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폭풍, 메리 셸리: 프랑켄슈타인의 탄생

이수아 | 기사승인 2020/09/04 [15:06]

고요한 폭풍, 메리 셸리: 프랑켄슈타인의 탄생

이수아 | 입력 : 2020/09/04 [15:06]

[씨네리와인드|이수아 리뷰어] 

 

○ 리뷰어가 느낀 이 영화의 색 

 

▲ '메리 셸리: 프랑켄슈타인의 탄생' 포스터  © Artificial Eye

 

 

메리 셸리: 프랑켄슈타인의 탄생 (Mary Shelley, 2017)

장르멜로/로맨스 | 미국, 영국

감독| 하이파 알 만수르

출연엘르 패닝(메리 셸리), 더글러스 부스(퍼시 셸리), 메이지 윌리암스 (이자벨 백스터), 벤하디(존 폴리도리)

 

○ 프랑켄슈타인이라는 이름들어보셨나요아마 어둡고 칙칙한 배경에녹색 피부를 가진이마와 목에는 못이 박혀있고꿰맨 자국들이 있는 괴물이 떠올랐을 거예요흉측한 모습을 한 이 괴물은 핼러윈 하면 빠질 수 없는 캐릭터로 언급되곤 하죠그런데 혹시 프랑켄슈타인 원작 소설의 작가가 여성 작가라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영화 메리 셸리프랑켄슈타인의 탄생은 제목 그대로 프랑켄슈타인을 탄생시킨 작가 메리 셸리의 비화를 그려내고그의 심오한 철학을 담아내었답니다.

▲ '메리 셸리: 프랑켄슈타인의 탄생' 스틸컷  © Artificial Eye


영화가 끝나고 십오 분간 침대에 누워 천장만 바라보았다. 메리의 절제되면서도 위태로운 감정을 따라가는 데 벅찼기 때문이다. 고요 속의 폭풍 같은 상황들이 이어질 때마다 안타까운 마음이 들고 화가 나기도 하였으며, 간절해지기도 하였다. 메리는 갈수록 체념한 듯 보였지만 결국 그의 안에서 프랑켄슈타인을 탄생시키는 감격을 맛볼 수 있었다.

 

▲ '메리 셸리: 프랑켄슈타인의 탄생' 스틸컷  © Artificial Eye

 

원고지에 거칠게 휘갈기는 소리로 영화는 시작된다. 열중하듯 입으로 중얼거림을 내뱉으며 거침없이 써 내려간다. 메리이다. 성악이 흘러나오고, 서정적이며 평화로운 느낌을 자아낸다. 영화 중간중간 하늘을 보여주는데 배경 음악과 어우러져 전체적으로 잔잔한 느낌을 준다. 그러나 하늘의 색감은 메리의 내면을 대변하듯 흐름에 따라 다채로워진다. 하지만 색감과 조명이 어두운 편이어서 스산한 느낌을 주어 긴장을 놓치지 못하게 한다. 또한, 장면과 장면 사이의 여백이 적어 시간의 흐름이 빠르게 느껴지도록 한다. 지루할 틈이 없다. 내적 구조의 시간이 빠르다.

 

메리는 잘 땋은 머리와 단정한 옷차림을 하고 있다. 이후 심리적으로 불안정하고 육체적으로 피폐함을 겪음에도 옷차림은 깔끔한 편이다. 이는 메리가 이성적이고 끊임없이 자신을 돌아본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사랑에 있어서 감성에 지배당하는 메리의 모습은 이중적이다.

 

메리가 처음부터 진실한글을 썼던 것은 아니다. 오직 상상력에 의존한 글은 아직 진짜가 아니었고, 아버지께 솔직한 평가를 듣고 난 뒤 자신의 노트를 불길에 던져 버리기도 한다. 그 모습을 묵묵히 지켜보는 아버지. 이후 딸에게서 죽은 자신의 전 부인과 닮은 모습을 발견한다. 열정 넘치고 저항 정신 투철한 메리를 보며 그의 운명을 직감했는지 그를 자신의 친구에게 보낸다. 메리의 운명이 바뀐 순간이다. ‘진짜글을 쓸 수 있게 만들었던 퍼시 셸리를 만났기 때문이다.

 

▲ '메리 셸리: 프랑켄슈타인의 탄생' 스틸컷  © Artificial Eye

 

비가 오고 맑게 갠 어느 날, 어떤 남자가 집에 걸어 들어오는데 후광이 비친다. 메리는 퍼시에게 반하게 된다. 메리는 그에게 시가 담긴 편지를 받는다. 설레서 잠 못 이루고 뒤척이는 모습을 하이 앵글과 기울어진 앵글로 잡음으로써 이를 표현한다. 그러나 그의 감정 기복은 심하지 않다. 그런 메리가 퍼시와 점차 가까워지면서 아이 같이 해맑게 웃는다. 메리에게 퍼시라는 존재는 대단하다. 잔잔한 호수에 넓은 파장을 일으키듯 그렇게 이성적 판단이 흔들리게 된다.

 

▲ '메리 셸리: 프랑켄슈타인의 탄생' 스틸컷  © Artificial Eye

 

그러던 중 클레어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받는다. 아쉬움을 뒤로한 채 런던으로 돌아온 메리는 퍼시와 이대로 헤어지는가 싶었으나 아버지의 제자로 들어온다. 이 둘은 다시 사랑하게 된다. 그러나 메리는 우연히 퍼시의 부인과 딸을 보게 된다. 퍼시를 사랑하면 대가가 따르며 그를 가까이하지 말라는 충고를 듣고 마음의 정리를 한다. 하지만 운명을 가장한, 운명을 믿고 싶은 메리의 선택은 결국 퍼시와의 사랑이었다.

 

햇살은 대지를 껴안고 달빛은 바다에 입 맞추네. 하지만 무슨 소용인가. 그대의 키스가 없다면. - 퍼시 셸리

 

딸을 임신한 메리는 퍼시와 길을 걸으며 대화한다. 그러나 그의 시선을 끈 곳은 퍼시의 부인과 딸이다. 메리는 조용히 지켜보며 깊은 생각에 잠긴다. 마치 자신도 언젠가 같은 상황에 부닥치게 될 것 같음을 예견하듯 쳐다본다. 이는 곧 현실이 되어 퍼시와 클레어의 관계가 묘해지고 이상한 삼각관계에 얽히게 된다. 메리는 어두컴컴하고 너저분한 거실에 있는 요람이 흔들리고 아기 울음소리 커지는 꿈을 꾼다. 불안감과 긴장감 속 영화는 절정에 다다른다.

 

▲ '메리 셸리: 프랑켄슈타인의 탄생' 스틸컷  © Artificial Eye

 

판타스마고리아에서 전기 자극 장치가 어떻게 근육을 자극하는지를 보자 메리는 무언가에 맞은 듯이 멍한 표정을 짓는다. 감독은 메리가 영감을 얻은 순간을 묘사하고자 메리만 정지시킨 채, 다른 관객들은 놀라고 감탄하며, 손뼉을 치고 환호하게 한다. 또한, 배경 음악으로 신비감과 오묘함을 더해주며 메리에게만 카메라 초점을 맞추고 약간의 조명을 밝게 해 집중시킨다. 메리가 전기 장치에 홀린 것을 보여주기 위해 잠시 볼륨을 줄여 주변 소음이 귀에 잘 들어오지 않음을 보여준다. 그 뒤 메리에게 하늘은 보라색 전기로 보인다. 전기 자극 장치에 완전히 빠졌기 때문이다.

 

경제적으로 불안정한 삶을 살고 있던 세 사람은 여기저기 도망치고 결국 딸을 잃고 만다. 좌절감에 빠진 메리. 침대에 시들어버린 모습으로 힘없이 누워있는 메리를 하이 앵글로 잡는다. 무기력한 모습을 잘 보여준다. 딸의 꿈을 꾸었을 때는 붉고 따뜻한 조명을 썼지만 꿈에서 깬 현실에서는 차가운 느낌만이 가득하다. 이러한 색채의 대비가 메리에게 놓인 현실을 극적으로 보여준다. 이후 이들은 바이런이 있는 곳으로 떠난다. 이곳에서 바이런과 퍼시는 술에 찌들고 시를 지으며 육체적 욕망에 사로잡힌 시간을 보낸다. 결말에 이르러 메리는 전기 자극 장치로 인간을 회생시키는 꿈을 꾼다.

 

▲ '메리 셸리: 프랑켄슈타인의 탄생' 스틸컷  © Artificial Eye

 

세상과 거기서 일어나는 일을 더 이상 전처럼 바라볼 수가 없다. 이런 참담함을 보니 사람들이 서로의 피에 굶주린 괴물처럼 보인다. 인간성이 파괴된 참혹한 광경은 다른 이에겐 안타깝고 내겐 견딜 수 없었다.’ - 메리 셸리

 

사랑이란 무엇인가. 영화 보는 내내 질문하였다. 인간의 감정이란 무엇이며 무엇을 위해 감정을 느끼고 사랑하는 걸까. 사랑은 왜 이성적인 판단을 마비시키는가. 사랑하기 때문에 상처를 받고 상처를 입힌다. 그렇게 고통스러웠으면서 계속 사랑하려는 메리의 모습은 난감하게 만들면서도 사랑의 의미에 대해 고민하도록 한다. 누군가는 힘든 것보다 좋은 게 많아서 사랑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사랑이란 본능이자 감출 수 없는 욕망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사랑하려 드는 데에는 이유가 없다고도 하지 않는가. 어떤 이유에서야 수없이 사랑하는 우리가 과연 어떤 사랑을 하고 있는지 돌아보도록 만드는 영화다.

 

리뷰어가 말하는 또다른 영화

또감독: 하이파 알 만수르의 영상미를 느끼고 싶다면 <와즈다>

또배우: 엘르 패닝의 연기력에 감탄했다면 <로우 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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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아
씨네리와인드 객원취재부 기자단 4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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