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 그늘진 시대의 공포

[프리뷰] '공포분자' / 9월 17일 개봉 예정

김준모 | 기사승인 2020/09/08 [16:44]

도시에 그늘진 시대의 공포

[프리뷰] '공포분자' / 9월 17일 개봉 예정

김준모 | 입력 : 2020/09/08 [16:44]

 

▲ '공포분자' 포스터  © (주)에이썸픽쳐스

 

[씨네리와인드|김준모 기자] 1980년대 대만에 뉴웨이브의 바람을 일으킨 에드워드 양 감독의 공포분자는 마지막으로 국내에 정식 소개되는 그의 대만 3부작이다. 순서로는 타이페이 스토리와 대표작인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사이의 두 번째에 해당한다. 영화는 꿈과 환상, 현실의 경계를 넘나드는 이야기로 혼란한 대만의 모습을 담아낸다. 카메라는 정적이지만 담고자 하는 모습은 혼란스럽다. 에드워드 양이 바라본 대만의 도시가 그렇다.

 

도시에서 발포 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피를 흘리며 사람이 쓰러진다. 놀라운 광경임에도 창문을 열어 밖을 바라보거나 화들짝 놀라는 사람 하나 없다. 대만에는 독재의 역사가 있다. 48년 선포되어 무려 87년까지 약 40년 가까운 시간을 통제 하에 보낸 것이다. 때문에 그들에게 총성과 살인은 익숙한 풍경처럼 보일 수 있다. 에드워드 양 감독은 영화에서 도시의 모습을 조명한다. 벽과 벽으로 막힌 공간은 사람들 사이의 단절과 소외를 의미한다.

 

서로가 서로의 존재에 눈을 감는 이곳에 죽은 영혼의 소망과 원망은 유령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이 작품의 독특한 흐름도 이런 점에서 비롯된다. 작품에는 두 쌍의 남녀가 등장한다. 경찰을 피해 도망치던 혼혈 소녀와 그런 소녀의 사진을 찍어 거대한 브로마이드처럼 벽에 붙여둔 소년은 이름이 나오지 않는다. 작품에서 이름이 등장하는 건 의사 이중립과 그의 아내인 소설가 주울분이다.

 

▲ '공포분자' 스틸컷  © (주)에이썸픽쳐스

 

그렇다면 여기서 유추해 볼 수 있는 건 소년과 소녀는 대만의 아픈 역사를 간직한 환영(또는 유령)이고 이립중과 주울분은 그 아픈 과거 속에서 가족의 붕괴와 인간소외를 품고 있는 현실이란 점이다. 그런데 그 흐름은 단순하게 이분법화 되지 않는다. 대만에서의 탈출을 꿈꾸는 소녀와 그런 소녀에게 마음을 느끼는 소년은 더 생명력을 지니고, 망가진 부부관계를 보여주는 이립중과 주울분은 환상이라 여겨질 만큼 정적이다.

 

이 지점에는 소설과 사진의 측면도 크게 작용한다. 주울분은 자신의 부부 관계를 바탕으로 소설을 쓴다. 그 소설은 마치 이립중과 주울분의 이야기가 소설 속 이야기처럼 느껴지게 만든다. 반면 소년이 찍는 사진은 실체다. 그가 벽에 붙인 소녀의 사진은 실존을 의미하며 때문에 목표와 전진이란 측면에서는 소년과 소녀의 이야기가 실체처럼, 주울분의 이야기가 허구처럼 다가온다.

 

▲ '공포분자' 스틸컷  © (주)에이썸픽쳐스

 

그렇다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대만의 아픔은 허구일까 아니면 실체일까. 이 지점에서 생각해 봐야 할 점은 도시란 공간이다. 대만의 뉴웨이브는 대만이란 국가의 현실을 바라보면서 시작됐다. 다큐멘터리에 가까운 표현을 바탕으로 담담하고 사실적인 묘사로 민중을 조명했다. 이전에는 할리우드와 홍콩영화가 점령했던 대만 극장가는 뉴웨이브를 통해 자신들의 역사와 직면하게 된다.

 

이 역사는 도시가 품은 우울이다. 시멘트로 된 건물이 건조하게 나열되어 있는 대만 도시의 풍경은 근대화 과정에서 소외된 민중과 발전 아래 침묵해야 했던 고통을 말한다. 군부의 억압을 느꼈던 사람들은 총성에도 반응하지 않으며, 소년은 도시 속 수많은 전광판과 영화 포스터처럼 소녀라는 이상을 꿈꾸지만 도달하지 못한다. 이런 모습은 주울분의 소설을 통해서도 나타난다. 그녀의 소설을 말하는 내레이션은 가정으로 시작해 문장을 끝내지 않는다.

 

▲ '공포분자' 스틸컷  © (주)에이썸픽쳐스

 

이는 대만이 품은 불안한 미래가 지속될 것임을 보여준다. 이립중의 친구인 경찰 간부와 그의 병원에서 벌어지는 문제는 억압과 고통이 이어지는 현재를 상징한다. 카메라로 찍는 현실도, 소설에 적는 미래도 대만의 단절된 도시처럼 어둡다는 점을 보여준다. 다만 이런 현실 속에서도 소년처럼 꿈을 꾸는 존재가 있음을, 어둠을 남기는 매개체(사진과 소설)가 있음을 알리며 민중이 지닌 생명력을 주목한다.

 

공포분자의 원제는 ‘The Terrorise’. Terrorise는 영어로는 공포에 떨게 하다는 뜻을 지니지만 프랑스어로는 공포정치를 하는 걸 의미한다. 이는 제목을 통해 대만의 독재와 계엄령을 다루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 시대가 지나간다 하더라도 그 공포는 끝나지 않는다. 기억을 간직하고 시대를 살아온 이들은 여전히 그 시간에 머물러 있다. 에드워드 양의 뉴웨이브는 도시에 그 시간을 담아낸다.

 

 

김준모 기자| rlqpsfkxm@cinerewi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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