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을 품은 여성 킬러의 탄생

[프리뷰] '에이바' / 9월 9일 개봉 예정

김준모 | 기사승인 2020/09/07 [10:26]

감성을 품은 여성 킬러의 탄생

[프리뷰] '에이바' / 9월 9일 개봉 예정

김준모 | 입력 : 2020/09/07 [10:26]

 

▲ '에이바' 포스터  © (주)제이앤씨미디어그룹

 

[씨네리와인드|김준모 기자] 첫 시작은 미비했으나 갈수록 탄력이 붙어 웰메이드 시리즈가 된 작품이 있다. 바로 존 윅이다. 필모그래피가 들쑥날쑥한 키아누 리브스가 연달아 좋지 못한 성과를 내던 중 선택한 이 작품은 은퇴한 전설적인 킬러가 전 세계 킬러조직의 표적이 된다는 흥미로운 설정과 처음부터 끝까지 액션만 주구장창 펼쳐지는 통쾌한 전개로 전 세계 액션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에이바는 어쩌면 여성판 존 윅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닌 영화다.

 

에이바의 전개는 존 윅과 유사점을 지닌다. 타깃 제거 100%의 최고 킬러 에이바는 프랑스 최대 사기범을 제거하는 작전을 시행하던 중 금기를 깨트린다. 이 일은 조직에게 큰 반향을 일으킨다. 에이바를 비롯해 조직원들을 킬러로 양성한 듀크는 에이바를 지키고자 하지만, 듀크의 제자이자 새로운 보스에 올라선 사이먼은 그녀를 제거하려고 한다. 존 윅 역시 뛰어난 실력을 지닌 전설적인 킬러라는 점, 그런 존 윅의 조직의 제거대상이 된다는 점에서 유사성을 보인다.

 

에이바와 존 윅의 차이점은 가족이다. 존 윅은 사랑하는 여인과 그녀가 남긴 강아지의 죽음으로 모든 걸 잃어버린다. 공허한 마음을 채우는 건 복수다. 그는 자신에게 영원한 고독과 슬픔을 안긴 모든 이들을 제거하고자 한다. 반면 에이바는 사랑하는 가족을 지키기 위해 총을 든다. 존 윅이 공허함의 운명론이라면 에이바는 울타리의 운명론이다. 존 윅는 상실 속에서도 살아남기 위해 적을 죽이는가 하면, 에이바는 울타리 밖에서 안을 지키기 위해 분투한다.

 

▲ '에이바' 스틸컷     ©(주)제이앤씨미디어그룹

 

에이바의 아버지는 특수임무를 수행하는 군인이었다. 이런 아버지의 존재는 가족에게 부담이 됐다. 울타리 안에서 포근하게 가족을 감싸는 게 아닌, 울타리 밖에서 가족들을 불안에 떨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에이바는 자신이 아버지와 같은 운명을 걸어갈 것이란 걸 몰랐다. 상황은 그녀를 조직원으로 만들었고, 가족에게 정체를 숨기게 했다. 심지어 결혼을 약속한 연인 마이클에게 말도 없이 떠나 상처를 주기도 했다.

 

에이바와 같이 남을 죽이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 느끼는 불안은 가족에 있다. 그들은 가족의 파수꾼이 되기를 자처한다. 울타리 안에서 안락함을 누리다간 가족이 피해를 볼 수 있단 생각에 울타리 밖을 향한다. 그들은 안으로 들어갈 수 없는 운명을 안게 된다. 이런 드라마는 에이바와 그녀의 어머니 사이에 진한 감정을 만들어낸다. ‘컷스로트 아일랜드’ ‘롱 키스 굿나잇등에 출연한 왕년의 액션스타 지나 데이비스가 가혹한 운명에 처한 딸을 바라보는 장면은 묘한 느낌을 자아낸다.

 

과거 액션영화에 출연해 숱한 위기를 넘겨왔던 그녀의 얼굴이 오버랩 되어서일까. 마치 내가 그 고생을 알지하는 느낌이다. 에이바의 어머니는 아버지가 그랬던 거처럼 어쩔 수 없는 운명에 빠진 에이바에게 지지를 보낸다. 이는 에이바가 울타리 안을 들여다 보지 않아도 되는 순간이 되었음을 의미한다. 그녀는 자신의 정체를 의심하고 신뢰를 보내지 못하는 가족 그리고 옛 연인과의 관계로 갈등을 겪는다.

 

▲ '에이바' 스틸컷  © (주)제이앤씨미디어그룹

 

어머니가 그 갈등을 봉합시켜 준 순간, 에이바는 울타리 밖을 지키기는 온전한 존재로 거듭난다. 작품은 에이바 뿐만 아니라 사이먼과 듀크를 통해서도 이런 파수꾼의 삶을 보여준다. 듀크는 에이바를 지키기 위해 사이먼과 대적하며, 사이먼은 가족에게는 정체를 숨기며 가족의 안전을 최우선에 둔다. 그들은 모두 타인의 목숨을 죽여야 하는 위치에 놓였지만, 또 소중한 누군가를 지키는 위치에 있는 아이러니한 운명의 굴레에 빠졌음을 보여준다.

 

이런 에이바의 감정은 파괴력 있는 액션과 맞물려 이 영화만의 개성을 확보한다. 냉철한 이성보다는 따뜻한 감정이 앞서는 킬러. 누군가를 죽여야 하지만 또 지켜야만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만들어내는 카타르시스는 이 작품만의 고유한 느낌이라 할 수 있다. 여전사의 면모가 돋보이는 액션부터 감정을 품은 드라마까지 모두 소화가 가능한 제시카 차스테인은 에이바의 캐릭터를 자신만의 색으로 표현하며 인상을 남긴다.

 

에이바존 윅처럼 시리즈화가 될 수 있을까. 이 가능성은 혹시 등장할 수 있는 후속편에서 에이바가 보여줄 개성에 달려있다. ‘존 윅은 일직선으로 쉴 틈 없이 진행되는 액션과 끝도 없이 킬러를 죽여 나가는 존 윅의 모습이 액션 장르 팬들의 찬사를 이끌어내며 시리즈가 정착할 수 있었다. 이 작품이 지닌 여성 킬러의 모습이 어떻게 뻗어나갈 수 있느냐에 따라 에이바는 어쩌면 존 윅처럼 상징적인 킬러 캐릭터로 자리 잡을지 모른다.

 

 

김준모 기자| rlqpsfkxm@cinerewi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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