운전이다. 7월 개봉한 데스 체이싱부터 10월 개봉을 앞둔 언힌지드까지 보복운전의 사회적인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이를 소재로 한 영화도 등장하고 있다. 사랑하는 연인을 자살로 잃은 제시카는 이사를 가던 중 한 차와 시비가 걸린다.

 

그 차를 피해갔다 생각한 그녀는 다음 날 모텔에서 나오던 중 차 주인인 남자와 마주한다. 남자는 어제 일을 사과하며 제시카에게 접근하지만, 제시카는 빨리 남자에게서 벗어나고만 싶다. 숲길을 향하던 그녀는 고장이 난 차에서 내리는 남자를 발견한다. 남자는 제시카에게 도움을 청하지만, 그녀는 남자가 수상하게 여겨진다. 지나치게 반복되는 만남과 자신을 향한 노골적인 접근이 본능적으로 위기를 직감한다.

 

남자를 피해 도망친 제시카는 주유소까지 쫓아온 남자에 기겁한다. 그를 피해서 도망쳤다 생각한 사이, 남자에 의해 붙잡히게 된다. 이 첫 번째 단계는 보복운전을 통해 악연을 맺게 되는 과정을 통해 긴박한 카체이싱과 표면적으로 드러나진 않지만 묘한 긴장감을 주는 관계를 보여준다.

 

▲ '아무도 없다' 스틸컷  © 판씨네마(주)

 

두 번째는 납치 탈출극이다. 납치를 당한 주인공이 위기를 무릅쓰고 탈출하는 장면은 범죄 스릴러 장르의 단골 소재다. 남자에게 붙잡힌 제시카는 그가 방심한 사이 숲속으로 도망친다. 숲속에서 펼쳐지는 추격전은 밀도 높은 긴장을 자아낸다. 어떻게든 도망치려는 제시카와 그녀를 쫓는 남자는 점점 서로를 향한 증오를 키워간다. 자신에게 원하는 게 무엇이냐는 제시카에게 네가 처음이라고 생각해?’라는 남자의 대사는 섬뜩함을 자아낸다.

 

이 지점에서 남자는 점점 두려움의 대상이 된다. 그의 캐릭터가 유독 섬뜩한 이유는 겉으로 보기에 평범한 사람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에게는 아내가 있고 딸이 있다. 그럼에도 보복 운전과 스토킹, 납치를 자행한다. 이는 우리 주변에 평범해 보이는 이웃이 사실은 범죄자일 수 있다는 생각을 품게 만들며 스산함을 자아낸다.

 

▲ '아무도 없다' 스틸컷  © 판씨네마(주)

 

세 번째는 스스로 구원을 만들어내야 하는 대결이다. 연인이 죽은 이후 제시카는 슬픔 속에 살아간다. 그녀에게는 엄마와 친구들이 있지만, 그들을 떠나고자 한다. 슬픔의 감정은 자신의 것이다. 남들과 나눈다고 옅어지지 않는다. 제시카는 고독 속에 있다. 이런 그녀의 상황은 남자와의 대결에서도 남의 도움을 기다리기 보다는 대결을 택하는 방향으로 전개를 이끌어 간다. 슬픔을 스스로 극복해내야 하듯 구원도 그녀의 손으로 쟁취해야 한다.

 

이 스릴러의 힘은 혼자라는 점에서 온다. 우리는 혼자일 때 두려움을 느끼고 공포에 사로잡힌다. 내 힘으로 이겨낼 수 없는 상황이 닥쳤을 때를 걱정하며 타인에게 도움을 호소한다. 하지만 인간은 근본적으로 혼자다. 내 몸을 보호하고 위기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건 오직 나에 의해서다. 이 작품은 이런 기본에 충실한 설정으로 제시카를 극한의 상황으로 몰아넣고, 그 안에서 빠져나오길 기다린다.

 

아이가 넘어져 울음을 터뜨려도 혼자 일어나길 기다려야 하는 잔인한 순간이 있듯, 이겨내기 힘든 일이나 감정을 홀로 견뎌내고 빠져나와야 할 때가 있다. ‘아무도 없다는 이런 순간을 스릴러의 공식 안에 장면을 통해 그려내며 긴장과 공감을 자아낸다. 오직 생존을 위해 남자와의 대결을 택하는 제시카의 모습은 연인의 죽음이란 고통과 맞서 싸우는 모습을 형상화하며 그녀의 심리에 몰입할 수 있는 시간을 선사한다.

 

 

김준모 기자| rlqpsfkxm@cinerewind.com
보도자료 및 제보|cinerewind@cinerewind.com

김준모
씨네리와인드 기획취재부
rlqpsfkxm@cinerewind.com

Read More

  • 도배방지 이미지

아무도없다 관련기사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